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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기금 모금의 ‘플러스 알파’

 남의 지갑을 여는 건 무척 어렵다. 그래서 기업들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에 골몰한다. 비영리단체가 기금을 모을 때도 마찬가지다. 돈과 교환해 줄 상품 없이 기부에 의존하는 비영리단체일수록 마케팅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모금 마케팅 전략에 필요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비즈니스의 경우엔 상품의 질과 가격이 첫 번째 요소겠지만, 비영리단체에겐 명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금 모금의 취지에 누구나 공감할 때, 모금 실적도 올라갈 수 있다.
 
둘째, 홍보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지녀도 많은 이에게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없다.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셋째, 투명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낸 돈이 기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사용됐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는 비영리단체와 기업의 큰 차이점이다.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입한 뒤,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그 돈을 어디에 쓰는지 관심 갖는 이는 거의 없다. 반면 비영리단체의 모금 활동에서 투명성은 때론 명분 이상으로 중요하다.
 


위의 세 가지를 비영리단체 마케팅 전략의 3요소라고 하자.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으면 금상첨화다. 기부 동기를 부여하거나 강화할 ‘플러스 알파’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플러스 알파는 때와 장소, 모금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렌지카운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 모금 활동 사례는 내달 11일 준공식을 갖는 OC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 기념비 건립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2010년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기금 모금 캠페인이 시작된 시기는 불과 16개월 전인 지난해 6월이다. 기념비 건립위원회는 한국전 발발 60주년인 지난해 기금 모금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건립위 보유 기금은 약 31만7000달러였다.
 
현재 건립위 기금 총액은 약 120만 달러다. 불과 16개월 동안 88만3000달러를 모은 것. 이 중 한국 보훈처가 지원한 23만6000달러를 뺀 64만7000달러가 개인, 단체의 기부금이다. 건립위가 짧은 기간, 그것도 많은 이가 경제적 타격을 입은 팬데믹 시기에 64만여 달러를 모은 비결은 뭘까.
 
첫째, 명분이 좋았다. 한국을 위해 희생한 미군 3만6591명 전원의 이름을 기념비에 새겨 영원히 기리자는 뜻에 공감한 이들은 선뜻 기부에 나섰다. 타주, 멀리 한국에서도 기부가 답지했다.
 
둘째, 홍보가 잘 됐다. 한국전을 실제 경험한 이, 자신 또는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인 이 등 다양한 기부자의 사연을 언론 보도로 접한 많은 이가 기부에 동참했다. 노명수 건립위원회장은 “다른 이의 사연을 접하고 마음이 움직여 기부를 결심했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셋째, 건립위원들은 모금과 지출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했다. 건립위원들은 모든 기부자 명단을 만들었으며, 회의를 할 때 음료, 식사 비용도 자비로 계산했다.
 
넷째,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활용했다. 고액 기부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기념비 표지판에 500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을 새겨 영구 보존하기로 했다. 기부자들의 이름은 기부액에 따라 별 1개(500~999달러)에서 5개(2만 달러 이상)로 구분돼 새겨진다. 건립위는 LA총영사관과 함께 지금까지 1000달러 이상 고액 기부자 250여 명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감사패를 전달했다. 내달 열릴 마지막 전달식에서도 20여 명이 감사패를 받는다.
 
노명수 회장은 “솔직히 총영사관에서 감사패를 준 것과 기부자 명단을 새겨 보존한다는 것이 모금에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부자들이 단순히 명예 때문에 돈을 낸 건 절대 아니다. 기왕 기부하는 김에 기부액을 늘린 고액 기부자가 좀 있었던 정도”라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모금에 필요한 ‘플러스 알파’ 요소를 건립위원회가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임상환 / OC취재담당·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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