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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중국이 미국을 이긴다면…

 미·중 갈등은 이제 총만 쏘지 않을 뿐 사실상 전쟁에 가깝다. 패권경쟁이라 불리는 이 싸움을 세계는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고래들 싸움에 행여 등이 터질까 걱정하는 새우 신세 나라가 75개나 된다고 한다. 한국도 그중 하나다.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반중(反中) 동맹 규합에 나서고 있고, 중국은 그럴 경우 후환이 따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세상 모두 ‘어느 편에 서야 하나’ 문제로 고민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은 나라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 중국과의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할 때 생각해볼 게 하나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결과에 따라 이뤄질 미래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중국이 새로운 패자로 등극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참고할 서적이 하나 있다. 영국의 마틴 자크가 펴낸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펼쳐질 17가지 변화를 예언했다. 첫 번째로 “중국 중심의 세계사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계의 수도가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하며 “조공 제도가 새로운 형태로 돌아 올 것”이라고 했다. 또 “국가가 중심이 되지만 시민사회는 덜 중시되며 권위주의적 유교 전통에 의한 통치가 선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전망은 10년 전 것으로 중국의 부상을 관대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여러 거친 행태는 중국 주도의 미래상에 우려를 갖게 한다. 먼저 역사부터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인권위원회가 한국 전쟁을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규정한 것이 그런 예다. 북한남침 사실은 쏙 빼고 있다. 김치도 ‘중국 음식’으로 선전되는 판이니 우리 민족의 정체성마저 흔들릴까 걱정이다. 중국 당국자는 “소국은 대국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판 조공제도’가 도래할 게 뻔하다.
 
중국식 권위주의에 의한 사회 지배 역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중국은 기술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쓴다기보다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디지털 레닌주의’가 그것이다. 개인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부상하게 되면 펼쳐질 이런 미래상에 대한 전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미·중 패권경쟁을 우리가 ‘안미경중’의 입장에서만 살핀다는 게 혹시 너무 안이한 자세는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미·중 싸움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세상에서 살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를 ‘안미경중’ 차원에서만 따지는 건 너무 안이해 보인다. 중국도 세상의 마음을 얻어 미국을 이기려면 이웃 나라의 이런 우려부터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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