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충돌 67명 전원 사망…한인도 3명
워싱턴DC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해 피겨스케이팅 차세대 유망주로 촉망받던 한인 10대 남녀 선수 2명과 이들의 모친 2명 등 총 67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방항공청(FAA)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8시 53분쯤(동부시간) 아메리칸항공 자회사인 PSA항공 소속 5342편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육군의 블랙호크 헬기와 충돌해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관계기사 2면〉 당국은 사고 여객기에는 64명(승무원 4명), 헬기에는 3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생존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 탑승자 가운데는 보스턴 스케이팅클럽(Skating Club of Boston) 소속 등 피겨 선수와 가족 20여명이 포함됐다. CNN과 로이터통신은 전미피겨스케이팅협회 성명을 인용해 추락한 여객기에 협회 소속 선수와 코치 14명과 가족들이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보스턴 스케이팅클럽은 지나 한(13), 스펜서 레인(16) 한인 선수 2명과 두 선수의 모친인 진 한 씨, 크리스틴 레인, 코치인 예브게니아 시슈코바와 바딤 나움프 부부 등 총 6명을 이번 사고로 잃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캔자스주 위치토에서 열린 2025 피겨스케이팅 전미선수권대회(U.S. Championship) 이후 열린 스케이팅 유망주 훈련 캠프(National Development Camp)를 마치고 귀가하다 사고를 당했다. 한인 선수와 모친은 레이건 공항을 경유해 보스턴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한다. CBS뉴스와 보스턴 지역방송 WCVB5에 따르면 지나 한 양은 매사추세츠주 맨스필드에 거주하며 피겨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열린 2025 동부지역 피겨스케이팅 싱글 결승(2025 Eastern Sectional Singles Final) 대회에서 종합 4위를 기록했다. 2024년 NQS(National Qualifying Series) 보스턴 대회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 선수는 피겨스케이팅협회가 차세대 유망주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국가개발캠프(NDC)에 선발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한 선수와 7년 동안 알고 지낸 동료 선수 조나 소비에라이는 “지나는 항상 웃고 다녔고 엄청난 꿈과 놀라운 재능을 지닌 선수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오드리 신 선수의 어머니 니콜 신 씨는 “지나 선수는 상위권 선수들만 오는 캠프에 매년 초청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었다”며 “어머님과도 종종 캠프에서 만났었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돼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스펜서 레인 군은 생후 10개월 때 한국에서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다. 함께 여객기에 탔던 모친 크리스틴 레인은 남편 더글라스 레인과 스펜서, 동생 마일로를 한국에서 입양했다고 한다. 레인 군은 로드아일랜드주 배링턴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2023년, 피겨스케이팅에 전념하기 위해 학업을 중단했다. 모친도 평소 아들의 훈련 지원에 앞장섰다고 한다. 레인 선수는 2025 동부지역 피겨스케이팅 싱글 결승에서 1위, 2024 NQS 프로비던스 오픈 1위 등을 차지했다. 유튜브를 통해 피겨스케이팅에 흥미를 가졌다는 그는 한 선수와 같은 국가개발캠프에도 선발됐다. 부친인 더글라스 레인은 CBS뉴스 인터뷰에서 “아들의 에너지는 정말 강렬했다. 클럽의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아이였다. 아내는 어느 곳에서든 친절을 베풀던 사람이었다”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WCVB5는 한인 선수들이 연습하던 현지 텐리 알브라이트 퍼포먼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전하며, 지역사회가 차세대 꿈나무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졌다고 전했다. 더그 제그히베 보스턴 스케이팅클럽 CEO는 “오늘(30일) 아침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하고 슬픈 소식을 들었다. (사망한) 아이들은 부모와 주 7일 스케이팅장에 나와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우리 모두가 가족을 잃게 됐다”며 울먹였다. 로버트 와고 배링턴 교육구 교육감은 성명을 통해 “배링턴 지역사회 모두가 크리스틴과 스펜서 레인을 사랑했고, 함께 슬퍼하고 있다. 스펜서는 밝은 미래가 보이던 재능 있는 선수였다. 그를 잃은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손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두 선수를 가르치던 코치 부부는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출신 유명 피겨스케이팅 선수다. 코치 부부는 지난 2017년부터 보스턴 스케이팅클럽에서 선수 훈련을 맡아왔다. 김형재·정윤재 기자여객기 한인 피겨스케이팅 전미선수권대회 전미피겨스케이팅협회 성명 한인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