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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할러데이 블루스

최선주

최선주

11월의 끝자락에 자리한 추수감사절과 그 후로 이어지는 성탄절 그리고 연말연시가 있는 12월은 부산한 계절이다. 감사가 오가고 만찬이 이어지는 들뜬 시절인 한편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대고독이 새삼 절감되는 스산한 계절이다. 할러데이 철이 되면 가족모임과 파티로 들썩이는 사회와는 무관하게 사별한 가족이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적막감 속에 평소보다 더 상실감과 우울을 경험하는 상태를 할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고 한다.  
 
수년간 병원 채플린으로 일하면서 목격한 바로는 장기 입원한 환자들이나 노환을 앓는 이들은 할러데이가 지난 직후나 1, 2월경에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비록 방문하지 않는 가족일망정 어딘가에 자녀나 친지를 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마음 상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기본성향 중 가장 강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갈망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미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합중국 대통령 각하라는 칭호를 선호했고 캐더린 여제는 폐하라고 쓰여있지 않은 편지는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인생의 말미에 병상에 누운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친지 외에 그 어디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가족과 친구, 정을 나누고 사는 지인들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기가 속한 사회, 그룹, 단체 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사업가와 흉악범의 차이는 똑같은 욕구 충족을 위해 다른 방법을 쓰는데 있다는 말이 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불의하고 악한 사람들이 종교의 목적에 헌신하거나 고상한 도덕심을 내세우거나 또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추한 일면을 감추려고 애쓴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전문성도 책임감도 없는 아마추어들의 이론과 주장, 보여주기와 가르쳐주기 영상들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내용이 인간관계에 대해서나 이성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 내지는 상대의 마음을 점쳐보는 내용들이다.  
 


오랜 상담의 경험으로 볼 때, 결혼한 사람들과 데이트하는 사람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는 환상의 존재유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한 사람 사이에서 환상이 깨어지는 것은, 상대방에 대해 가진 환상이라기 보다는 상대가 보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서다.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원해지지 않고 매력 있는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 거듭 확인된다면 더 이상의 설레임이나 기대 또한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연애하는 사이에서도, 상대방을 간절히 만나고 싶어지는 때는 그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마음 이상으로 그에게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겠는가? 함께 있을 때 기쁨보다 상처, 인정보다 비하감이 더 느껴지는 관계라면 같이 하고 싶은 욕구는 사라져갈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나 실제의 자신과 자기가 원하는 자신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 괴리감을 이해하고 눈감아주려고 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분수를 파악시키려는 실수를 하는 것이 결혼한 커플들의 가장 큰 실책이다.  
 
갈릴레오는 “아무도 남을 가르칠 수 없고, 다만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고 했다. 주제 파악은 본인이 할 때는 미덕이나, 주제 파악을 시키는 것은 어리석거나 오만한 자의 실책일 뿐이어서 결국 정 떨어지는 관계가 되고 만다. 이는 부모나 배우자들이 범하는 가장 빈번한 과오여서 가족이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 되고 만다. 진정한 애정과 사랑은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대를 지금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는 이가 있는가? 장차 할러데이 블루스만큼은 피해갈 일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www.palmtreechurch.org]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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