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떡 한입 먹고 병원행…앨러지 표기 부실 심각

#. 최근 박모씨는 한인 기업 행사에서 나눠준 선물용 찹쌀떡을 한입 베어 먹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떡 속에 호두와 잣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호두 앨러지가 있었던 그는 바로 뱉었지만 얼굴부터 시작해 전신에 발진이 생기면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바로 911에 신고해 앰뷸런스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가 6시간 넘게 치료를 받은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음식 먹을 때마다 조심해왔지만 찹쌀떡 포장에는 함유성분에 대한 정보나 앨러지 안내문이 전혀 없어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LA한인타운 내 식품 업계에서 견과류 등 식품에 첨가되는 앨러지 유발 식자재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최근 한인타운의 식당, 마트, 떡집 등에서 판매하는 식품 라벨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떡, 반찬, 조리 식품에서 식품 앨러지에 대한 경고문이나 라벨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우유, 계란, 생선, 견과류 등 9개를 주요 앨러지 유발 식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2004년 의회를 통과한 식품 앨러지 라벨링 및 소비자 보호법(FALCPA)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통되는 포장 식품은 FDA의 주요 앨러지 유발 성분 포함 여부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주로 공장에서 제조된 완전 포장 제품들이 대상이다.   특히 지난 1월 1일부터 FDA의 목록에 오른 참깨는 반찬에 버무리거나 참기름 형태로 한국식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식품이어서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타운 내 한 한인마트에서는 참깨가 잔뜩 들어간 우엉조림, 어묵 볶음 등 제품에서 참깨가 들어있다는 표시는 대부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외에 다른 한인 마트 체인점에서도 들어간 재료가 명확하게 적혀있지 않거나 FDA가 지정한 앨러지 유발 식품군을 표기하지 않는 경우는 빈번했다. 일부 표기된 것도 있었지만 작은 글씨로 적혀 있어 읽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한 한인 마트 관계자는 “참깨가 앨러지를 일으킬 수 있는지 몰랐다”며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얼버무렸다.   떡집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떡에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명시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한눈에 구별하기 어렵게 작게 적힌 경우가 많았다. 한인 떡집의 제품에는 종종 콩, 호두, 땅콩 등 견과류가 들어간다.   박씨의 사례와 같이 대표적 앨러지 유발 식품인 견과류가 들어갔는데도 표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타운에서 앨러지의 심각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물용 떡 제품은 화려한 포장으로 공을 들였지만, 정작 개별포장에는 섭취 시 심각한 앨러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성분 표기는 보이지 않았다.   소매점뿐만 아니라 음식점들도 지난해부터 앨러지 유발 물질이 포함된 경우 구두 혹은 서면으로 알리는 것이 좋다. 음식점의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송에 휘말리 수 있다. FDA는 팸플릿, 제품 포장 용기, 메뉴, 라벨, 포스터 등을 통해 전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종업원들에게 메뉴 성분 목록 제공, 음식 앨러지 및 교차 오염 방지 교육과 함께 고객의 음식 앨러지 질문에 대응할 스태프를 교대마다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인타운 음식점들 역시 앨러지 표시에 주의가 부족했다. 본지가 조사한 10곳 중 8곳은 음식에 어떤 재료를 넣었는지 메뉴판에 명시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었다.   게다가, 식당의 종업원에게 음식에 앨러지 유발제품이 들어갔는지 물어봤을 때 당황하거나 “하나하나 어떻게 다 적어놓느냐” 등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식점마다 다르지만, 소스에 들어가거나 버무려져 쉽게 알아채기 힘든 것은 깨, 밀, 호두, 우유 등이 있다.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과 식품 판매 중단 명령이나 재고 폐기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앨러지 관련 정보 부족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본 경우 업체는 법정 비용과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규정을 어기거나 심각한 위반일 경우는 업체 폐쇄 명령까지 내려질 수 있다.   앨러지가 있는 소비자는 재료에 어떤 것이 들어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앨러지 증상으로는 피부 발진, 호흡 곤란, 두통, 어지러움과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편, 타인종들이 많이 찾는 북창동 순두부의 경우 메뉴판에 오른쪽 하단에 앨러지 경고에 대해 명시해뒀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앨러지 병원행 식품 앨러지 앨러지 유발 호두 앨러지

