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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가을과 관련한 순우리말

다음 중 충분히 익어 떨어질 정도가 된 열매를 뜻하는 순우리말은?   ㉠한물 ㉡건들마 ㉢오사리 ㉣아람   ‘㉠한물’은 과일·채소 등이 한창 수확되거나 쏟아져 나올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 사과가 한물이니 실컷 먹어라”처럼 쓰인다. “그 사람도 이제 한물갔다”와 같이 ‘한물갔다’는 형태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때의 ‘한물갔다’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뜻이다.   ‘㉡건들마’는 남쪽에서 불어오는 초가을의 선들선들한 바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길가의 꽃들이 초가을 건들마에 춤을 추듯 하늘거리고 있다”처럼 쓰인다. 비슷한 말로는 ‘건들바람’이 있다.   ‘㉢오사리’는 같은 작물을 제철보다 일찍 수확하는 일 또는 그런 작물을 뜻하는 말이다. ‘오사리 고추’ ‘오사리 호박’ 등처럼 사용된다. ‘오사리 새우’ ‘오사리 멸치’와 같이 해산물에도 쓰인다.   ‘㉣아람’이 정답이다. 밤이나 상수리 등이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를 나타내는 말이다. “밤송이가 저 혼자 아람이 벌어져 떨어져 내렸다”처럼 아람이 활짝 벌어지는 것을 ‘아람(이) 벌다[벌어지다]’고 한다. 아람이 나무에서 떨어지거나 곧 떨어질 상태에 있는 것은 ‘아람(이) 불다’고 한다. ‘아람’은 수확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순우리말이다. 상호나 단체명 등으로 더욱 많이 사용했으면 한다.우리말 바루기 순우리말 가을 오사리 호박 오사리 새우 오사리 멸치

2024-10-03

[세상만사] 환상 속의 귀농, 귀촌

아무래도 귀촌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은 윌리엄 예이츠의 시 ‘이니스프리로 가리’일 것이다. 그가 런던에 살면서 고향 아일랜드의 이니스프리섬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그 노래는 정작 본인은 갔는지 말았는지 알 바 없지만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귀농, 귀촌 다 쉽지가 않다. 지옥 밑바닥까지 간다는 각오 없이 그곳으로 갈 수 없는 법이다. 귀촌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 시골에 살면서 농사나 지으며 시골 생활을 만끽한다는 뜻에서 권장할 만 일이다. 내가 아는 몇몇 은퇴 교수들도 시골에서 옥수수, 호박, 가지도 심고 월동용 장작을 만들며 이런 일과를 페이스북에 올리는데 재미가 있지 싶다. 국화주를 담아 놓고 친구가 오면 한잔하며 인생과 문학을 논하는 재미가 왜 없겠는가.      귀농은 농업을 통한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뜻인데 말이 그렇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는 꿈이 아니다. 꿈꾸는 상상 속 세상과 현실은 너무나 먼 곳임을 실감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요즘처럼 기후변화가 심하면 작물에 병도 잘 걸리고 한번 문제가 생기면 작물 전체가 다 결딴나기 때문에 그 피해는 귀농 시 한 고랑 옥수수 심는 시절과 비교할 수가 없고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금이 많지 않은 경우 그 앞날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돈, 돈, 돈 원수 같은 돈 문제로 잠 못 자는 나날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내가 농업을 시작한 1983년 늦가을 이후 그 악몽이 없어지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10년도 더 걸렸지 싶다.   귀농은 한마디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 속에는 시적 낭만은 없고 전쟁터 한복판 지옥도 속으로 추락한다고 말하고 싶다. 꼭 귀농하겠다면 몇 년간 무보수로 꼴머슴이라도 살면서 배우고 난 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한번 결딴이 나는 것은 아주 쉬운데 그 후에 돈이 나올 형편이 못될 경우는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시골 생활이 좋다고 소개하는 기사나 TV 프로그램에 현혹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 성공 사례가 있다고 쳐도 한번 성공이 계속되라는 법이 없다.     한마디로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것은 지옥도 속이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는 게 현실이다. 절대로 쉽게 결정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라 말하고 싶다. 친구들이랑 국화주를 권하며 인생을 논하는 낭만이 없다는 현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쉽게 결정했다가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 연금을 받거나 수입원이 확실한 은퇴자들의 귀촌은 권장할 만 하지만 돈 없는 젊은이들의 귀농은 한사코 말리고 싶다.  김호길 / 시인세상만사 환상 귀농 시골 생활 전쟁터 한복판 옥수수 호박

2024-03-06

[우리말 바루기] ‘덩쿨째’ 호박은 없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우연히 횡재를 하거나 뜻밖의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 “호박이 덩쿨째 굴러 들어왔다”고 표현하곤 한다. 먹을 게 귀하던 조상들에게 열매, 잎, 어린 순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호박을 얻는 건 큰 행운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이러한 속담이 생겨난 듯하다.   길게 뻗어 나가면서 다른 물건을 감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를 가리켜 이처럼 ‘덩쿨’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덩쿨’은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표현으로 ‘포도 덩굴’ ‘딸기 덩굴’ 등과 같이 ‘덩굴’이라고 쓰는 것이 바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덩굴’의 복수표준어로 ‘넝쿨’이 올라 있다. 다시 말해 ‘참외 덩굴/넝쿨’ ‘수박 덩굴/넝쿨’ 등과 같이 ‘덩굴’과 ‘넝쿨’ 둘 중 어떤 걸 써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덩굴’의 ‘덩’과 ‘넝쿨’의 ‘쿨’이 합해진 ‘덩쿨’은 표준어가 아니다. 발음이 비슷비슷해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표준어 규정 3장 5절 26항을 보면 ‘덩굴’과 ‘넝쿨’은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고 돼 있다. 또한 ‘덩굴’의 의미로 ‘덩쿨’을 쓰는 경우도 있으나 ‘덩굴’을 표준어로 삼고 ‘덩쿨’은 버린다고 규정돼 있다. ‘덩굴’과 ‘넝쿨’은 둘 중 아무 걸 써도 무방하지만 학계에서 정확한 식물명을 표기할 때는 ‘겨우살이덩굴’과 같이 대체로 ‘덩굴’로 쓰고 있기도 하다.우리말 바루기 덩쿨째 호박 참외 덩굴 수박 덩굴 딸기 덩굴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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