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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삼가 ‘진실’의 명복을 빌기 전에

 “페이스북을 탈퇴하기로 했다”고 페이스북에 쓰려다 멈칫했다.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페이스북은 사람보다 이윤 창출을 우선시한다’고 폭로한 장문의 청문회 증언을 읽은 뒤다. 문제는 그 뒤. 이 멋진 용단을 친구들에게 알리겠다는- 실은 자랑하고 싶다는 - 생각에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 아이콘을 폰 액정에서 두 번 클릭하고 있었던 것. 신라 화랑 김유신은 습관적으로 기생집으로 향한 (애꿎은) 말의 목을 베었다지만, 21세기 내 (값비싼) 스마트폰엔 죄가 없다. 페이스북 중독이 심각한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하우겐의 폭로의 핵심은 페이스북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간의 분열을 조장 또는 묵인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거봐 내 말이 맞지” “내가 뭐랬어”라는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트에 ‘좋아요’를 더 눌렀고, 이는 페이스북의 이윤 창출에 직결됐다. 그 때문에 페이스북은 분열을 조장하는 콘텐트를 더 많이 노출하는 전략을 취했으며 그 과정에서 팩트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비단 페이스북뿐이랴. 국내외 플랫폼이 알고리즘과 확증편향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잘 안다. 모르는 척하는 중일뿐. 그나마 미국은 내부고발자의 자정 노력이라도 꿈틀대는데 우리는 어떤가.
 
미국의 평론가 겸 작가 미치코 카쿠타니가 2018년 펴낸 책 제목을 『진실의 죽음』(번역본 제목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으로 지은 건 의미심장하다. 카쿠타니는 책에서 “객관성이 죽은 사회에선 ‘옳아야 한다는 의무’도 없어지고 남는 것은 ‘재미있으면 된다’는 요구밖에 없다”며 “팩트는 죽고 의견만 난무하는 사회가 됐다”는 요지의 주장을 편다. 현재 한국 사회를 대입해봐도 이물감은 없다. 카쿠타니는 책 제목을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인 ‘진실이 죽었다’에서 따왔는데, 이 그림의 한켠에선 정의의 여신도 울부짖고 있다. 진실이 사라진 사회엔 정의도 없어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 귀는 닫고 입만 여는 사람이 부쩍 많아져서 그럴까. 나만 옳고, 나와 다른 건 틀렸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요란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모두가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며 스마트폰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갈 순 없는 법. 대신 해독제는 필수다. 해독제의 핵심은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 아닐까.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 말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손가락질 대신 귀를 여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물주가 입은 하나, 귀를 두 개로 빚은 데는 심오한 뜻이 있을 터. 나부터 실천해보련다. 페이스북부터 탈퇴는 어찌해야 할까. 이 칼럼만 마지막으로 공유한 뒤에 생각해보련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뉴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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