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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가을의 시간

낙엽지는 가을 뜨락에 귀뚜라미 울음이 들린다. 목덜미로 감겨오는 바람이 세월을 등 떠밀고 있다. 마지막 잎새처럼 매달린 달력을 바라보는 마음이 애절해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창백한 겨울이 곧 다가올 것이다.  
 
가버린 날들, 무엇을 했나. 봄인가 했는데 여름이요, 가을인가 했는데 겨울이다. 꿈결인듯 흘러가는 세월이다.  
 
인생이 덧없다 하는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련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느낌이 더 허허로운 것 같다. 불세출의 영웅, 절세가인, 경국지색도 바람결에 흩날리는 미진 같은 인생이다. 남은 여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겸허하게 옷깃 여미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용서하고 먼 여정을 떠나고 싶다. 떠도는 구름 같은 인생, 뽐내본들 무슨 소용인가. 인생이란 영원한 나그네의 길이다. 꿈속에서라도 고향에 돌아가 뛰어 놀고 싶다. 



이산하·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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