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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톱 액션, 그 아래 한국 현대사 30년이 흐른다

“독재자보다 더 나쁜 건 독재자의 하수인이라면서요?”   분단 건너편 저쪽에도 독재는 마찬가지일 터인데 북한 스파이 조유정은 80년대 초 한국 군사정권의 독재자와 그 주변에 기생하는 하수인들을 싸잡아 비난한다.     남과 북의 분단 상황, 그리고 신군부의 독재 정권하에서 전개되는 영화 ‘헌트’에는 두 명의 중심인물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남과 북, 또는 선악의 대립 구도에 있지 않다. 박평호는 평화와 반전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타인의 희생도 마다치 않는다. 그는 냉정하고 잔악하게 임무 완성을 위해 질주한다. 군 출신의 김정도는 반독재를 상징하는 이상주의자연하지만잔악함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다.  그가 추구하는 이상을 위해서는 살인과 고문을 스스럼없이 자행한다.     냉전체제 하에 불우한 삶을 살아야 했던 두 남자는 자신들의 이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로 갈린 한 민족 두 나라가 각기의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로 했던 희생물에 불과했다. 한쪽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한 형태의 민주주의라는 제도하에, 또 다른 한쪽은 가장 기이한 모습의 공산주의 체제로, 남과 북에 존재했던 독재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독재자는 분단 상황을 이용해 자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심지어 고문을 일삼는다. 영화는 군사정권 당시 안기부의 수사와 고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고문은 정체를 숨기는 간첩이 비밀을 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사람을 잡아다가 자기가 간첩이나 범죄자라고 말할 때까지 조지는 수준”이라고. 일제는 고등 경찰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탄압했다. 군사정권의 안기부는 국가보안법, 종북몰이로 자국민들을 고문했다. 부당하게 쟁취한 권력 유지의 수단이었을 뿐, 그 어디에도 정의는 없었다.     ‘헌트’는 10·26사태, 5·18 광주민주화운동, 아웅산 테러, 이웅평 월남, 전경환 사기 사건 등 분단 체제하에서 일어났던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복선으로 깔고 진행된다. 거기에 재해석과 상상력이 더해져 전체 플롯 라인을 구성한다. 영화에는 군부 독재 하에서도 최고 권력자를 암살하려는 소신파들, 한때 일본에서 득세하던 조총련계 재일동포, 그리고 남한으로 귀순하려는 북측의 고위 인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 그 시대의 혼란과 혼돈, 증오와 분열을 상징하는 모습들을 그려낸다. 다만 국가와 개인의 극적인 붕괴들이 몰려 있는 후반부는 80년대를 살지 않았던 세대들, 또는 외국 관객들을 배려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헌트’는 한국 사회의 지난 30여년을 뒤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대립과 갈등, 선동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이, 우리 민족을 분단시켰고 한국 사회를 분열시켰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응시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한다. 지난 시대의 낡은 사상, 또는 이념이 우리의 신념이 되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김정 영화평론가온라인 영화 영화 헌트

2022-12-02

[그 영화 이 장면] 헌트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는 1980년대 초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안기부 해외팀을 이끄는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을 이끄는 김정도(정우성)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와 제작 규모 모두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압권은 헤드 카피다. ‘대통령을 제거하라’. 10년 전 ‘26년’(2012)이 있긴 했지만 ‘헌트’처럼 직설화법으로 돌진하진 않았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5공화국 출범, 그리고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이웅평의 남한 귀순과 아웅산 폭탄 테러까지 ‘헌트’가 픽션을 더해 다루고 있는 사건들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엔 영화에선 ‘천수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지난해 90세로 세상을 떠난 독재자가 있다. 여기서 영화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대통령을 죽이려는 세력들의 작전과 충돌과 연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능할까. 히틀러를 무참하게 죽이며 일종의 ‘대체역사’를 제시했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까진 아니더라도 ‘헌트’는 과감하다. 테러 현장에서 대통령의 머리에 겨눈 총. ‘그때 그 사람들’(2005)이나 ‘남산의 부장들’(2020)이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었다면, ‘헌트’는 스파이 액션이라는 장르의 힘과 팩션이라는 서사의 힘을 빌려 그 직전까지 다다른다. 그렇다면 과연 방아쇠를 당길 수 있을까. 영화가 사실과 싸우는 지점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헌트 테러 대통령 배우 이정재 폭탄 테러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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