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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웅전] 이완용의 파묘

조상 묘지를 이장(移葬)하는 문제를 둘러싼 영화가 화제다. 여러 말이 많지만,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가려 바람을 막아주고 앞에 고요히 냇물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풍광은 나쁠 이유가 없다. 기독교 문명권에서는 풍수지리설을 미신이라 치부하지만, 장묘문화는 일종의 자연지리학이다.   파묘(破墓)의 대표적 사례는 이완용(1858~1926)이다. 수재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하다더니 그가 그랬다. 명문가의 벌족으로 재산 많고 공부도 많이 했다. 선악 문제를 떠나 그 시대에 시류를 가장 정확하게 읽은 인물이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닮고 싶은 사람으로 여겼던 그는 남보다 먼저 영어를 익혀 외교관의 등용 무대인 ‘정동 구락부’의 스타가 됐다.     그는 애초 친러파의 선두 주자였다가 러·일 전쟁의 말로를 보면서 곧 친미파로 변신했다. 그러나 학부대신을 지내면서 구미 사조에 눈뜨자 미국이 조선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간파하고 다시 친일파로 선회했다. 송병준(宋秉畯)이 이토 히로부미와의 매국 흥정에서 기선을 제압하자 이완용은 자신이 추월당하고 있다는 초조감에 한일병합조약을 먼저 서둘렀다.   그토록 영리한 사람이 매국노의 말로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그는 당대 최고의 풍수사에게 부탁해 전북 익산 미륵산에 실묘(實墓)를 만들고 여섯 곳에 가묘(假墓)를 만들었다. 장례 행렬의 만장(輓章)이 10리에 이르고 고종 이후에 가장 화려했던 그도 끝내 역사의 지탄을 비껴가지 못했다.   그러자 문중에서 1979년 파묘하고, 인근 대학 박물관에서 관과 유품을 구매했으나 구설에 오르자 그나마 처리했다. 절손(絶孫)되자 입양했다. 이완용은 그토록 좋은 명당에 묻혔는데 왜 집안은 멸문했을까. ‘네가 살아서 덕을 남기지 않으면 그 땅이 너를 토해 내리라’. (『구약 성경』 레위기 18 : 28, 20 : 22)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이완용 파묘 이토 히로부미 선악 문제 기독교 문명권

2024-03-31

[파묘] 천만 앞둔 오컬트 미스터리 '파묘'의 신들린 흥행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가 신선한 소재와 스토리로 관심을 끌며 2024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영화는 파묘라는 독특한 소재에 이어 흥미로운 스토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서 시작된 파묘,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험한 것'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전하며 오컬트 장르의 정수를 선사한다.   더불어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까지, 과학과 미신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팀플레이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전달하며 장르적 재미를 끌어올린다.     파묘는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열연으로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장재현 감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하여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하고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쳐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더해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전사를 비롯해 파묘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장면들을 완성했다.   장재현 감독은 실감 나는 프로덕션을 통해 관객들을 휘몰아치는 사건 한가운데에 초대한다. 파묘를 "가장 현실감 있고 직관적인 영화"라고 소개한 그는 팬데믹 시기 시나리오를 작성하며 오직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피부에 와닿는 체험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작전을 세웠다. 산꼭대기 악지의 스산한 분위기부터 파묘를 시작한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들 사이의 극적인 긴장감, 그리고 '험한 것'의 오싹하고도 불길한 기운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한 프로덕션은 관객들에게 모든 사건을 감각하는 듯한 몰입도 높은 경험을 선사한다.     한편, 파묘는 133개국에 수출돼 지난달 인도네시아, 대만, 몽골에서 개봉했고 이달 들어 베트남,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에서 순차적으로 극장에 걸리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952만 명(20일 기준)으로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1천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업계 파묘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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