2023-10-02

[아름다운 우리말] 호두 두 알

 호두는 호도(胡桃)에서 온 말로 호(胡), 즉 중국에서 들어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온 복숭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호두는 주로 씨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호두의 모양이 복숭아씨와 닮았습니다. 발목의 복숭아뼈도 호두 모양이네요. 호는 본래 오랑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정확히 중국은 아닐 수 있겠네요. 어쩌면 지금의 중국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아무튼 호(胡)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을 가리킬 때 사용하던 몇 이름 중의 하나입니다.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이름은 당입니다. 우리는 중국이라고 하면 당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당은 중국이 가장 번성하던 시기를 가리킵니다. 당진(唐津)은 당나라로 가는 포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나라로 갔다기보다는 중국으로 가는 항구라는 의미였을 것입니다. 일본 큐슈에도 똑같은 한자의 지명이 있습니다.     호가 쓰이는 말로는 호떡이 있습니다. 호떡은 중국 떡입니다. 호빵은 중국과는 관련 없는 빵으로 그저 상표라고 할 수 있으나 호떡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단지 추운 겨울에 ‘호~’ 하고 불어가며 먹는 따뜻한 느낌이 남아있습니다. 호주머니도 중국식 주머니입니다. 원래 우리 주머니는 옷에 달려있지 않고 따로 차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듯합니다. 복주머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호박에도 호가 보입니다. 박은 우리말이지만 호는 중국을 나타냅니다.     한편 후추는 호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호추에서 바뀐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후추는 고쵸가 후추였습니다. 그런데 고쵸가 고추가 되면서, 호추로 바뀌었다가 후추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고추와 후추가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영어에서는 후추와 고추가 모두 ‘Pepper’입니다. 후추보다 더 매운 고추가 들어오면서 세력이 약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에는 부럼이라고 해서 딱딱한 것을 깨뜨려 먹습니다. 땅콩이나 호두, 밤 등을 깨서 먹습니다. 저는 언어적으로 보름과 부럼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부럼에서 부스럼을 떠올렸나 봅니다. 부럼을 먹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대보름이면 가득 차 있으니까 좋은 것이지만 다시 작아질 것이기에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의미로 기억합니다.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민요의 한 부분도 그런 의미입니다. 부럼을 깨는 소리에 귀신들도 놀라 달아날 겁니다. 어쩌면 우리의 자만도 깨질 수 있겠습니다. 깨뜨리면서 우리에게는 뜻밖의 즐거움도 있었을 겁니다. 깨뜨리는 것은 한계를 넘는 새로운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호두를 깨뜨리다가 두 알쯤은 남겨 둡니다. 그러고는 반질반질해지도록 두 알을 손바닥 위에서 비빕니다. 뽀드득 소리가 왠지 뿌듯하죠. 손 위에서 추억이 돌아가고 작은 즐거움이 됩니다. 물론 손바닥 혈을 자극하여 건강을 지켜주는 건 덤으로 얻은 행복입니다. 한참 지난 후 책상 서랍에서 호두 두 알을 발견하고 웃음 짓던 기억이 있습니다. 종종은 절대로 안 깨질 것 같던 호두가 한참의 세월을 지나 손안에서 툭 깨지는 경험도 합니다. 고통도 기쁨도 시간이 지나면 다 닳아버리는 체험입니다. 그사이 나는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자랍니다.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지나가다가 호두를 한 되 샀습니다. 주변의 사람에게 두 알씩 나눠주며 마음과 몸의 행복을 기원했습니다. 자주 가는 카페의 직원에게도 두 알, 분식집 사장님께도 두 알, 부대찌개 주인께도 두 알씩 드렸습니다. 모두 웃습니다. 집에 와서 아내와 아들들에게도 두 알씩 주었습니다. 집이 온통 뽀드득 천지입니다. 소란스러운 행복이네요. 시끌벅적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호두 호두가 한참 후추가 관계 정월 대보름

2022-02-2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