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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산에 먼저 찾아온 가을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주말에 동네 공원을 걷는 몇 가정이 11월 6일 토요일 브래스타운 볼드(Brasstown Bald)와 보겔 주립공원(Vogel State Park)을 다녀왔다. 둘루스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운전거리에 있는,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산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 아득한 지평선도 보았고, 장엄한 단풍과 더불어 산에 먼저 찾아온 가을을 만나보았다.    
 
Brasstown Bald 전망대를 차를 타고 올라가는 가파른 길가에 숲은 단풍으로 가을을 장식했다. 전망대 건물이 보이는 주차장엔 수많은 차들이 이미 주차하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 일행은 표를 사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조지아에서 가장 높은 해발 4,784 피트 산정에 목조 건물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 위에서 사람들이 사방팔방 360도를 돌며 멀리 보이는 계곡과 들판과 산들을 넘어 4개의 주 (테네시, 남 북 케로라이나, 조지아주)를 찾아보며, 계곡과 들판과 산들을 넘어 아득한 지평선을 바라보고 감동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계곡과 계곡 사이엔 작은 마을도 작은 호수도 보이고, 산봉우리들이 아득히 멀어 작은 파도가 되고, 파도가 이어져 지평선이 되었다. 지평선 한 쪽 끝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보니, 지평선은 한 줄로 이어져 둥근 원이 되었다. 지평선을 따라 한 바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내 눈에도 보였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가까운 숲과 산은 단풍이다. 산봉우리가 연결하여 만든 지평선, 아니 원을 이룬 곡선이 기억 속에 그림으로 남는다.  
 
“와 기다리는 차들을 봐, 끝이 없네. 우리가 일찍 오길 잘했네!” 우리가 산을 내려올 때, 안으로 들어 가려고 매표소에서부터 꾸불꾸불 아래까지 이어진 차들의 행렬을 보며 모두 중얼거렸다.  
 
다음 목적지인 Vogel 주립 공원에 오니, 계곡과 산들이 붉은색 단풍으로 장엄하다. 주차장엔 차들이 꽉 차고, 공터에 몰려 노는 애들의 웃음 소리가 맑고, 쉘터와 풀밭에 자리를 깔고 사람들은 불을 피우고, 식사를 했다. 공원 주위에는 캠핑자리, 피크닉 장소, 카테지, 그룹 쉘터, 매점과 공원 사무실이 있다.
 
우리도 한 쉘터를 잡아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끓는 물을 즉석떡국 컵에 붓고, 준비해온 즉석 밥과 즉석 라면도 떡국에 섞어 점심을 먹었다. 모두들 맛있다고 했다. 부부가 의사로 은퇴하고, 지난 여름 동안 미국 유명장소들을 캠핑차로 여행을 하며 익힌 간편 식사법을 우리에게 경험케 했다. 물론 반찬과 과일과 음료도 나왔다.  
 
“닥터 김, 플라스틱 쓰레기를 왜 봉지에 모아요?” 누가 물었다. “집에 가져가서 리사이클에 보내려고요.” “저 양반은 여름 여행 할 때도 유리는 유리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해서 처리했어요.” 부인이 말했다. “쓰레기 수거하는 관청에서, 유리병이나 유리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넣으라고 하는데, 유리 쓰레기는 모아서 저를 주세요. 우리 집에 모았다가 제가 처분 장에 갔다 줘서 리사이클 하게요.” 
 
전에 그가 우리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어떤 주에서는 리사이클을 강조하는데, 조지아는 느슨해서 자신만이라도 한다고. 플라스틱 쓰레기 공해가 세계적으로 심각해지고, 공해를 다 같이 받아도 모두들 무관심하지만, 다행하게도 닥터 김 같은 분들이 우리 가운데 늘어나고 있다.
 
점심을 먹고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곰을 주의 하세요”, 하는 경고문이 여기저기 걸렸고, 여기저기 선 쓰레기 통은 곰이 접근 할 수 없게 쇠통으로 디자인되었다.  
 
붉은 산의 영상이 호수 표면에서 찰랑이며 반짝인다. 호수 건너 앞산을 보니 붉은 단풍으로 단장한 산 전체가 봉긋한 무덤 모양이다. 산 속에 곰들과 수많은 동물들이 살고, 산의 식물들이 동물들을 먹여 살리니, 산은 동물들을 먹여 살리는 엄마의 풍만한 젖 가슴 같고, 봉우리는 붉은 단풍으로 부드럽고 곱게 채색되었다.  
 
“단풍들을 보니 하나님의 위대함이 느껴져요. 무궁한 세월 속에 산천 초목을 시절 쫓아 꽃피우고, 열매 맺고, 씨 뿌리고, 키우시고 그 속에 동물들도 먹이시고, 단풍으로 고운 산을 보니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은혜가 감사하게 느껴져요.” 
키 큰 단풍나무 동굴 같은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영숙씨가 말했다. 
“교회에서 말하시는 하나님 보다, 자연을 기르시며 단풍으로 가을을 준비하시며 말이 없으신 하나님이 내 영혼에 안식을 주시며 더 감동을 주시네요.” 
“그러니까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 
“풍성한 단풍이 일상에 매인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에게 자연의 은혜를 감동케 하고, 철학자 같이 생각하게 하네!” 
그런 말들이 섞였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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