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살해 10대에 '무죄'…배심원단 '정당 방위' 결론
지난해 BLM 시위서 발생
총격으로 2명 사망, 1명 부상
19일 오후 12시10분(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커노샤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배심원단은 2건의 살인과 1건의 살인미수 등 5건 혐의로 기소된 10대 백인 카일 리튼하우스(18·사진)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다.
전 혐의 만장일치 무죄였다. 리튼하우스는 지난해 8월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 총격으로 반신불수가 된 사건을 계기로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블랙 라이브 매터(BLM) 시위가 벌어지자 동료 자경단원들과 함께 순찰하던 중 시위 참가자 2명을 총격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살해된 2명은 BLM 시위에 가담했으나 모두 백인이었고 총상 부상자 1명 역시 백인이었다. 폭동 시위 3일째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은 전국에서 총기 소유 권리와 자경단, 정당방위 여부 등에 대한 찬반논란을 야기했다. 배심원단은 26시간의 논의를 거쳐 리튼하우스의 총격 살해가 정당방위라고 결론 내렸다. 배심원 대표가 평결문을 읽어내리는 동안 리튼하우스는 눈물을 흘리며 변호사와 포옹했다.
리튼하우스는 지난 11일 공판에서도 “나를 공격하는 3명을 저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리튼하우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먼저 공격한 시위자들을 어쩔 수 없이 총격했다고 줄곧 변론했다.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방어했다는 것이다. 한 명이 스케이트보드로 그를 가격해 총격으로 맞서지 않았다면 자칫 리튼하우스가 죽을 뻔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총상을 입은 가해자 한 명이 리튼하우스에게 먼저 총을 겨눴다고 증언했다. 순간 뒤에 앉아있던 검사가 고개를 떨궜다. 이번 재판의 결정적인 터닝포인트였다는 분석이다. 또 리튼하우스를 공격한 시위자 3명 모두 중범 전과자라는 점도 이번 평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살해된 조셉 로전범은 9~11세 어린이 5명을 강간한 아동성폭행범이었고, 살해됐을 당시에도 가정 폭행 혐의로 기소돼 보석금을 내고 나온 상태였다. 역시 살해된 앤서니 후버도 가정폭행 중범자였고 총상을 입은 게이지 그로스크로츠는 과거 취한 상태에서 총기를 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 책임론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정치인이 그에게 주 방위군 투입을 재촉했으나 계속 거부했다.
검찰은 리튼하우스가 폭력적인 충돌을 유발한 난폭한 자경단원이라고 주장했다. 리튼하우스는 전과 기록이 없다.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이슈로 비화됐다. 특히 평결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리튼하우스를 두고 근거없이 “백인우월주의자”라고 비판해 거센 논란이 일어났다. 보수진영에서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사로,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바이든은 평결 직후에도 성명을 통해 “화가 나는 일이지만 배심원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평결이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우회적으로 비췄다.
대다수 주류언론도 리튼하우스에 대해 부정적었다. 통제불능의 미국 총기 문화를 상징하는 어린 자경단원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MSNBC의 간판 흑인 여성 진행자 조이 리드는 “담당 판사부터 백인우월주의자”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해 담당 판사 브루스 슈로더를 분노케 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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