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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연장전(延長戰) 게임 인생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축구는 11명이 한 팀이 되어 발로 공을 차서 상대편의 골문에 넣는 경기다. 2022년 FIFA 월드컵은 중동 카타르에서 11월에 열린다. 축구는 전후반으로 총 90분간 시합을 한다. 승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연장전 30분을 더 치른다. 관중들은 90분 게임의 혈전보다도 연장전 게임에 더 흥분한다. 내 생애를 축구경기에 비교해 본다. 지금은 연장전 인생을 살고 있다.
 
내 생의 전반부는 변화무쌍했다. 민족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 태어나 6·25 전쟁과 4·19혁명, 5·16 군사 쿠데타를 초중고 시절에 겪었다. 모두 가난했다. 고학과 자취생활로 대학을 마치니 국방의무를 3년간 해야 했다.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기습사건 이후다. 20대 후반에 시작한 미국생활은 날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일하고 공부하며 대학생 복음 선교를 하랴 매우 바빴다. 미국 큰 도시와 독일 등 유럽에 대학생 복음선교 지부가 결성되고, 철 따라 열리는 수양회와 선교대회준비로 동분서주했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이 연년생으로 태어났다. 애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일도 버거웠다. 막일로 그로서리 채소, 과일, 신발가게 일과 가발, 패들러, 택시 운전 등등을 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으나 열정과 패기로 이겨냈다.
 
후반부 인생은 쉬운 듯했다. 네 자녀 대학교육 비용이 큰 부담이 되었다. 미국에서 부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장사로 쉽게 부를 축적해 갔다. 그러나 나는 다른 것에 이상을 두다 보니 현실에서 많이 뒤처졌다. 렌트해 살던 아파트가 코압이 되어서 그 집을 팔았더니 씨드 머니가 생겼다. 70년 된 개인 집을 사서 살다 집값이 올라서 집을 담보로 대학 학자금을 해결했다. 보험 대리인과 브로커로 25년간 일했다. 건강보험이 없어 망막해 하던 동포들께 그룹 건강보험을 소개해 드렸다. 출산과 지병을 치료하는데 많은 동포가 혜택을 보았다. 인생 후반전은 큰 고생하지 않고 지나가는 듯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췌장암이라는 큰 복병이 나를 덮쳤다.  
 
2018년 봄부터 체중이 조금씩 내려가고 배가 아픈 증세를 느꼈다. 병원에서 CT Scan을 했더니 췌장암 3기란다(2019년 3월). 항암 치료를 4개월 하고 8월 말에 입원하여 15시간 수술을 받았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의 응답으로 하나님이 당신의 군대 천군 천사들을 보내어 주치의를 도우사 암세포(사탄의 무리)를 깨끗이 물리쳐 주셨다.  
 


내 연장전(延長戰) 게임 인생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와 가족과 친지들의 사랑에 힘입어 시작되었다. 전·후반전에서 승부를 결정하지 못한 경기는 연장전에서 꼭 이겨야 한다. 나는 퇴원(2019년 9월)한 후부터 내 혼과 영과 육의 근력을 단단히 키워오고 있다. 그에 맞는 영양을 매일 섭취하며 운동을 한다. 연장전 인생은 이생의 자랑을 추구하는 때가 아니다.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이다.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 때다. 살아 숨 쉬는 그 자체가 생의 기쁨이니까.  
 
젊은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지긋이 웃음 짓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복이겠지. 돈도 절약만 하는 습성에서 벗어나 넉넉하게 쓰고 베푸는 삶이 나를 더 기쁘게 할 것이다. 연장전 인생은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꼭 글을 쓴다. 색소폰 연주로 감성을 표현하고 하나님을 찬양한다. 시간을 아끼고 자존심과 권위를 버린다. 혼자서도 삶을 즐기는 연습을 한다. 골프 등 걷는 운동을 매일 한다. 연장전 인생에서 승리는 내 것이다.

김바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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