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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펫팸]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그들

 한국을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반려동물의 운명은 대부분 두 가지 부류다. 하나는 가족과 여행을 떠나거나 이민 등으로 함께 살기 위해 오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미국 입양을 목적으로 오는 경우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입양아를 수출하는 국가로 악명이 높다. 여러 아동복지회가 이에 관여했는데 국내입양도 많이 주선하지만 국내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은 해외입양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요즘은 많은 유기된 반려동물이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2005년 한국의 황우석 박사에 의해 복제돼 1호 복제견으로 명성이 높았던 ‘스너피’는 아프간하운드품종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이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실에 바쳐질 정도로 오래 역사를 가진, 모습도 우아한 품종이다. 한국의 동물병원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그 귀한 개가 어느 날 필자가 일하는 동물병원에 나타났다. 강아지 호텔의 투숙을 위해서다. 1주일의 투숙비를 지불했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보호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보호자와 전화 연락도 닿지 않는 상태에서 결국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등록된 주소지까지 찾아가 봤지만 허위주소라는 사실만 알게 됐다. 동물병원에 유기된 우아한 외모의 아프간하운드는 더는 갈 곳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병원에 유기견과 유기묘를 치료하러 방문하던 동물보호단체가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로 해외입양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덩치가 있는 개들은 한국에서 입양되기 어려운 현실이고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 품종 입양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해외입양을 위해 마이크로칩도 삽입하고 건강검진서를 작성한 뒤 광견병 예방접종 후 증명서도 발부해주었다. 그리고 두 달 후 그 아프간하운드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의 지인은 일 년에 한두 번 한국을 방문한다. 한번 가면 한 달씩 머물기 때문에 갈 때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한국을 간다. 그런데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때는 원래 데려갔던 반려견 말고도 또 다른 개들을 데리고 온다. 바로 미국으로 입양 오는 애들을 데려오는 것이다. 이름하여 ‘해외이동봉사’이다. 평소 한국의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를 많이 하던 지인은 동물보호단체의 부탁으로 미국으로 들어올 때마다 입양견들을 동반해서 들어온다. 그리곤 미국에 도착한 후 미국의 연계된 동물보호단체 스태프에게 그들을 보낸다.  
 


얼마 전 펫 저널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강아지를 키우는 미국 거주 한인의 사연을 읽은 적이 있다. 비록 소형견이었지만 한국에서 새 보호자를 만나는 데 실패해서 결국 미국까지 입양된 것이다. 그런데 해외 입양견들은 대부분 대형견이나 믹스견이 많다. 한국에서 새 보호자를 찾기가 특히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한 개인 구조자는 지난 4년 동안 유기견 600마리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고 한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동봉사자를 찾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요즘 어린 시절 입양되고 나서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거나 부모를 찾고자 노력하는 많은 입양아의 사연을 접한다. 그들은 행복한 기억도 많지만 피부색이 다른 부모 밑에서 자라는 동안 많은 혼돈의 시기를 겪기도 했단다. 미국에 입양된 한국의 반려동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들이 과거 기억 속 보호자를 기억할 수 있을까. 생경한 미국 땅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그래도 그들에게 이런 기회가 있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적어도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평생을 살 거나 안락사로 일찍 삶을 마감하는 것보다는 이런 운명의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은 그들에겐 축복일 것이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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