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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억울한 의사, 더 억울한 환자

 의사들은 억울하다.
 
노력과 결과가 항상 같지만은 않아서다. 정성껏 치료해도 예후가 나빠지면 돌팔이 소리를 듣기 일쑤다.  
 
일상의 포기도 강요 받는다. 긴급전화는 시도 때도 없다. ‘긴급하지 않은’ 전화라도 받지 않으면 무책임한 의사로 낙인 찍힌다.
 
팬데믹이 터지고 의사들의 자괴감은 더 깊어졌다. 갇힌 일상의 억눌린 감정들은 종종 의사들에게 향한다.  
 


얼마 전 만난 한 내과 의사는 환자에게서 터무니없는 비난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한 환자가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는 것 같아 검사했다. 걱정대로 양성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검사결과를 받은 환자가 ‘분명히 당신 병원에서 감염됐다’면서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하더라.”
 
이러니 의사 노릇하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푸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사들이 얼토당토않다고 말하는 환자들의 주장 중 일부는 억울하다는 항변만으로 덮어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지난 2월 LA한인타운 내 산부인과 박모 전문의를 상대로 가주검찰이 제기한 환자 성추행 혐의도 그중 하나다. 명문대 출신의 그는 1989년 의사면허를 받은 32년차 베테랑 전문의다.  
 
가주의사면허위원회(MBC)가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가주 검찰의 고소장에는 박 전문의로부터 진료 중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한인 여성 3명의 주장이 담겨있다. 피해 일시는 2017년, 2018년, 2019년으로 서로 다르지만 모두 30대 여성이다.  
 
환자들의 주장에는 닮은 점이 있다. 가주검찰은 “박 전문의는 환자들에게 설명 없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슴을 만졌다”고 고소장에 적었다. 예를 들어 ‘피해환자 1’ 여성의 방문 목적은 유방암이 아니라 자궁경부암(pap smear) 검사였다.  
 
‘피해환자 2’ 여성 역시 아랫배 통증으로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윗옷 아래로 박 전문의가 손을 넣어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예를 들어 피해환자 2는 “박 전문의는 내게 ‘성병(STD) 감염이 의심된다’면서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후 이 환자가 다른 의사에게 재검진을 받은 결과 성병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가주검찰은 고소장에서 박 전문의의 혐의를 5가지로 나열했다. 환자 1과 환자 2를 상대로 한 성착취(sexual exploitation),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sexual misconduct), 환자 3명 모두를 상대로 한 업무상 중과실, 반복된 과실행위, 진료기록 부실 등이다.
 
박 전문의로서는 유방암 검사의 일환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더욱이 남성인 그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여성 환자를 상대해야 하는 업무적 특성상 성추행이라는 의혹을 받는 것조차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혐의는 더 철저하게 가려져야 한다.  
 
통상적으로 징계 심사 과정은 의사들에게 유리하다. MBC는 15인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과반인 8명이 의사다. 설사 의사의 과실이 입증된다고 해도 면허 박탈의 중징계보다는 낮은 처벌이 내려지는 경우가 더 많다.  
 
비영리단체 캘리포니아헬스라인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의 성추행 징계 135건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49건이 보호관찰(probation)로 결론났다.
 
시간도 의사들 편이다. 피해 고발 접수부터 혐의에 대한 유무죄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평균 3년이 걸린다.  
 
그마저도 의사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으로 항소할 수 있다. 최종 유죄로 입증되기 전까지 의사들은 무죄다.
 
무죄라면 억울한 항변을 3년 동안이나 되풀이해야하는 의사들도 딱한 처지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만약 유죄라면 그 3년간 결과를 기다려야만 하는 환자들의 심정 역시 짐작하기 어렵다. 심사관도, 시간도, 돈도 내편이 아닌데 말이다.
 
환자들은 더 억울하다.  

정구현 / 선임기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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