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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카일 리튼하우스의 소총

박춘호

박춘호

2020년 8월 25일 저녁 위스콘신 주 케노샤 다운타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자정에 가까워질 무렵 시위대는 자리를 옮겨 쉐리단길로 모였다. 이틀 전인 23일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가정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로부터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시위대가 일리노이와 위스콘신 주 경계에 위치한 케노샤로 몰렸고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24일 폭력적으로 변질됐다. 케노샤 다운타운에 위치했던 건물과 차량이 피해를 입었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번지자 무기를 소지한 시민들도 보였다. 위스콘신 주는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한번 과격해진 시위는 쉽게 가라 않질 않았다. 경찰의 강경진압을 비난하는 시위대가 있는 반면,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집행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 중 한 명이 당시 17세였던 카일 리튼하우스. 리튼하우스는 케노샤 인근 일리노이주 안디옥에 살고 있었고 경찰이 되고 싶었던 청소년이었다. 케노샤에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의무요원으로 활약하기 위한 생각으로 현장에 갔다. 그가 소지한 총은 AR-15 계열의 반자동 소총이었다. 시위 현장에는 무장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리튼하우스만 그날 저녁 총격을 가했다. 결국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재 그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배심원 평결 절차에 돌입했는데 12명의 배심원들은 그에게 적용된 5개의 중범에 대해서 유죄냐 무죄냐를 결정하게 된다. 5개의 혐의는 고의적 살인, 살인 시도 등이다. 리튼하우스는 직접 참여한 심문 과정을 통해 자신은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갔으며 발포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리튼하우스가 무모하게 총격을 가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공격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심원들은 리튼하우스가 의도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지 알았으면서도 총격을 가했다는 증거와 정황을 살필 것이다. 물론 재판정에 제출된 증거와 증인들의 증언, 동영상 자료를 통해서다.
 
지난해 여름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은 결국 경찰의 살인으로 유죄가 결정났다. 플로이드 사건과 함께 리튼하우스 재판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총기 소지의 자유와 관련 규제에 대해 끊일 수 없는 고민과 번뇌를 가져다 준다. 왜 17세 청소년은 총기를 들고 폭력 시위장을 찾아야 했을까? 미성년자가 공격용 반자동 소총을 지닌 채 폭력 행위가 난무하는 시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무기를 소지한 다른 시민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왜 리튼히우스만 총격을 가해야 했을까? 행여 리튼하우스를 자극하고 생명을 위협할 만한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명이 죽은 것은 누구의 책임으로 물어야 할까? 재판 과정에서는 숨진 시위대가 스케이트 보드를 이용해 리튼하우스를 때리고 소지하고 있던 소총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는 정황이 동영상과 증언으로 확인됐다.  
 
가정 폭력으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고 경찰의 발포로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주민이 총격을 받아 생명이 위독해지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력으로 번졌고 시위대가 숨진 것이 결국 리튼하우스 재판으로 이어지게 됐다. 경찰의 무릎에 눌려 질식사한 플로이드의 모습이 공개되자 전국적으로 흑인 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가 불거졌고 폭력적으로 변질된 시위가 한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무고한 시민들의 재산을 빼앗아 버리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결과적으로 불행한 일이었고 총기 소지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언젠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리튼하우스에 대한 고의적 살인 혐의는 증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인다.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존재했고 검찰이 이를 뒤집을 수 있을 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타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그런 상황에 생긴다면 즉각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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