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휘자’ 아닌, 지휘자로 불리고 싶어”
NYT, 김은선 SFO 음악감독 조명
100년 역사 첫 아시안·여성 감독
“클래식 음악산업 변화의 신호”
뉴욕타임스(NYT)가 19일 세계적 오페라단인 SFO의 김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가 여성, 그리고 아시안 최초로 100년 역사의 이 오페라단 음악감독을 맡으며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오페라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극찬했다. NYT는 “SFO가 그를 임명한 것은 곧 클래식 음악산업이 변화할 것이란 신호”라고도 전했다.
김 감독은 아버지인 김성재 전 한국 문화부 장관,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공부했다. 대학에선 작곡으로 전공을 바꿨고, ‘라보엠’을 연출하는 것을 눈여겨 본 교수의 추천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당시 교수는 “여자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여성’이라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국 최초의 산부인과 여의사였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김 감독은 “과거엔 할머니를 모두 ‘여의사’로 불렀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나도 그저 지휘자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정식 부임한 김 감독은 갈수록 줄고 있는 오페라 관객 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이미 오페라 관객 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꾸준히 줄었다. SFO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며, 관객 평균 나이가 67세에 달하는 관객 고령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색인종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관련 산업이 어려워진 이유다. 2018년 기준 SFO 관객의 70%는 백인인데,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백인 비중은 53%밖에 되지 않는다. SFO는 김 감독을 선임하면서 유색인종 사이에서도 저변이 넓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 감독 역시 도전할 준비가 됐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사람들과 오페라를 연결할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며 “오페라는 지루하거나 늙지 않았다.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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