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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사우디 회고기- 홍해를 걷다(1)

박정희가 시해를 당하고 5•18 사태가 한바탕 휩쓸고 지난 그 즈음 뜨거운 열사의 햇살을 받으며 서부 해안 홍해가 있는 바다로 달렸다. 100톤 크레인의 기어가 고장 나 리야드 시내의 ‘세운 상가’라 불리는 온 부품 상가를 다 뒤졌으나 구할 수가 없었다. 급한 대로 전 현장들을 수소문하니 다행히 서해안 제다 현장에서 부품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이른 아침 그쪽 현장에서 필요하다는 우리 부품 몇 개를 주워 담고 950Km 떨어진 서쪽 홍해 바다를 향해 정비 주임과 둘이 달렸다.     출발한 지 1시간가량 지나니 이웃 현장에서 한창 고속도로를 뚫느라 발파가 요란하다. 주먹만 한 조개로 뒤덮인 화석지대다. 산 가운데를 대충 절벽으로 자른 임시 길에서 올려다보니 마치 어느 예술가가 거대한 벽에 수억개의 대합조개를 조각해놓은 것 같다. 이제부터는 지루한 여정이 시작된다.   9시간을 아무 것도 없는 사막을 달려야 한다. 중간중간 시커먼 돌 산맥이 옆으로 따라 오기는 하나 우리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 도로는 어렸을 적 눈에 익은 중간선도 없는 다 삭은 왕복 편도 길이다. 반대편 동쪽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건설 현장들의 중장비들이 서로 엉켜 다니느라 좁은 도로는 매일 사고로 아수라장이다. 벨트 모양 동서로 대륙을 일자로 잇는 길은 이 길이 유일하다. 다행히 오늘 가는 중부 리야드 수도에서 서해안으로 가는 길에는 도시도 없고 건설 현장도 없다.   무료하게 몇 시간을 달리니 거대한 호수가 나온다. 신기루다. 거리가 일정하니 호수를 밀며 나간다. 개중에는 물결까지 일렁이는 호수가 있는데 가끔 마주 오는 차가 물속에서 튀어나온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피로가 늘 누적되어 말이 없다. 그리고 할 이야기도 없다. 둘이 졸리기 시작해 핸들을 번갈아 잡는데 드디어 말로만 듣던 손님이 나타났다.     사우디 현지 주민이 갑자기 나타나 바짝 옆구리에 붙이며 싱긋 웃으면서 손짓을 한다. 한바탕 붙자는 거다. 서로 심심하던 차에 관례적인 예의상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로 기어를 1단으로 줄여 같이 힘차게 튀어 나가면 된다.   그 사람은 건설 현장의, 그것도 중기 공장의 매일 기름 칠하는 장거리 출장차를 잘못 골랐다. 다 같은 GMC Pick Up이나 우리는 더 긴 4 Door 트럭에다 짐 싣는 바닥에 10mm 짜리 두껍고 넓은 철판을 깔아 달릴수록 안정하다. 게다가 이번 길은 사막 모래 안으로 들어갈 일이 없어 4륜 구동에서 전륜 구동을 떼어내 더욱 잘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기름이야 먹건 말건 사우디에서는 물값이다. 워낙 양쪽으로 오가는 차가 없으니 엎치락뒤치락 한참을 즐겼다. 그 친구는 나의 현장 근처에서도 볼 수 있는 보따리 장사꾼 같은데 간간이 길가에 몇 채씩 주저앉아 사는 집들과 사막 안에 유목민을 찾아 재미를 보는 보부상이다. 어느 때는 기다란 수박을 실은 차를 보고 얼음 없이도 맛이 있을까 괜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서로 기분 좋은 손짓으로 헤어지고 긴 긴 한나절을 달리니 처음으로 타이프라는 마을이 나타났다. (타이프는 지금 국제공항이 있는 대도시로 변했다). 이쯤 왔으면 3시간만 더 가면 도착이다. 기름을 채우고, 통닭 튀김을 허수룩한 식당에서 눈총을 맞아가며 늦은 점심으로 떼웠다. 이 통닭 튀김은 국제적인 메뉴인 모양이다. 안 튀기는 국가가 없다. 손가락 사용도 역시 국제 통합이다.     이제부터는 이 마을 뒤편에 있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절벽이 하늘까지 치솟아 버티면서 네가 한번 넘어 보라는 자세다. 평지에 이골이 나 오랜만에 낭떠러지 길을 달리니 반갑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니…〈다음주 계속〉 (hanhongki45@gmail.com)   한홍기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사우디 회고 사우디 현지 서쪽 홍해 부품 상가

