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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핵 선제 불사용’과 한반도 평화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 선제 불사용(NFU)’ 원칙이 세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핵무기 선제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거나 적대국에 보복할 경우에만 사용하고, 적이 재래식 무기로만 공격할 경우 핵폭탄으로 반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소규모의 충돌로 일어난 국지전이 자칫 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를 피하고자 하는 발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북한의 도발 속셈이다.
 
일본어에 ‘후이우치’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 폭력배들이 싸움할 때 즐겨 쓰는 용어로 우리말로 ‘갑자기’란 뜻이다. 상대가 긴장을 놓고 있거나 부주의 상태에 있을 때 점잖게 대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급소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싸움패 간의 술수로 손자병법에도 나온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재래식 전투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안다. 북한은 언젠가 단숨에 치명타를 가한다는 속전속결을 노리고 있다.  
 
핵 무기는 먼저 공격하는 측이 유리하다.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일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15kt 원자탄을 투하해 곧바로 일본의 무조건적 항복을 받아냈다. 만약 일본이 그 같은 핵무기를 보유했더라면 먼저 사용했을 것이란 후세 사가들의 주장도 있다. 가공할 무기는 일격에 승부를 가르는 수단이다. 약자는 선제 핵사용에 승부를 건다.  
 


미국의 핵방어 산하에 있던 동맹국들은 ‘핵우산’에 구멍이 났다며 미국의 NFU 원칙에 불안해 하고 있다. 적의 핵 공격에 아군의 핵무기가 아니면 이를 방어하거나 반격할 뾰족한 수가 없다. 바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처럼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고 실제 방어가 가능하다는 전략전술 이론이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동맹국 안보전략이 적국에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이 피격 위협을 느낄 때 선제 타격을 가하고 적으로부터 공격 당하는 경우 몇 배로 보복하는 반격 논리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은 상대하는 적국과의 협약에서 상호 신뢰가 보장돼야 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다.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경우 적 앞에 무방비 상태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전술핵 개발 의지를 밝힌 북한이 최근 한반도를 사정거리로 한 무기체계를 선보이며 대규모 선제 타격을 준비하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한국은 대북 위험 대비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일방적인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은 자칫 북에 도발 유혹을 주어 안보 위험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관련 보도에서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핵 선제 불사용을 채택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의 안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이 원칙이 채택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혼란은 커지게 된다. 당장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 일본만 해도 핵 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북핵 협상 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당연히 미 국방부도 반발하고 있는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지금은 단합된 국민의 목소리를 낼 때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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