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아, 네가 가을이라면

서녘 숲속으로 들어섰다.
 
어스름 황혼
 
자줏빛하늘 아래
 
빽빽이 서 있는
 
키 큰 나무들
 
어두워진 녹색으로
 
깊어가고 있다.
 
시커먼 웅덩이에 피어난
 
포도나무 덩굴
 
붉은 과육
 
피처럼 넘쳐 흐르며
 
어둠은 만조가 되어 밀려온다.
 
 
 
불타는 날개 달고
 
마구 떨어지는
 
척박한 잎사귀들
 
상처 난 가슴으로  나를 기다린다.
 
 
 
항상 으르렁대는  가련한 나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나 자신에게 한 모든 일은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들을 수는 없지만
 
울려오는
 
영원에 가까운 소리
 
하얀 서리 되어
 
내 안에 쌓인다.
 
 
 
아,
 
네가 가을이라면

이춘희 / 시인·롱아일랜드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