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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바다의 미사일

 투나, 참치, 다랑어 다 같은 명칭이다. 한국의 공식 명칭은 다랑어다. 평균 시속 60km이며 순간 최대 시속은 160km이기에 바다의 미사일이란 명칭이 붙었다. 
 
매년 이때쯤이면 (늦여름부터 가을의 끝까지) 투나 낚시 계절이다. 낚시 중에 제일 흥미로운 바다의 진짜 낚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기의 허락이다. 계획된 날짜 2박 3일의 안전한 날이 필요하다. 음식, 생필품, 장비, 의약품, 여벌의 옷, 기타 등등 장비도 만만치 않다. 중장비에서 오징어 낚싯대까지 준비가 필요하다. 밤의 기습을 기다리는 불침번의 싸움이다. 등록된 일행들은 모두가 부지런한 Deep fishing의 꾼들이다.
 
출항을 알린다. 뱃고동 울리는 항구의 바람, 만선의 밧줄을 풀었다. 파도를 헤치고 방향을 잡는다. 13노트의 8시간 뱃길은 모처럼 평온했다. 피로함과 밤의 기습을 위한 잠을 자야 한다. 먹는 사람, 책을 뒤적이는 사람, 바늘을 매듭짓는 사람, 모두가 바쁜 움직임으로 순탄한 항해는 큰 꿈을 실었다. 어느새 7시간의 뱃길을 달렸다. 다랑어들이 있는 근처에서 트롤링(미끼의 모형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길게 줄을 풀어 선박에 10개 조 이상을 편성해 저속으로 끌고 가면 다랑어가 쫓아와서 물고 늘어지는 방법)을 시작했다. 운이 좋은 줄에 몇 마리가 잡혔다.  
 
어느덧 어둠이 짙어간다. 해가 떨어지면 먹이활동이 시작된다. 모두가을 바다 바람막이 준비에 중장비 릴에 물속에서 보이지 않는 줄에 바늘을 미끼 속에 감춘다. 미끼는 Butter fish, Sardine, Squid(현지 조달로 살아 움직이는), 그리고 선장의 다랑어 위치 방송을 들으며 줄을 내린다. 칠흑의 밤, 대낮같이 불을 밝히면 거대한 상어, 돌핀, 새치, 황치들이 고요히 잠든 밤을 찾아오는 손님들이다. 제일 귀찮은 일은 상어의 출현이다. 어떤 때는 한참 줄다리기를 하며, 줄을 끊어야 하고, 투나를 잡아 올리고 있을 때 쫓아와 절반을 꿀꺽하는 황당한 일도 종종 있다. 그리고 오징어가 수면 위에 떠돌면 잡아서 산 미끼로 쓰면 효과가 크다. 많이 잡아서 집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모두 꾸벅꾸벅 졸며 밤을 지새운다. 갑자기 낚싯대에 알람이 울리며 줄이 풀려나간다. “Fish on.” 비상이다. 한밤중의 대서양의 메아리는 멀리 퍼져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투나는 미끼를 물면 발사된 미사일처럼 끌고 도망을 간다. 정신없이낚싯대를 잡고 멈출 때까지 풀어 준다. 순간 멈춤이 오면 빠른 속도로 감아 팽팽한 힘의 대결을 해야 한다. 늦추면 바늘이 빠지고, 아니면 잘못된 매듭이 끊어지거나 풀린다. 놓치는 허탈감의 맛도 보지만 끝까지, 앞으로 옆으로 뒤로 쫓아다니며 감는다. 힘의 대결이다. 대형 투나가 걸리면 결사적인 힘의 대결이다. 서로 힘이 지치면 수면에 띄우는 최종 수단으로 투나는 옆으로 누워서 오르락내리락 여러 번을 반복한다. 물 위로 올라올 때 빨리 감아서 싸움을 끝내야 한다. 갈고리로 찍어 올린다. 때로는 창살을 던져 찍어 올리기도 한다. 투나의 꼬리는 갑판을 수없이 때리며 길을 떠난다. 머리를 자르고 내장을 빼내고 얼음 속에 파묻는 과정이 연속된다. 이런 밤 속에 Chuming을 (미끼 생선을 잘게 썰어서 물살의 방향을 향해 뿌린다) 계속해야 Tuna school을 부른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Jigging(가짜 물고기 형태의 납덩이 모형)을 계속 오르락내리락 흔들어 대면 덥석 물고 늘어지는 방법으로 잡는다. 미끼를 내려서 잡는 것보다 너무너무 재미가 있다. 깊은 밤이나 동이 틀 무렵 그들은 다시 먹이 사냥이 시작되며 순식간에 갑판은 난장판으로 동료와 가족을 잃고, 또는 바늘을 물고 종횡무진 먼 길을 떠나는 미사일의 수난이 막을 내린다. 오랜만에 떼를 만난 허드슨 캐논을 뒤에 두고 온, 피곤한 잠 속에 항구의 등불이 비추고 있었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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