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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별세, 향년 94세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별세했다고 로이터와 AP·AFP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AP는 쿤데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94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전했다. 체코 브루노에 있는 밀란 쿤데라 도서관의 대변인은 AFP에 “쿤데라가 오랜 투병 끝에 어제 파리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공산 체제 아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라하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소설 ‘농담’(1967년), ‘생은 다른 곳에’(1973년) 등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쿤데라는 이들 작품으로 나라 안팎에서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모국에서는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개혁파 공산주의자로 전체주의에 반대했던 그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1968년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해 8월 소련의 개입으로 시위가 무력 진압된 뒤 이어진 숙청으로 쿤데라는 교수직을 잃고 작품이 금서로 지정됐으며 집필과 강연 활동에도 제한을 받았다.   쿤데라는 결국 1975년 당국의 탄압을 피해 아내 베라와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프랑스 망명 후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저술 활동을 이어간 쿤데라는 1984년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한 장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련의 침공으로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 외과 의사 토마시와 그의 아내인 사진작가 테레자를 중심으로 네 남녀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죽음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내 찬사를 받았다. 류정일 기자 [email protected]쿤데라 밀란 밀란 쿤데라 작가 밀란 프라하 예술대학

2023-07-12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선율과 낭만 가득한 동유럽

이 글의 목적지는 중세의 향기와 깊은 예술적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동유럽이다. 오스트리아에서부터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등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때로는 동화 속 마을로, 때로는 중세 시대로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동유럽만의 매력이다.     먼저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자란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낭만적인 건물과 정원이 아름다운 미라벨 궁전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어디선가 마리아와 폰트랍 가족이 불쑥 나와 청아한 음색으로 도레미 송을 부를 것만 같다.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사랑하는 여인 살로메를 위해 1607년에 지은 이 성은 장미와 향기로운 꽃나무들뿐 아니라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 등 곳곳에 세심한 장식들도 압권이다. 또한 비엔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하이든,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브람스, 말러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모두 거쳐간 도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성 슈테판 대성당은 모차르트의 장례식이 치러진 곳이고, 시내 중심지에는 베토벤 하우스도 있다. 좁다란 계단을 오르면 그가 쓰던 피아노와 편지,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으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헤드폰까지 준비돼 있다. 비엔나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은 죽어서도 한데 묻혔다. 교외에 중앙묘지가 있는데 입구에서 대로를 따라가다 왼쪽으로 가면 32A 블록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음악가 묘지다. 천년이라는 긴 세월을 간직한 백탑의 도시 프라하와 동유럽의 진주로 불리는 부다페스트 역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프라하는 블타바 강을 경계로 두 지역으로 나뉜다. 강 서쪽으로는 그 자체가 예술품인 프라하 성이 중심이고, 강 동쪽에는 틴 성당이 있는 구시가지 광장이 중심이다.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것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카를교다. 다리 난간에는 30개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머리 뒤로 다섯 개의 별을 후광으로 두르고 있는 신부의 석상 앞에 유독 인파가 몰린다. 낮에도 충분히 근사한 두 도시는 야경이 백만 불짜리다. 부다페스트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황금빛 야경이 황홀하다. 어둠이 내리면 세치니 다리에 수천 개의 불이 켜지며 화려한 황금빛이 다뉴브강을 수놓게 된다. 또 프라하성 주변으로 하나둘 켜지는 불빛들은 죽기 전에 볼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블레드 호수는 슬로베니아의 에메랄드다. 알프스 만년설이 흘러내려 생긴 에메랄드빛 빙하호 한복판에는 슬로베니아의 유일한 섬이자 성모가 승천했다는 블레드 섬이 있다. 호수 안에 떠있는 이 섬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재임 때부터 23척의 플레타나라는 전통 나룻배만이 오갈 수 있다. 15세기에 지은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섬을 지키고 있다. 꼭대기에는 소원의 종이 있고,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동유럽 선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 프라하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2023-06-22

[삶의 뜨락에서] 원

해마다 이때가 오면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가 나를 부른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을 영글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주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가면서 잠 못 이루어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하여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체코 프라하에서 출생한 독일 시인인 릴케는 고독하고 섬세한 시를 썼다.     ‘가을날’이란 시는 릴케가 1902년 파리에서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면서 쓴 시이고, 그 당시 파리의 불안과 고독을 심층 있게 묘사하고 인간관계의 발전을 아름답게 서술한 ‘말테의 수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릴케는 당시의 삶과 예술, 고독, 사랑의 문제로 고뇌하던 젊은 청년, 프란츠 카푸스에 보낸 열 통의 편지를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출간하였다. 가을 앓이를 심하게 하는 나는 이번에도 릴케를 읽던 중에 ‘넓어지는 원’을 처음 만났다. 넓은 원을 그리며 나는 살아가네/ 그 원은 세상 속에서 점점 넓어져 가네/ 나는 아마도 마지막 원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 일에 내 온 존재를 바친다네. 릴케의 ‘넓어지는 원’ 시 전문이다.     사람은 모두 하나의 원으로 태어난다. 물을 마시며 햇빛을 먹고 우리는 그 원을 넓혀간다. 그리고 지식과 경험을 쌓고 사람과 교류하며 원을 키워간다. 원은 하늘에서는 바람을 타고 어디든 가고 바다에서는 파문을 일으키며 서로 만난다. 그렇게 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여행하고 항해한다. 가끔 우연히 정말 우연히 파문을 일으키며 지나치는 원 중에 누군가의 생의 뒤축을 흔드는 원이 되는 행운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큰 행운도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그저 조용한 파문으로 소멸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원을 그리며 살아간다. 그 원은 끊임없이 커지고 강해지거나 작아지고 약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물갈이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이에 비례해 그 원이 커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만과 편견으로 좁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삶이란 자체가 공식이 없고 예측할 수가 없다. 끝없는 선택의 과정이고 변수에 가려져 있다. 그 변수 중의 하나가 시너지 효과다.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이 타인의 원과 교집합을 이룰 때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반대로 다른 원을 만나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원이 부서지면 자신의 알을 깨고 나와 훨훨 날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 높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갈매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우리 하나하나가 살아가는 삶은 정말 다채롭다. 얼굴, 몸매, 옷차림, 환경, 관심, 취미, 생각, 가치관은 한 인간을 개성 있게 만들고 이 개성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그 ‘다름’이 우리의 원을 크고 넓게 키워주는 주는 원동력이 된다.     날마다 환자가 죽어가는 중환자실에서 30년 이상을 견뎌온 힘은 무엇인가. 너무 처절하고 안타깝고 비참하고 허무한 삶의 끝자락을 보며 나는 많이 생각하고 배운다. 어둡고 칙칙한 것은 싫다. 밝고 산뜻한 것이 좋다. 항상 새로운 눈으로 새롭게 보려고 노력한다. 감동할 수 있는 일은 주위에 널려있다. 세상에는 예찬할 것들이 너무 많다. 숨소리, 바람 소리, 너의 체온, 나의 행복, 또 함께한 행복, 너와 나의 관계, 이 모두 감동이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예술 고독 생각 가치관 체코 프라하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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