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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임팩트] 자신감을 능력으로 착각하는 리더

리더들의 성공률은 26%에 그쳐
부족한 능력을 우월감으로 포장

‘자신의 무지’ 모르는 자기망상
그들의 실패는 우리 모두에 피해

 민간이나 공공영역에서 리더 지위에 오른 사람들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수년 전에 전 세계 인사전문가 1만여 명에게 각 분야 리더들에 대한 평가를 묻는 연구를 수행했다. 리더십 성공률은 26%에 지나지 않아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우여곡절 끝에 리더 자리에 올라도 성공한 리더로 평가받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리더십과 성격 특성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여기에 관여하는 대표적 성격이 자신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자신감 수준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정치인은 리더로 선출되기 어렵다. 강렬한 자신감과 자기 몰두를 리더십 특성으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 유능한 사람인가.
 
자신감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자신감 있는 사람은 활기차고 호소력이 강해 타인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유리해 업무수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족한 능력을 자신감으로 포장하는 자기기만적 행동도 가능하다. 능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채용 면접에서 지원자의 강한 자신감은 능력 부족을 가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실제 능력은 더 좋지만 평범해 보이는 경쟁자를 제칠 수 있다.
 
능력이 전제되지 않는 지나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20여 년 전 코넬대의 더닝과 크루거 두 심리학자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를 밝혀냈다. 학생들에게 논리력 시험을 치게 한 후 자신들의 예상 점수 순위를 적어내게 했다. 학생 스스로 예상한 점수 순위와 실제 점수 간 차이를 학생의 자신감 점수로 보았다. 흥미롭게도 실제 점수가 낮은 학생은 자신의 예상 점수를 과대평가했고, 실제 점수가 높은 학생은 오히려 점수를 과소하게 예상했다. 다시 말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높은 자신감을 보인 반면 유능한 학생은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다양한 후속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고 ‘더닝-크루거 효과’라 부르게 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환상적 우월감’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이 얼마나 모르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뜻을 새삼 깨닫게 한다. 특정 주제에 대한 능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은 알아야 할 전체 범위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좁은 시야를 전체로 착각한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개선에 도움이 되는 남들의 피드백도 수용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리더가 회복할 기회를 놓치는 이유이다.
 
정부를 비롯해 사회의 중요한 리더들이 능력과 전문성이 크게 부족한 분야에서 가장 경솔하고 무모한 결정을 내리면 문제의 심각성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아간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초래한 고용악화, 산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에너지 정책 등의 의사결정은 리더의 지나친 자신감에만 의존한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요한 리더 자리에 도전하는 사람은 과신의 자기망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리더 한 사람이 모든 구성원에게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빨리 중단할수록 조직은 발전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자신감 넘치는 리더 한 사람이 조직을 최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자신이 불완전한 리더라고 인식하고, 그 부족을 어떤 방식으로 보충할 것인지를 제시하고 설득하는 ‘불완전한 리더’의 미덕이 요구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가 저마다 자신감을 뿜어낸다.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며 상대의 무능함을 공격한다. 지금 나온 후보들은 모두 대통령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당 후보의 자신감은 더욱 돋보인다. 언론에 소개된 기사 내용 “그가 가진 일종의 태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이것은 바로 강한 자신감인데 이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시행착오는 자신감에 매료되어 리더로 뽑았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리더십 실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자신감 넘치는 톡 쏘는 시원한 말이나 전광석화 같은 일 처리 자랑을 듣고 리더를 뽑는다면 바로 그것 때문에 국민이 고통받고 후회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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