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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더 바람 없으련만

지난 날 부르던 노래들로  
 
이 봄은 다 채울 수 없는데
 
지치고 지친 방콕  삶  
 
지극 정성 효성으로만 채울 수 없는
 
 
 
날로  쇠약해지는 육신
 
뒷마당 공기로는 감당 못하는  
 
어깨를 대고  걸어 보지만
 
 
 
뒤뜰, 몇 발자국도 천리 길 되어  
 
퍼질러 앉는 손녀가 들이민 의자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살아 온 긴 세월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해온  
 
세월은 어느덧  흘러
 
 
 
당신은 나 , 나는 당신을
 
함께 짊어지고 온 세상 짐
 
가는 길도 즐겁게 함께 갈 수 있다면  
 
더 바람 없으련만
 
 
 
기다림도  즐거움도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듯  
 
때가 오면 주저 없이 갈 수 있으련만
 
 
 
아직 터지지 않은 호박 꽃봉오리 바라보며
 
따뜻한 남쪽에서 살게 하신 오늘도
 
전능자의 깊은 사랑에  
 
또 다시 머리 조아린다.  

박복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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