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7대 대통령 취임 “미국 황금시대 지금부터 시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워싱턴 D.C. 의사당 내 중앙홀(로툰다)에서 열린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트럼프 2기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분간 이어진 취임 연설에서 “오늘부터 우리 나라는 다시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을 것”이란 말로 운을 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언제나 미국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자랑스럽고, 번영하며 자유로운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위대하고 강하고 훨씬 더 특별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황금시대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신뢰의 위기 ▶급진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 ▶불법 이민자 범죄 ▶부실한 재난 대처 시스템 등 미국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지금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날 것”이라며 “미국 시민들에게 2025년 1월 20일은 해방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역사적인 행정명령을 연이어 발표할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완전한 회복과 상식 혁명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를 근간으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며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고 수백만 명의 외국인 범죄자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물리치고 생활비와 물가를 빠른 속도로 낮추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위기는 막대한 지출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진단한 뒤 “그래서 저는 오늘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우리 발밑에 있는 액체 황금(석유)”이라며 석유 시추 확대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시스템 개편’ 계획을 공개하며 “우리 국민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든 관세와 세금, 수입을 징수하는 ‘대외세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설립 중”이라며 “외국에서 엄청난 액수의 돈이 우리 재무부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치의 회복’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치주의에 따라 공정하고 평등한 정의를 회복할 것이며 법과 질서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부로 미국의 공식 정책상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는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 한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군인들이 근무 중 급진적 정치 이론과 사회 실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군내 이른바 ‘워크(Woke, 깨어 있다는 뜻) 문화’ 등 정치적 올바름을 지향하는 분위기를 타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조만간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했고, 최근 보유권 반환을 압박해 온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서는 “미 해군 등 선박은 과도한 요금을 부과받고 있고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아니라 파나마에 넘겨준 것(운하 운영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다시 한번 부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고 성장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미국인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로툰다에서 취임 연설을 듣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환한 얼굴로 ‘엄지 척’을 했다. 이날 취임식은 추운 날씨 때문에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40년 만에 실내에서 진행됐다. 취임식장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 주요 인사,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전직 정·부통령 부부, 그리고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메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한 빅테크 CEO 등 내외빈 600여 명이 초대됐다. 이날 취임식을 찾은 인파는 크게 두 곳으로 모여들었다. 취임식을 실내에서 생중계로 지켜보기 위한 인파들은 경기장 캐피털 원 아레나로 향했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줄이 길게 이어졌다. 또 다른 인파는 원래 행사가 열릴 계획이었던 의사당 쪽으로 향했다. 워싱턴 D.C.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서 남쪽 방향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공항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은 계속 ‘USA’를 외쳤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는 등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였다. 취임을 축하하는 대포가 발사될 때 의사당 앞 시민들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랐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시민들은 털모자와 부츠 등을 착용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행사장에 나왔다. 어린 아들과 함께 의사당 앞을 찾은 제이슨은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상식적인 사회로 바꿔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걸어 잠그고 물가를 안정시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성전환자가 여성 스포츠에서 활동하는 것은 꼭 바로잡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취임식 현장에는 한인들도 여럿 참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인 연방공무원은 “트럼프가 렌트값과 물가를 안정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수장이 공무원 감축을 발표한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며 “효율을 늘리라는 경고성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방부에서 일한다는 또 다른 한인은 “경제가 회복돼 연봉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털어놨다. 그는 “같은 일을 하는 정부 계약 회사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일반 공무원들이 버는 돈은 차이가 너무 크게 난다”고 설명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탈북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취임식을 볼 때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4년에 한 번씩 정권을 이양하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하며 새로운 정책을 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새롭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에서는 매번 똑같은 지도자의 신년사, 아무런 성과도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는 이야기만 듣는다”고 했다. 아울러 “정파적 갈등이 있지만 대통령 취임식 당일 만큼은 여야가 모두 축하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취임식을 지켜본 한 한인은 “미국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의회와 캐피털 원 아레나 인근의 식당과 커피숍 등은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차량이 통제돼 우버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타지인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도보로 30분 정도를 벗어난 곳의 식당도 만석이었다. 대부분은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트럼프’, 성조기 등이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다. 워싱턴 북서쪽에 위치한 한 식당의 손님들은 TV로 트럼프의 취임식 이후 이어진 행사들을 지켜보며 트럼프가 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TV 스크린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날 때를 맞춰 이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영남 기자미국 황금시대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 취임식 트럼프 행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