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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영 싸움에 빠진 ‘리튼하우스 재판’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게 총을 쏴 2명을 숨지게 한 카일 리튼하우스가 무죄 평결을 받았다. 평결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한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무죄가 되면 시위 때마다 총기를 든 남성이 자경단이란 이름으로 설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고 유죄이면 그를 순교자로 내세워 연방정부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의 활성화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뭉치고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행태가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극심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백신접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영 싸움 속에 리튼하우스 평결이 양진영 간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대에 맞서 자경단으로 참가한 당시 17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는 총기로 두 명을 죽이고 한 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건 전말과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분명 그에게는 정당방위로 총을 쐈다는 방어논리가 탄탄하게 있다. 단순히 진보적인 주류언론의 보도만 보면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난사한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범죄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리튼하우스의 머릿속에 들어가 그의 당시 의중이나 동기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한 그의 당일 행동은 정당방위로 해석될 여지가 매우 크다. 그가 백인이고 총기소지를 했다는 것외에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에 연결됐거나 백인우월주의라는 어떤 증거도 드러나지 않았다.    
 


법정에서 판사는 검찰 측에 피해자란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 배심원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한 적당한 지시였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판사의 편향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예라며 판사를 비난했다.  
 
배심원 재판에서는 법 논리도 중요하지만 흔히 배심원에게 동정심을 더 받는 쪽이 승소한다고 한다. 양복 차림으로 출두한 리튼하우스는 이웃집 착한 소년 인상이었다. 그의 증언은 앞뒤가 일관됐던 반면 그의 총기에 피해를 입은 측은 리튼하우스만큼 동정을 받기가 어려워보였다.  
 
첫번째 인물은 전과와 정신병 전력도 있었고 사건 당일 정신병원에서 나온 상태로 시위현장에 간 이유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리튼하우스를 향해 검은색 비닐봉지를 집어던지고 도망가는 리튼하우스를 향해 쫓아가다가 총을 수발 맞았다.  
 
두번째 인물은 리튼하우스를 향해 갖고 있던 스캐이트보드를 던졌고 리튼하우스의 총기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리튼하우스가 쏜 총으로 사망한다.  
 
세번째 인물은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리튼하우스를 향해 총을 겨눴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리튼하우스는 그를 향해 총을 쏘았고 팔에 중상을 입혔다.  
 
배심원은 리튼하우스의 정당방위를 인정해주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객관적 진실은 진영논리에 빠진 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다. 좌파 진영에게 리튼하우스는 정당방위와 상관없이 이미 처음부터 유죄였다. 사망자 모두가 백인이라 재판 결과 불복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는 예상된다.  
 
리튼하우스를 영웅시하는 보수우파의 움직임도 문제가 있다. 연방의원 인턴자리까지 제안했다. 선거 출마도 부추긴다.  리튼하우스는 온라인으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영웅이 아니다. 단지 자기 생명과 안전을 위해 총을 사용했을 뿐이다.  
 
리튼하우스 재판의 정치적 해석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17세 소년이 반자동소총인 AR-15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때 치안당국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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