2022-06-23

[특별 기고] 기미년 3·1절 회고

 1919년 1월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갑자기 승하하였고 이에 일본인들의 독살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선인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때였다.     바로 몇 개월 전이었던 1918년은 1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대전쟁이 끝난 해였다. 강대국 사이에선 크나큰 희생을 치른 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강대국이 약소민족을 침략하는 일은 끝내자는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와 이어 소련의 레닌도 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지배당하는 약소민족들의 독립을 지원하겠다는 등 식민지 중심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런 약속은 대부분 패전국에만 해당하였을 뿐 가혹한 식민지배하에 있던 조선 민족에겐 정말 꿈만 같던 소식이었다. 이에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독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별다른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해 2월 놀라운 사건이 터지게 된다.   일본에 있던 조선 유학생이 주동이 되어 적의 심장부인 동경 YMCA 회관에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를 조선에도 적용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2·8 선언이다.   대회장을 감시하던 일본 경찰이 들이닥쳐 이광수, 최팔용, 김도연, 송계백 등 주동이 된 대학생을 체포했고 그중에 한 명이 2·8 독립선언서를 모자에 감춰 국내에 들여와 조선의 33인 민족 대표에게 전하게 되자 민족대표들은 타지의 어린 학생들마저 이렇게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데 우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자조하며, 서둘러 준비하던 평화 시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에 최남선 기초, 한용운이 추가한 독립선언서가 제작되니 이것이 기미 독립선언서가 되었다.     정해진 날은 고종의 장례식 날인 3월 3일이었으나 민족대표 33인 중 천도교 열다섯분은 장례식날 시위를 하는 것은 승하하신 황제에 대한 불경이라며 반대했고 열여섯분 기독교 대표들은 3월 2일은 주일이라며 반대하여, 거사 일은 경비가 삼엄할 것 같은 장례식 날짜보다 이틀 이른 3월 1일 토요일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장소는 탑골공원으로 정하였으나,  막상 당일엔 무려 수십만 군중이 모였고 이렇게 많은 군중 앞에서 독립선언을 하면 일이 커지고 폭력시위가 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민족대표는 결국 장소를 태화관으로 옮겨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만세 삼창을 하고 자진 투옥하게 된다.   한편 탑골공원에서 민족대표를 기다리던 학생들은 답답하여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던 터에 한 학생이 팔각정에 뛰어 올라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이어 학생들은 선언서와 태극기를 나누어 주었고 나라를 잃은 슬픔과 핍박과 울분을 되새기며 가슴이 북받쳐 오른 사람들은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치기만 할 뿐이었다.   조선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억눌려온 민중의 열망이 한 번에 폭발했으며 수십만에 달하는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만세를 외쳤고 4월 초 무렵엔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하여 만주, 연해주, 미주 등 전 세계로 독립선언이 울려 퍼지자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전 민족이 이에 호응하여 수개월 동안 강한 독립 의지를 전 세계에 표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시위였지만 그들은 우리의 조상님들을 평화적으로 대해주지 않고 총과 칼로 무자비하게 횡포를 저질렀으며 말을 탄 헌병들은 칼로 찌르고 건물에 사람을 몰아넣고 불을 지르기도 하고 끔찍한 참수를 하기도 하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기 일쑤였던 것이다.   이 거대한 독립운동은 지도부가 없었음에도 국민 각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참여하고 연대하여 이루어졌다는데 온 국민의 단결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었다. 독립운동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독립운동가들은 국외에서 외교적 활동과 무장투쟁을 전개해 나감과 동시에 국내에선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민족운동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3·1 운동을 계승해 한반도 내외의 항일운동을 주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정신적 뿌리가 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2022년 3월 1일. 103번째의 감회가 깊게만 느껴지며, 목이 터져라 외쳤던 함성을 잊지 않고, 2019년 100주년에 후손 대표로 광화문 앞에서 10만여 시민 앞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감성을 되새기며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시처럼‘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온 세계에 문화강국이 돼 가는 과정을 몸소 느끼며 체험해가는 한민족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유진희 / 광복회 회장특별 기고 기미년 회고 기미 독립선언서 조선독립 만세 조선 유학생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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