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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코로나 블루와 샤반의 ‘겨울’

 겨울이 다가와 유럽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오스트리아처럼 록다운을 재개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미디어들은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을 준비하라고 보도한다. 문득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해가 매우 짧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습한 추위가 오래 지속되는 유럽에서 유난히 추위가 강하게 들이닥치면 ‘늑대 같은 추위’ ‘시베리아 같은 추위’ 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창문 밖을 보니 색색의 컬러를 자랑했던 자연이 무채색으로 변하고 있고 스산한 바람이 분다.
 
문득 예술가들이 표현했던 겨울을 떠올려본다. 인상파 화가인 모네나 피사로, 시슬리 등을 제외하고 겨울은 예술가들에게 그다지 사랑받았던 소재는 아니었다. 겨울에는 자연과 사물 그리고 인간의 삶을 환하고 기쁘게 만들어주는 ‘빛’이 결여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마음에 와 닿은 겨울 그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인 피에르 퓌비 드 샤반(1824~1898)의 그림이다. 오래전 파리에서 1년에 한 번 있는 문화유산의 날 (공공 기관이 일반인들에게 소장품을 공개하는 날)에 파리 시청 벽화로 그려진 ‘겨울’이라는 그림을 우연히 발견하였다.  
 
누구에게나 한번 보고 평생 잊을 수 없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샤반의 ‘겨울’ 그림이 그렇다. 하얗게 눈이 내린 숲속에서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나르고 한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폐허 속에서 몸을 피하고 아버지는 불을 지펴 아이의 맨발을 녹이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나무들의 가지는 앙상하고 그 뒤에는 말을 탄 사람들이 사냥을 하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그 뒤편에 보이는 파란 겨울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있다.  
 
황량한 겨울 풍경이건만 최대한 절제된 색조로 표현된 이 그림에서는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함이 넘치고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림 속의 시간은 어떤 시대인지, 장소는 어딘지, 그리고 이들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은 고대와 현대,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 어딘가 위치한 이상향이 되어 이 그림에는 일종의 영원성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한 이 겨울 속에는 노동의 고귀함과 헐벗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찬란함을 잃어버린 계절의 순리를 감내하는 운명과 다시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겸허한 삶의 서클이 내포되어 있다. 그림이 무채색이기에 자연과 삶이 지니는 보이지 않는 찬란함을 마음으로 느끼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인간이 가지고 살아가는 사랑과 희망이 존재한다.
 
코로나로 혹독한 겨울이 될지라도 희망을 잃지 말자. 퓌비 드 샤반이 1892년 이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겪은 1890, 1891년 두 해의 겨울은 유럽 역사상 가장 춥고 혹독한 겨울로 기록돼 있다. 여름이 오면 샤반이 파리 시청에 겨울과 같이 그린 벽화 ‘여름’을 소개하려 한다.
 

최선희 /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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