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증언이 재구성한 사제의 성추행
프로세션
(Procession)
피해자들 중에는 어린 소년들이 상당수 있었다. 이들 중 6명의 남성은 교황청의 발표 후,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들의 피해 상황을 대중에게 알린다. 그리고 수십 년 전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드라마 테라피(drama therapy)’에 참여키로 한다.
영화 ‘프로세션(Procession)’은 이 치유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기록물이다. 로버트 그린 감독은 피해 남성들의 동의를 얻어 그들과 인터뷰를 하기 시작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제들의 악행이 드러나고 가톨릭 교회는 어떻게 가해 사제들의 범죄를 은폐하여 왔는지를 탐사한다.
영화는 미국의 법제도, 그리고 전통을 가장한 가톨릭 교회의 신고와 조사 방식이 오히려 은폐를 돕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가톨릭 교회는 주교의 허락이 있어야만 법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주교 이상의 고위급 사제들이 신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상당수가 성범죄에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2년 전 아동 성추행, 아동 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호주 가톨릭 교회의 추기경 조지 펠 신부는 ‘바티칸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진 사제였다.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사제직을 박탈당한 미국의 시어도어 매케릭 신부 역시 추기경의 직위에 있었다.
인간이 이룬 집단은 그 속한 분야를 막론하고 범죄를 은폐하고 은닉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집단 내의 성학대는 늘 존재해왔다. 성학대는 인간을 제물로 삼는 행위이다. 특히 5, 6세의 순진한 소년들을 상대로 자행된 사제들의 성추행은 엄격한 처벌이 내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회는 이를 숨겨왔다.
집단 심리치료 과정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가고 있는 6명의 남성들을 그동안 미루어 왔던 그들의 아픈 경험을 기억해 내어 글로 쓰고 드라마를 만들어 다시 피해의 현장을 재현해 낸다. 그리고 각자의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사람들은 단지 보이는 문제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문제로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치유할 방법이 없다. ‘프로세션’은 남들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 치유의 과정을 커뮤니티가 함께 공유하며 만들어낸 영화다.
오는 19일부터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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