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시] 가을 기도
언뜻 스치는 한 줄기 찬바람이홀로 새벽을 깨울 때
텅빈 가슴 내밀어
서늘한 기운으로 부풀게 하소서
숨가쁜 땡볕의 흔적
길게 늘어진 그림자 추슬러
하늘거리는 햇살아래
알알이 고개 숙인 열매이게 하소서
한 여름내 무성했던
짙푸른 상념의 잎사귀들
가을 빛 삭힌 단풍이게 하시어
그 빛깔로 내 언어를 채색하소서
저녁 풀 벌레소리
별 빛 여운으로 숲속에 들 때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
국화 꽃잎 위에 이슬로 내리게 하소서
서러운 지난날의 기억들
해거름 석양이 드리울 제
노을빛 그리움으로 번지어
빈 들녘에 연기로 피어나게 하소서
강말희 /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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