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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가는 길] 공연장의 헛기침, 당신은 괜찮은가요

얼마 전 음악회에서 이른바 ‘관크(관객 크리티컬, 공연 관람에 피해를 주는 행동)’를 당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데 계속되는 헛기침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신경 쓰다 보니 연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항의하자니 다른 관객에게 방해가 될 것 같고, 공연히 시빗거리로 번질까 가만히 있었다.   가끔 겪는 일이다. 그럴 때면 공연장 안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자리를 옮겨달라고 부탁한다. 마침 동행이 있어 그대로 2부에 임했다.     참아도 나오는 기침이야 어떡할까. 그와 달리 헛기침은 태도의 문제다. 연주에도 영향을 끼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한 기자회견에서 “공연 도중 기침하셔도 된다. 다만 입을 가리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좋은 연주로 보답하겠다”며 연주자로서 불편함을 지적한 바 있다.   유난스러울 수 있다. 클래식 음악 장르의 특징이기도 하다. 확성을 하는 대중음악 공연에선 어지간한 관객 소음은 그냥 넘길 수도 있다. 2시간 내내 작은 소리에도 집중해야 하는 클래식 음악 공연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주위의 소음이 민감하게 다가온다.   연주 중 무대 외의 장소에서 소리를 내면 안 된다. 홀 음향이 좋아 귓속말로 해도 다 들린다. 자신이 내는 소리가 타인에게 어떤 불편함을 주는지 교육받지 못한 어린 초등학생들의 관람 태도도 주위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아이를 동반한 보호자에게 책임이 크다.   긴 연주시간, 복잡한 전개의 클래식 음악은 어린아이들이 집중하기 힘들다. 자녀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클래식 공연장에 데려오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동·청소년용 공연을 권하고 싶다. 너무 어린아이를 공연장 객석에 데리고 와 조용히 하라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최근 늘어난 ‘관크’가 있다. 그중 하나는 앙코르 촬영이다. 보통 프로그램이 끝나고 인사하는 커튼콜 때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허용된다 문제는 앙코르 연주까지 동영상 촬영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 스마트폰에서 동영상 촬영시 ‘삐’ 소리가 연주 감상을 방해한다. 또 하나는 이른바 ‘안다박수’다. 마지막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수와 ‘브라보’까지 외치며 다른 이들의 감동을 훼방 놓는 행위도 기승을 부린다.   해결책은 없을까. 역지사지다. 나만 말고 타인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적어도 공연 관람시엔 그 혜택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공연장에서는 꼭 필요한 문화다. 타인의 감동을 빼앗지 않으면서 나의 감동도 지키는 성숙한 공연장 문화가 절실하다. 불쾌지수 높은 한여름이다. 주위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는지 나부터 조심해야겠다. 류태형 /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회 가는 길 공연장 헛기침 클래식 공연장 공연장 문화 공연장 안내원

2023-08-09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그대는 내게 멀지 않구나

그대는 내게 멀지 않구나   새해에 나는 내게 용서를 빌었다네.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를 향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고 내게 용서를 빌었다네. 나를 자책하지 않겠으며, 삶이 힘들더라고 안고 가겠노라고 내 머리를 쓸어 주었다네. 잠도 잘 자고 눈을 뜨면 먼저 엎드려 당신께 기도하겠노라고 다짐했다네. 날 사랑하시는 당신을 나도 날마다 사랑하겠노라고 먼바다 같은 호수를 향해 고백했다네. 찬바람을 맞은 얼굴은 얼었지만 내 마음은 한없이 당신의 품에서 노는 한 마리 양이 되었다네. 호숫가를 걸었다네. 파도는 밀려 오는데 호숫가 얼음조각이 반짝였다네. 그대는 내게 멀지 않구나 생각했다네.   하려고 하기 보다 하지 않으려 했다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좋았다네. 흔들리는 나무가지에도 가끔 살포시 앉을 오늘도 엄지와 검지 사이로 노을이 졌다네. 그대 곁으로 이사를 갈까 생각했다네. 목재로 지은 따뜻한 신뢰를 가진 집으로, 들꽃을 가득 꽃피우는 언덕을 가진. 저음의 첼로가 나즈막히 공간을 담고 하루가 지고, 회색이 어울리는 실내 깊숙한 그림자 되어. 순수의 냄새란 그런 거라 생각했다네. 냄새라기보다 향기라 하는 편이 낫지만, 귀뜸의 시간은 짧고 여운은 늘 오래 마음을 헤집었다네. 그대 곁으로란 말을 온종일 중얼거린 날이 있었다네 / 여린 몸매, 사슴의 눈처럼 웃는 당신의 웃음이 좋았다는 말은 밑도 끝도 없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웃었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네. 하루를 지탱하는 끈이 팽팽히 힘을 쓰는 한 밤에, 프레지아가 시들은 창가에, 산 벚꽃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언덕에, 흙이 내 뱉는 입김 같은 새벽이 멀리 오고 있다네. 그리움이 쑥쑥 자라는 먼동으로 오고 있다네.     저물어져 가는 시간은 친근하고도 서글프게 다가왔다   빛의 꽃잎같이 아름다워서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얼굴이 되기도 하였으리라 이제야 겨우 내 손은 당신 가슴에 닿았는데 눈 밑까지 차오르는 물결은 어찌하라고 나의 자리로 돌아 와야만 하는 저녁이 싫었다 모든 게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말이 싫었다     꿈을 꾸었다 당신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꿈을 꾸고 싶었다 하나의 별이 내 몸 속으로 내려앉는 꿈을 꾸었다 이상하게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시가 된 당신 가까이 가려 해도 가까이 갈 수 없어 평생을 걸릴 수도 있는 푸른 멍이 되어 꿈속에 깨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내 안을 찌르는 원치 않는 아픔이 되어 숨을 쉬지 못하고 힘들게 꿈에서 깨어나곤 했다     다시는 하늘의 별을 꽃처럼 피우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꽃이 진 텅 빈 뒤란이 나를 보는 것이 싫었다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왔다 나를 밟고 가세요, 가슴을 누르고 가세요 엎드린 나를 허물고 가는 세월의 헛기침 소리     저물어져 가는 시간은 소리도 없이 빠르게 가는데 별 빛 한 조각 소리 없이 내 몸을 빠져 나가고 있다 하늘엔 부서져 흩어지는 당신의 숨결이 가득하여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얼굴이 되기도 하였으리라(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미시간 호수 호숫가 얼음조각 헛기침 소리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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