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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골드러시와 머니러시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대륙을 건너서까지 10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 이 폭발적 현상을 골드 러시(Gold Rush)라 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야 할 것은 금을 캐러 몰려든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번 사람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 오랫동안 꾸준히 돈을 번 사람들이다. 금을 캐는 채광 도구를 싸게 독점한 후 비싸게 팔았던 새뮤얼 브래넌, 금광 안으로 광부들을 실어 나르는 철도를 놓은 릴랜드 스탠퍼드, 금을 캐러 광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닳지 않는 질긴 청바지를 팔았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금광으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중 단연 부를 독점한 인물들이다.
 
누려야 할 것도 많고 가만히 있으면 나만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함에 투자와 투잡이 광풍 수준인 오늘날 수입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해졌고 돈 버는 법에 정석도 없어졌다. 2021년형 머니러시(Money Rush)는 경제생활에 대한 개념이 ‘잘 버는 것’에서 ‘잘 투자’하고 ‘잘 레버리지 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갔음을 이야기한다.  
 
저마다 갈고 닦은 지렛대를 가지고 새로운 금맥을 탐색하는 영리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 돈은 모으는 것이 아니라 굴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양동이를 들고 물을 떠나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놓은 수도관을 따라 물이 들어오게끔 하는 파이프라인 전략을 구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현대인들의 분주함이 예사롭지 않다.  
 


오늘날 경제용어가 된 파이프라인은 기존의 고정소득 이외의 지속적인 잉여소득, 부수입을 뜻한다.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 증가율이 훨씬 높은 시대다. 내 생활을 담당하는 월급 외에 부가적 수입이 필요함을 느낀 사람들은 또다른 수입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머니러시의 핵심은 투자와 투잡이다. 엄밀히 말하면 투자를 넘어 파이프라인의 다각화이며, 투잡을 넘어선 N잡이다. 코인에 몰빵하는 것보다 나쁜 것이 금융 문맹이라고 할 정도로 주식·부동산·코인·벤처 투자 등 투자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눈높이와 문턱도 낮아졌다.  
 
전통적인 투자 외에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N잡러 되기의 가장 활발한 활동 중 하나는 유튜브·틱톡과 같은 콘텐트 생산이다.  
 
머니러시 현상이 이토록 뜨거워진 배경은 단연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준비되지 않은 100세시대, 역시 준비되지 않았던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준비 강박증이 생겼다.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해진 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은 SNS 의존성을 높인다.  
 
그러나 SNS를 수놓은 화려한 인플루언서를 나의 준거집단으로 착각하게 되면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이는 과시적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MZ들을 주축으로 한 직장관의 변화와 자영업 여건의 악화는 불안을 증폭시킨다.  
 
세상의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플랫폼 경제를 고도화시켰고 디지털 플랫폼은 긱노동자들을 연결해주며 플랫폼 노동자들을 배출하는데 여념이 없다. 편리하게 디자인된 앱 클릭 몇 번만으로 잉여시간과 재능을 활용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엑스트라 머니를 위해 현대판 금광에 뛰어든 사람들, 머니러시 트렌드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나가는 동시대인들의 ‘커리어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할 줄 아는 지혜로움은 물론 직업관과 고용상황이 모두 빠르게 변하고 있는 오늘날 직업은 생계의 목적이 전부가 아니라 자아실현의 수단이라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

이향은 / 성신여대 서비스 디자인 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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