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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변천하는 ‘선물 나누기’ 세태

 요즘 나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해 연말 세일광고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물 줄 사람들을 생각하며 세일 품목을 살펴보는 재미 때문이다.
 
내가 처음 선물을 산 대상은 아버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아버지의 생신이었지 싶다. 어머니에게서 용돈을 받아 집에서 일하던 언니에게 업혀 누나와 함께 시장에 가서 아버지 속옷을 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5~6살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60년대 한국은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다. 생일에는 미역국을 먹었고, 명절에는 옷을 얻어 입었다. 어머니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의 선물을 챙기곤 했었다.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왔을 사탕과 양철로 만든 장난감이 든 양말 모양의 선물주머니나 학용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누나와 동생은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다녀올 때면 내게 기념품을 사다 주곤 했었다. 아마도 혼자 집에 있던 내가 안쓰러워 그랬으리라. 대학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던 누나가 내 생일에 자그마한 헤어드라이기를 사준 적도 있었다. 나는 그때 장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드라이기는 내 방보다는 누나 방에 가 있는 날이 더 많았다.
 


나는 누나 생일에 어머니 반짇고리에 들어 있던 예쁜 단추들을 끈에 달아 목걸이를 만들어 주기도 했고, 어머니 날이면 농장 일로 얼굴이 까맣게 탄 어머니가 세상 누구보다도 예쁘다는 동시를 지어 드리기도 했었다.
 
우리 가족의 선물 나누기는 아이들이 생겨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1월 초부터 연말 소비를 부추기는 미국 정서의 영향도 있다. 선물 나누기는 가장 어린아이부터 시작한다. 선물 받을 아이를 가운데 놓고 식구들이 모두 빙 둘러앉아 선물을 건네고, 아이가 하나씩 선물을 푼다. 옷이 나오면 부모는 좋아하지만 아이는 실망스럽다. 아이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면 참고 기다리신 부모님 차례다. 이쯤 되면 풀어놓은 포장지와 박스는 쓰레기 봉투 가득 쌓여가고, 나누어주고 푸는 일에 지친 나머지 어른들은 한꺼번에 주고받고 끝을 낸다.
 
받은 선물에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그 주말에 선물을 바꾸기 위해 다시 쇼핑센터를 찾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추수감사절에 만났을 때 받고 싶은 물건을 적은 리스트를 뽑아 한 사람이 하나씩만 선물하기였다. 그것도 색상이나 디자인, 크기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빈번해지자 모두들 기프트 카드를 적어내기 시작했다.  그럴 바에는 선물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와 어린아이들과 부모님에게만 선물을 하고 어른들은 선물 없이 지내기도 했었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아이들은 모두 자라 부모가 되었다. 이제는 나 따로 동생네 따로 소규모 가족 모임이 되었다.
 
아내는 부담을 주는 일이라며 조심스럽다고 하지만 나는 연말이 되면 이웃이나 친구들과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울긋불긋한 포장지로 싼 선물 하나씩 주고 받는 것도 12월에만 경험할 수 있는 사람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아이들에게 받고 싶은 물건을 알려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둘째 며느리는 요리책, 딸아이는 고기 구워 먹는 그릴이 필요하다는 답이 왔다. 대답하지 않은 놈들은 별수 없다.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싸들고 바꾸러 가겠지. 

고동운 / 전 가주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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