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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투자] 자산 축적 3각형

누구나 희망하는 여유로운 노후
저축·근무기간·수익률이 핵심

3요소가 적당한 균형을 이뤄야
공격·보수, 일방적 투자 경계를

 자산 축적에 비결은 없다. ①저축액 ②일하는 기간 ③수익률을 잘 관리하면 된다. 아무리 뛰어난 경제학자라 할지라도 이 범주를 벗어나서 조언해줄 수 없다. 세 요소를 삼각형의 변으로 보면 ‘자산 축적 3각형’이 된다. 변의 길이가 길어서 삼각형의 면적이 커지면 자산 축적도 많아진다. 자산 관리는 이 세 가지에 균형 있게 접근하면 된다. 한쪽에 치우치게 되면 위태롭게 된다. 대표적인 게 ‘파이어족’과 ‘원리금보장족’이다.
 
‘파이어족’(FIRE)은 저축을 많이 하고 자산 운용수익률을 높여 재정 독립을 이룬 뒤, 빨리 은퇴하려는 집단이다. 하지만, 여기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 소득의 60% 이상을 저축하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못한다.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아 직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젊을 때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가을이 돼도 추수할 게 별로 없다. 혹은 소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현재 누려야 할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된다. 20대 유럽 여행과 70대 여행 경험은 전혀 다르다. 시간을 되돌려 경험을 살 수 없다. 때에 맞게 해야 할 것이 있는 법이다.  
 
또한, 운용 수익률을 높이려고 투자 위험을 감수하다 오히려 운용 성과가 낮아질 수 있다. 파이어족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잘 될 것 같은 주식 종목 몇 개에 투자하든지 혹은 신종 자산에 투자하기도 한다. 자칫하면, 투자 실패로 인해 은퇴를 늦추고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차입을 했다가 부채 가치는 그대로인데 보유자산 가격은 하락하는 경우다. 45세가 아닌 75세에 퇴직할 수 있다. 파이어족은 자산 축적 삼각형으로 보면 일하는 기간은 크게 짧고 나머지 둘을 늘리는 경우로, 한 변은 짧고 다른 두 변이 긴 기형적인 삼각형 모양을 보인다. 툭 건드리면 옆으로 넘어질 불안정한 모양이다.
 
이와 반대되는 행태는 자산운용을 극히 보수적으로 하는 ‘원리금보장족’이다. 많은 사람이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노후 준비를 한다. 사적 연금의 90%가 1%의 낮은 수익률로 운용되고 있다. 노후 준비 자산은 절대 안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퇴직연금 자산운용 수익률이 7% 정도에 이른다. 1%와 7% 수익률의 차이는 크다. 1%로 운용하면 자산이 두 배 되는데 70년이 걸리지만 7%로 운용하면 10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7%로 70년 운용하면? 자산이 114배로 불어난다. 최근에 미국에서 연금 백만장자가 급증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원하는 노후 대비 자산을 만들려면 자산 축적 삼각형에서 저축을 늘리든지 일하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저축을 늘리는 것도 일하는 기간을 늘리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전문직 종사자가 아닌 이상 은퇴 시점을 마음대로 늘리기 어렵다. 현재 노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미래가 답답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자산운용 수익률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그나마 코로나19 이후 연금 시장이 변하고 있다. 연금 상품에 ETF(상장지수펀드)와 TDF(타겟데이트펀드) 등 투자상품 가입이 증가하고 있다.  
 
파이어족이나 원리금보장족 모두 운용수익률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전자는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면 수익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투자시장은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고수익 추구에 미래를 맡기는 것은 우연에 나의 노후를 맡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자산운용 기간에 따라 자산의 위험이 달라진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예금은 실질금리 변동으로 말미암아 단기에서 안전자산이지만 장기에서는 위험자산이 된다. 장기에서는 오히려 물가연동국채가 안전자산이 되고 주식의 위험이 줄어든다.
 
파이어족 중에 자산 축적에 성공해서 일찍 은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 비중은 작을 것이다. 노후 준비는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가능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된 ‘자산 축적 3각형’을 그리고, 형편에 따라 조금씩 조절하면서 나만의 삼각형을 만들어가면 된다.

김경록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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