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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전통의 대물림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는 쑥스러워 서먹서먹한 자리가 된다. 마찬가지로 눈에 설은 볼거리나 먹거리, 귀에 익지 않은 소리에도 다가서기가 망설여진다.  
 
패션이란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한다지만 거북한 모습을 보이는 때도 많다. 한복이 그렇다. 개량 한복은 나무토막처럼 뻣뻣하고 곧은 선에다 쓸데없는 노출로 역겹게 한다. 나긋나긋이 우아한 선을 보여주는 옛 한복을 그대로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건설현장 착공식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베니어판으로 모래 바닥을 가리고 제삿상을 올린다.  제삿상 앞줄 한가운데 말쑥하게 면도를 한 돼지 머리가 히죽이 웃고 있다.  
 
미국인 공사감독들이 돼지에 큰 절을 올린다. 기다란 다리를 구부리어 엉거주춤 세 번씩 절을 한 카우보이들이 돼지 입에 10달러짜리 거액을 물리고 장난스러운 몸짓을 하며 떠들썩하게 웃는다. 문화의 차이다.  
 


유럽의 성당들을 어둡고 칙칙하다. 중국의 절이나 궁궐들은 현란한 원색의 빛이 당혹스럽다. 깨끗하게 상품을 정리해 놓은 일본의 백화점이나 마켓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
 
남대문을 비롯해 왕십리, 영등포와 모란의 질펀한 시장바닥이 넉살 좋은 사람들의 푸짐한 인심으로 채워지는 한낮을 그리는 촌사람이 되고 만다.  
 
우리의 민요가락에 흥이 나고 대중가요의 아픈 뜻을 풀이하며 마음이 젖는다.    
 
우리는 누구인가, 5천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채 세계의 구석구석을 채우며 살아가는 동포다. 이제 2세에 자리를 내주어 할 때가 오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을 준비해 갖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          
 
정의와 자부심으로 떳떳이 살아온 길이라면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2세들은 벌써 알아채고 그들의 갈 길을 찾아내리라 믿는다. 말보다 몸짓이 더 진한 길잡이이기에.  

남철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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