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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국 드라마의 '불편한' 인기

‘한 번도 안 본 사람들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한다.  
 
쉽게 헤어나기 힘든 좋은 것들,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우리의 불편한 현실을 반영한 상업예술들이 내게는 그렇다.  
 
마음을 가득 채우며 감동을 주는 영화와 드라마들이어서 남들에게 엄지를 치켜 올리며 권하지만 그 내용을 다시 찾아서 반복해서 보고 싶지는 않다.  
 
특히 지독하고 잔혹한 현실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들은 자꾸 보다 보면 심리적으로 매몰된다는 걱정도 하게 된다. 작품이 어려운 시대, 깊어지는 갈등, 커지는 상처를 묘사한다면 더욱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다.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회 현실의 모습은 상업예술에 여과 없이 투영되고 수많은 작품으로 배출됐다. 그리고 인기를 모았고 주목을 끌었다.  
 
한국인들을 포함해 지구촌 주민들이 열광했다는 ‘D.P.’(넷플릭스 제작)는 아직도 전쟁 중인 한국 군대의 금기시되는 내면의 이야기를 담았다. 국토 방위의 현장에 횡행하는 비인간적 폭력을 담았다.  
 
어떤 사회이건 그 사회의 단면은 사람들이 모여있을 때 발현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군대와 교도소인데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한 모습과 현실을 담은 것이 흥행의 비결이란다.  
 
세대의 차이가 있어서 일부 요즘의 군대 모습을 물었더니 후배들이 놀랍게도 드라마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았다고 귀띔한다.  
 
사회가 정한 룰과 기준에서 배제되고, 또는 거부하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시에 일탈과 거부를 대하는 사회의 시스템은 여전히 가혹하며 공포스러울 수 있다. 상업예술이 이런 영역에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조직 폭력, 국가 폭력, 사회적 무관심, 부당한 죽음, 마약 중독 등의 소재가 사실상 검열의 압박 없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고참이 몇 달 늦게 입대한 후배 군인을 성추행하고 인격적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현실이냐고 묻는다. 한국은 그런 곳이었고, 아직도 그런 곳이냐고 묻는다.  
 
전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빠른 진보를, 가장 빠른 산업화를 이룩한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과 같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살인 게임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은유와 허구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분명 현실의 일부분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마이네임(넷플릭스 제작)’을 본 청년들이 아직은 보수적인 세대가 존재하는 한국에서 그토록 마약이 확산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해줬다.  
 
이쯤되면 충분한 사리 판단과 경험을 갖고 있는 성인들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디까지 아는 척하고 어디까지 모르는 척 해야 할까.  
 
이런 난감함의 근원이 오히려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니 더 깊은 자괴감이 솟아난다. 나 뿐일까.
 
애써 아름다운 것들만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실제 그렇게도 되지 않는다.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현실을 알지 못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추구하려고 한다면 그 것 역시 허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한국 상업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던 비밀을 왈칵 들켜버린 기분도 든다. 이런 불편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보다.  

최인성 / N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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