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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결혼해도, 안 해도 그만

“큰아들이야?”
 
“아니 둘째.”
 
“한국말 잘하네.”
 
“한국말 잊어버릴까 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나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친구와 공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인덱스 펀드(Index fund)를 더 살까 말까 아들과 의논하는 나에게 친구가 물어본 대화 내용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영어로 말하면 한국말로 하라고 했다. 무조건 한국말만 사용한 덕분에 나는 영어가 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한국말을 곧잘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큰 아이는 아마존에서 정수기 워터 필터, 비타민 C와 D3, 선크림과 수분크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엔슈어(Ensure) 24개를 주문해서 보내준다. 쌀 사기가 무거워 힘들다고 지나가듯 말했더니 현미 쌀도 첨가했다. 대신 마더스 데이와 생일 선물은 생략하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우리 부부의 뱅가드 인덱스 펀드(S&P500, 시장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를 투자 관리해준다. 재미없다고 투덜대면서 공부한 아이의 전공 덕을 보는 것 같다.
 
“엄마, 주식을 하려면 성격이 느긋해야 해요. 마음 편히 오래 가지고 있으면 벌어요. 그러나 개별 종목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을 많이 올릴 수도 있지만, 잃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사고팔고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받아 일상생활을 편히 살 수 없어요”라는 아이 말에 일 년에 두 번 정도 얼마나 올랐나, 내렸나만 물어보고 기록해 놓는다. 작은 아이도 재정관리를 해 주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은 생략했다. 오히려 무슨 날이면 두 녀석에게 음식 대접하며 고맙다고 한다.  
 
두 아이는 주식투자 하는 것을 돕고 의논하며 함께 놀다 친구도 같아졌고 절친이다. 우리 부부는 전혀 아이들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장을 고만둔다고 해도, 어떤 여자를 사귀어도 무조건 격려한다. 식구끼리의 대화는 마찰 없이 잔잔히 물 흐르듯 평화롭게 이어진다.
 
만약 아이들이 결혼하면 어떻게 변할까? 그녀들이 잔잔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자며 평화를 깨는 것은 아닐까? 알아서들 잘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  
 
아이들도 데이트만 하며 결혼할 생각이 없고 나도 아이들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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