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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골라 다운로드 받듯 종교도 선택적 취사

종교와 Z세대 보고서 (1)

 Z세대만의 종교성이 있다. 그들만의 특성을 통해 새로운 종교적 영역이 구축되고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생으로 규정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에서 Z세대를 "가장 파괴적인 세대(most disruptive generation)'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들은 어릴때부터 디지털 환경 가운데 나고 자랐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러한 Z세대에게 종교란 또 다른 개념이다. 기성 세대는 Z세대의 종교성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가. 기독교 차세대 연구 기관인 스프링타이드연구협회(SRI)가 최근 '2021 종교와 젊은층의 현황 불확실성에 대한 탐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SRI는 이번 조사에서 미국내 13~25세 사이 젊은층의 종교성을 분석했다. 그들은 종교적이지만 정작 종교에 속하는 것은 거부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리고 자기주도적인 구도의 길을 걷고 싶어한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려
"형식·제도 얽매이는 것 거부"
자기 주도적 구도의 길 걷고

차라리 명상이나 요가 선호해


종교의 영역 속에서 Z세대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된다.
 
'신앙적으로 분리돼 있는(faith unbundled) 세대'.
 
보고서에서는 Z세대와 종교를 이렇게 비유했다.
 
스포티파이(spotify) 판도라(pandora)는 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그들은 음악을 들을 때 특정 가수의 앨범 전체를 사지 않는다. 좋아하고 즐겨 듣는 노래만 '한 곡'씩 골라서 다운로드를 받은 뒤 자신만의 특정한 트랙을 만든다.
 
SRI 조시 패커드 박사는 "젊은 세대는 아티스트와 앨범을 분리해서. 취향에 맞게 자신 만의 재생 목록을 만든다"며 "종교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종교적 행위나 종교 제도권에 얽매이기보다 본인에게 맞는 신념 교리 영적 활동 등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종교 활동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Z세대는 종교와 관련한 대답도 솔직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58%)이 '종교나 신앙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나 자신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종교 기관에 대해서도 다소 반감을 나타냈다.
 
응답자 2명 중 1명(54%)은 '종교 커뮤니티는 내 곁에 있어 주기보다는 내 문제를 고치려 든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콜렛(23)이라는 여학생은 보고서에서 종교 기관에 속하기보다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겠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 관리를 하고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산책을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Z세대가 종교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 10명 중 7명(71%)은 '나는 종교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78%가 '나는 영적이다'라고 답했다. 대다수의 Z세대가 영적인 것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 종교 기관이 신앙 공동체 일원 등 제도권 종교는 실제 Z세대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분이 안 좋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힘들 때 Z세대는 친구(55%)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눈다. 이어 가족(49%) 급우(20%) 등의 순이다. 반면 신앙 공동체 일원(16%)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Z세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Z세대와 종교인들은 그리 가깝지 않다.
 
Z세대에게 '만약 집 밖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개인적으로 만나러왔다면 그 사람이 누구이겠는가'라는 질문(중복 응답 가능)을 던졌다.
 
Z세대는 단연 친구(64%)를 꼽았다. 이어 친척(44%) 선생님(26%) 코치(15%) 등이다. '신앙 그룹 리더일 것 같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는 Z세대와 종교인간의 관계성에서 어느 정도 괴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 Z세대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 대해서도 질문(중복 응답 가능)을 던졌다. Z세대는 학교(29%) 일터(22%) 쇼핑(22%) 등을 꼽았다. 반면 교회(18%) 신앙적 모임(11%) 등은 다소 낮았다.
 
보고서에는 "대다수의 젊은이가 자신을 '종교적'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특정 공동체의 속해 있다거나 종교 집단의 구성원으로 활동하지 않는다"며 "대신 Z세대는 종교와 분리된 상태에서 그들만의 종교성 영적인 길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겨있다.
 
실제 설문에 응한 Z세대 중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규정한 이들 중 52%만이 '과거 종교 단체 등에 소속됐었다'고 답했다. 반면 48%는 자신을 크리스천으로 규정하면서도 '어떠한 종교 단체에도 속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Z세대 사이에서는 종교계 전반에 걸친 불신도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에 속한 Z세대 중 ▶52%는 소속 종교 기관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음 ▶약 1/3은 신앙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음 ▶5명 중 1명은 특정 종교에 속해 있으면서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패커드 박사는 "그동안 종교계 지도자들은 젊은층을 이해하는데 있어 잘못된 관점으로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여 왔다"며 "젊은층에 대한 과거의 범주들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우리는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무엇을 믿는지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Z세대에게 삶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활동(중복응답 가능)이 무엇인지 물었다. Z세대는 음악을 듣는 일(59%)을 꼽았다. 이어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56%) 가족과 시간 보내기(55%) 애완동물 돌보기(48%) 야외 활동 하기(44%) 순이다. 종교 관련 활동은 없었다.
 
☞스프링타이드연구협회 조사는
 
Z세대에 해당하는 전국 13~25세 사이 1만27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질적 연구 분석을 위해 150명 이상이 심층 인터뷰에도 참여했다. 이번 조사는 성별 연령대 인종별 지역별 등 비례에 맞게 표본을 할당했다. 신뢰도는 95%(오차범위 ±3%)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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