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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류를 보는 미국인들의 달라진 시선

 지난 10년 동안 한국 대중음악·영화·드라마·음식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K-Wave)’라는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오랫동안 나의 대답은 “라떼는 말이야”의 변형이었다. 1970~80년대에 한국에서 지낸 행운을 누렸고 세계가 한국의 멋진 가능성에 눈뜨기도 전에 이미 그 잠재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돼 서울로 갈 준비를 할 무렵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라고 소개했을 때 그들이 놀란 표정을 짓던 모습이 기억난다.  
 
팬데믹으로 자가격리 중인 대중에게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한국의 문화 콘텐트는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을 알게 되는 핵심적인 렌즈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콘텐트는 계속해서 경계를 허물며 놀라움과 자극 그리고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는 항상 한국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는다. 최근 몇 주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전망도 한국의 대선 상황도 아니었다. 바로 “당신은 오징어 게임을 보았는가?”였다. 봤다고 해놓곤 외교관답게 질문자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기다린다. 이럴 때면 경쟁, 불평등, 공정, 자본주의, 민주주의와 선택의 자유, 폭력, 세대·문화 격차, 한국과 미국의 유사점, 언어, 성 역할 등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대화가 이어진다.
 
얼마 전 외교정책 전문가들과 한국 대통령의 임기와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왜 그렇게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라고 말한 참석자도 있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라는 사실 자체보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실제 한국에서의 경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맥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보편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호소력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역대 한국 정권과 많은 한국인들은 수십 년간 미국인들이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는 것조차도 부정적이거나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걱정해 왔다. 1980년대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미국 드라마 ‘매시(M.A.S.H)’에 대해 한국인들이 불평했던 것을 기억한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야전병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였는데 한국인들은 이 드라마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이 왜곡되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미친선 조직인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미국인들이 한국전쟁을 잊고 싶어 하던 무렵인 1957년 한국에서 군 복무를 하고 퇴임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지난해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버추얼 갈라쇼를 통해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들과 방탄소년단(BTS)에게 밴 플리트상을 수여했다.  
 
언뜻 부조화스러울 수 있는 조합이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오래전 함께한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해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는 뉴욕의 상징인 플라자 호텔에서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연례 만찬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는 GM과 LG의 전기자동차 생산 노력을 치하하는 한편 한·미 양국이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번 연례 만찬 행사에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용사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애석했다. 생존한 참전용사들의 숫자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4일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구역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관 건립을 위해 마지막 일생을 보냈던 한국전 참전용사 존 스티븐스 대령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참배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역사와 그 역사를 일군 사람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그 노고를 연구하고 계속 배워가야 한다. 동시에 미국인과 한국인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이런 변화하는 시선이 양국 관계의 미래와 세계 속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정립할 것이기에 앞으로 보다 심도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
 

캐슬린 스티븐스 / 전 주한 미국대사 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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