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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니퍼의 꽃다발

오래전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마주치곤 했던 홈리스 여성의 이름은 제니퍼였다. 생기면 무엇이든 먹어 두어야 했던 제니퍼는 그래서 그랬는지 뚱뚱했다. 제니퍼에게 배우 제니퍼 존스를 닮았다고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은, 그녀에게도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제니퍼 존스라는 배우를 알 것 같은 나이로 보이지 않았다. 편히 누울 자리 없이, 떠돌아다니고 고생스럽게 살아왔을 여인은 어쩜, 제 나이보다 늙어 보였을 것 같다.  
 
가게는 성당 건너편 쇼핑몰 한구석에 있다. 토요일 새벽마다 몇 안 되는 신자들이 새 성전 건립에 지향을 두고 기도 모임을 하던 때였다.  
 
새벽 기도가 끝나면 그곳에서 아침 식사를 함께하곤 했다. 업소 현판은 빨간 배경에 흰 글씨로 식당 이름이 쓰여 있고, 한쪽 귀퉁이에 노란색 별이 붙어 있어서, 우리는 그곳을 ‘별 다방’이라 불렀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면서 음악 감상을 하던 다방에 익숙한 디아스포라들이었던지라 향수 때문이었나 나에겐 다방이라는 말이 정다웠다.
 
커피맛보다 커피향이 더 좋은 ‘별 다방’의 커피. 커피 생각은 기도 중 분심 잡념 거리였다. ‘제사보다 젯밥’에 정신이 가 있었던 셈이다. 또 다른 분심거리는 새벽기도가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것이라는 점이다. 성지순례를 하는 때라면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어렸을 때 가톨릭교회에서 새벽에 모여 함께 기도하는 경우는 없었다.  
 
제니퍼는 나와 기도에 참석하는 몇 교우들처럼 커피 향이 나는 ‘별 다방’을 애용하는 토요일 조식 단골손님이었다. 제니퍼가 다른 날에도 ‘별 다방’을 이용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주중 새벽에 내가 성당에 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늘 지나치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그날 아침에 말을 건네었다.
 
제니퍼와 말을 섞은 새벽은 꽤 쌀쌀했다. 날씨가 따뜻한 LA라고 해도 겨울철 새벽은 쌀쌀하다. 적당히 기분 나쁘게 으슬으슬하다. 내가 보았던 그녀는 그때까지 누구와 대화하는 적이 없었다. 항상 혼자였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쇼핑카트에 담아 담요로 덮고 이동하곤 했다.  
 
제니퍼에게 ‘별 다방’은 임시 주택이었다. 그곳 화장실을 이용하여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구를 해결했다. 점원이나 고객이 제니퍼를 깔보거나 방해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간혹 LA타임스를 테이블에 늘어놓고, 여기저기 들추면서 읽는 것 같았다. 보기 좋았다.  
 
얼굴은 희고 맑았고, 통통한 뺨이 늘 붉었다. 일본식 조리를 신은 두 발과 일부 노출된 다리는 항상 부어 있었다. 두 다리 피부가 팽팽해 조금만 건드려도 흠집이 나고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슬아슬해 보였다. 미니 홍이슬 포도 모양으로 고인 림프액 종(腫)도 여기저기 있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제니퍼가 어느 날 아침 ‘별 다방’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반가웠다. 그녀에게 그동안 어디 갔었느냐고 물었다. 심장과 폐에 물이 고여서 카운티 병원에 입원했었다고 한다. 종아리와 발에 있던 부종도 빠졌고 많이 여위었지만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본적 인권 중 하나인 쉼터를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별 생각 없이 살아간다. 우리의 육체, 정신, 감성은 하루라는 사이클을 쉼터에서 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매사가 편한 우리는 쉼터가 있다는 특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루 일을 끝내고, 하루 동안 모든 스트레스를 받아 준 아픈 어깨와 등판을 평평한 바닥에 누이고, 쉴 수 있고, 잠을 잔다. 그것은 큰 축복이다. 집이 없고, 무슨 이유에서든지 가족이 없는 노숙자들은 등을 누일 따뜻한 바닥이 없다.
 
이들은 배고픔, 추위, 더위를 견디려고 쉬지 않고 걷는다. 그러니 다리에 수종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수종은 치료해 주지 않으면 심장과 폐에 문제를 일으킨다. 끼니를 기약할 수 없으니까 아무것이나 생기면 먹어 두곤 한다. 그래서 몸무게는 조절될 수 없다. 건강이라는 말은 이런 노숙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치스러운 단어일 뿐이다.  
 
부활절을 지낸 다음 토요일 또 그녀를 ‘별 다방’에서 보았다. 그녀의 테이블 위에는 LA타임스가 널려져 있었고 그녀는 하늘색 아이섀도, 분홍색 입 연지를 바르면서 치장하고 있었다. 예뻤다. 그때 어디선가 빼빼 마른 키다리 아저씨가 불쑥 나타났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백인 아저씨는 활짝 웃으면서 몸 뒤에 숨겨 갖고 있던 꽃다발을 제니퍼에게 내밀었다.  
 
꽃들이 약간 시들어 보였다. 홈리스 아저씨는 여기저기에서 부활절 때 잠깐 쓰고 버려진 꽃들을 모았던 것 같았다. 한 묶음의 꽃을 건네는 아저씨와 꽃다발을 받는 제니퍼 모두가 활짝 웃었다. 둘 다 행복해 보였다. 한 폭의 그림이었다.  
 
5년 후 새 성전은 건립되었다.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왔던 제니퍼, 꽃다발을 받던 제니퍼, 그리고 꽃다발을 주던 노숙자 아저씨는 ‘별 다방’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LA에서 노숙자로 살다가 이 세상을 등지는 여자들의 평균 수명이 48세이고 남자들은 51세라고 한다. 나는 제니퍼와 그 아저씨가 어디로 떠나갔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군가 노숙자들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살았을 때 쉴 곳이 없던 그들은, 죽었을 때 영원히 머무를 곳이 있다네….’ 제니퍼와 백인 아저씨가 달리고 있다. 환히 웃고 있다. 그녀에게 받았던 꽃다발이 그녀 가슴에 안겨 있는 것이 보인다.  

전월화(모니카 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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