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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비행기 탑승 모습의 변화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1998년 8월 16일, L.A. 공항 아시아나 항공 개찰구 앞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가는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려고 수많은 사람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외국 사람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었다. 여름 휴가철이라서 관광객들로 미국에 왔다가 귀국하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 부부는 십 년 만에 한국방문 길이었다.   
 
“여러분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먼저 비즈니스석을 타시는 분들은 게이트로 나오십시오.” 드디어 비행기 탑승 안내방송이 있었다. 사람들이 개찰구 쪽으로 움직였다. “다음은 어린이와 병약자를 먼저 모시겠습니다. 어린애와 같이 가시는 분, 몸이 불편한 분은 먼저 개찰구로 나오십시오.”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한 사람씩 빠져나가게 된 개찰구 앞에는 사람들이 이중 삼중으로 둘러서서 만든 장벽 뒤에서 할머니를 부축한 젊은 여자가 길을 내 달라고 쩔쩔매고 있었다.  
 
그 심각성은 내 차례가 와서야 절실했다. 중간좌석에 배당된 우리 부부의좌석 번호가 탑승하라는 소리를 듣고 개찰구로 나갔다. 개찰구를 막아선 사람들의 등이 담벼락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여러분 다 타십니다. 누구나 다 타요. 좌석은 이미 배정되었어요. 그러니 좀 뒤로 물러서서 입구를 터 주셔요. 입구를 터 주셔야 사람들이 들어올 것 아닙니까!” 개찰 원은 구슬땀을 흘리며 누구나 다 탄다고 설득하고 있었다. 둘러선 중 장년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불만스런 얼굴, 화난 얼굴로 물러서지 않았다.  
 
1960년 1월 설을 맞으려귀향객들이 서울역에서 먼저 열차를 타려고 밀고 밀리며 계단을 내려오다 밀치고 넘어진 사람들, 31명이 밑에 깔려 죽은 사건이 생각났다. 서울발 목포 행 완행열차였다. 31명이 깔려서 죽고 41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1975년에도 추석 명절을 고향에서 쉬려고 귀성객들이 용산 역에 개찰구를 지나 먼저 기차 내의 자리를 잡으려고 빨리 뛰며 밀고 밀치다가 넘어진 사람 위로 사람들이 또 넘어지는 바람에 4명이 죽고 50여명이 중 경상을 입은 일이 있었다. 용산 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였다. 물론 정부에서 죽은 사람들 장례와 다친 사람들 치료비를 물어 주었다.  
 
교통부에서는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누구든 먼저 자리를 잡으면 앉아서 긴 여행을 하고 자리를 못 잡으면 서서 온종일 가야 하니 누구나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했던 환경, 그 환경은 오래전부터 그때까지 계속된 것이고 사람들은 반복된 경험에서 배운 대로 행동했다. 교통부는 승객 수에 맞게 배차하고, 좌석표제도 실시하고, 승차 절차도 관리했다.  
 
2006년에 우리 부부는 8년 만에 한국에 가려고 시카고 공항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대한항공을 타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이고 중 장년들이었다. 비행기 탑승을 시작한다고 안내원이 부르는 번호를 따라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터미널 좌석에 앉아서 자기들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1998년의 탑승 경험에 비하면 질서가 정연한 문명국 사람들이었다.  
 
불과 8년 사이에 어떻게 한국 사람들은,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렇게 빨리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는가 존경심이 일었다. “여러분 다 타십니다. 누구나 다 타요. 좌석은 이미 배정되었어요. 그러니 좀 뒤로 물러서서 입구를 터 주셔요. 입구를 터 주셔야 사람들이 들어올 것 아닙니까!” 울부짖던 8년 전 공항 입구 안내원의 모습은 빨리 지나간 옛 추억 속에만 있다. 지금은 어느 공항에서도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환경은 변하고 변하는 환경에 적응 못 하는 생물은 도태되고 적응하는 생물만이 생존한다는 학설이 있다. 버스고, 기차고, 야외 음악회고, 먼저 가야 자리를 잡으며 긴 세월을 살아온 나이가 든 한국 사람들이 보였던 1998년의 여객기 탑승 모습이 불과 8년 만에 일등국민의 탑승 모습을 보여 준 것은 나에게 너무 신선한 경험이었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급성장했고 자고 일어나면 변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 그들이 만든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빨리 변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하며 여기까지 온 대한민국 사람들 대단하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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