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첫 여성 지휘자의 성공과 몰락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리디아 타르(Lydia Tar )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수석 지휘자 자리에 오른다. 타르가 현대 음악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주인공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다룬 심리극이다. 가상의 인물 타르의 성공과 몰락을 다룬 영화 ‘타르’는 제95회 아카데미상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고 타르 역의 케이트 블란쳇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인 더 베드룸’과 ‘리틀 칠드런’으로 주목받았던 토드 필드 감독의 16년 만의 복귀작으로, 2022년 비평가들에 의해 가장 빈번하게 올해의 최고 영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미 골든글로브상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란쳇은 아나 데 아르마스(블론드), 안드레아 라이스보로(투 레슬리), 미셀 윌리엄스(더 파벨만스), 미셀 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등과 함께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놓고 경합한다. 이변이 없는 한 그녀의 수상이 점쳐진다. ‘타르’는 철저하게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의 존재감에 의존한다. 그 누구보다도 관객 장악력이 높은 배우로 평가받는 그녀가 턱시도를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은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하기에 족하다. 영화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라는 위치가 얼마나 심리적 압박을 요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이어가는 한편,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혼란스러운 사생활을 쫓아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력자의 위치에 오르지만 종국에는 수석 지휘자 자리에서 해고당한다. 타르의 몰락하는 모습을 연기하는 블란쳇의 대체 불가한 마력이 가히 압도적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찾아온 클래식 음악계의 불황과 창작의 고통, 자기 파괴적인 자아와의 끊임없는 대립, 쟁취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끊임없이 짓누르는 가학적 성향이 타르의 불타는 예술혼과 사랑, 욕망, 배반, 증오의 감정들로 표출되면서 더욱 그녀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정점과 바닥을 오르내리며 무너져 내리는 마에스트로 타르의 삶의 과정에서 들려오는 힐뒤르그뒤드나도르(조커)의 음악이 영화의 무게감을 더한다. 그가 음악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베를린 지휘자 수석 지휘자 베를린 필하모닉 인물 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