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뷸런스서 사는 30대 청년 인생역전
━ 원문은 LA타임스 5월2일자 ‘An ambulance, an empty lot and a loophole: One man’s fight for a place to live‘ 제목의 기사입니다. 힘든 하루가 끝나면 캐머런 고든(30)은 뜰에 있는 환자 이송용 들것에 누워 화단을 보면서 잠시 위안을 찾는다. 이곳은 LA의 악명높은 주택 위기 속에서 그가 고생 끝에 마련한 장소다. LA다운타운에서 북서쪽으로 15마일 떨어진 선밸리의 1만8000스퀘어피트 부지에서 그는 잡초를 뽑고 나무에 물을 주면서 낮시간을 보낸다. 해가 지면 그는 안전한 잠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의 이상한 일상은 그가 더이상 LA에서 비싼 아파트 렌트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부터 시작됐다. 집은 어떤 공간이든 들어가 살 수 있다면 된다는 생각까지 하게됐다. 그래서 그는 앰뷸런스를 샀다. 밝은 빨간색 페인트가 칠해진 그의 앰뷸런스는 이제 그 목적이 다르다. 한때 응급처치 키트로 채워져 있던 차량내 선반에는 조리 도구가 차지하고 있다. 접이식 벤치는 침대로 변했다. “앰뷸런스는 내가 사는 방식과 잘 맞아요. 차의 벽은 두껍고 좋은 단열재가 들어있어서 춥지도 않고요. 감당할 수도 없는 비싼 집에 사느니 돈 한푼 안내고 앰뷸런스에서 사는 것이 낫죠.” 고든은 지난 2018년 텍사스에서 LA로 이사 왔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열린 작사·작곡 컨벤션 참석차 운전해서 왔는데, 호텔 숙박료가 비싸 차에서 자며 지냈다. 컨벤션이 끝난 후에도 그는 LA에 남기로 했다. 지낼 곳을 찾던 그는 시내의 앰뷸런스로 가득 찬 주차장을 지나치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지붕수리공으로 일하며 모은 전재산 1만5000달러를 들고 차압 경매장을 찾아 앰뷸런스 3대를 구입했다. 두 대는 고장나 수리가 필요했지만, 나머지 한대는 운전하고 잘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았다. 새로 장만한 ‘집’을 그는 낮 동안엔 도로변에 주차했다. 어느 날 영화감독이 앰뷸런스 문을 두드렸다. 영화 촬영에 앰뷸런스를 대여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바로 그 순간 고든의 사업 모델이 탄생했다. 밤에는 앰뷸런스에서 자고 낮에는 영화와 TV 촬영장에 앰뷸런스를 대여한다. 그는 웹사이트 주소(ambulancefilmrentals.com)을 등록하고 검색 엔진 최적화 기술을 빠르게 익혔다. 구글에서 ‘앰뷸런스 렌탈’을 검색하면 그의 사이트가 맨 위에 뜬다. 비즈니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 ‘그레이 맨(The Gray Man)’과 크리스 파인이 열연했던 ‘둘라(Doula)’ 등 여러 영화에 그의 집인 앰뷸런스가 출연했다. 하루 대여료로 1100~1400달러를 받았다. 영화 촬영시 앰뷸런스 운전자가 필요하면 본인이 엑스트라로 출연하며 부수입도 챙겼다. 고든은 앰뷸런스 생활의 첫 몇 달간 베니스, 샌타모니카, 플라야 델 레이 등 바닷가 동네를 돌아다니며 보냈다. LA시는 공공 도로에 장시간 차량을 주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72시간 이상 주차된 차량은 티켓을 받거나 견인될 위험이 있다. 그가 계속 이동했던 이유다.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입니다. 차에서 지내긴 하지만 고지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죠, 스트레스 없이.” LA카운티에서 고든처럼 차량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수천명에 달한다. 2023년 현재 LA홈리스국에 따르면 3918대의 자동차, 3364대의 밴과 6814대의 RV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총 1만4096대로 전년보다 9% 증가한 수치다. LA시는 이 추세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캐런 배스 시장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RV 노숙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2년 전 LA 시의회는 도로변에 주차된 주거용 대형 차량의 견인을 허용했지만, 시에는 RV를 견인할 트럭도, 그것들을 보관할 공간도 없다. 게다가 경찰이 단속하기 위해 모습을 보이면 대형 차량은 그저 그자리를 뜨면 그뿐이다. 고든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호황을 맞았다. 돈을 모은 그는 지난 2022년 선밸리에 6만5000달러를 주고 빈 땅을 샀다. 고든은 계획이 있었다. 이 땅에 집을 지을 것이고, 그동안에는 그 집을 대체할 앰뷸런스를 주차해 지낼 예정이다. 그가 부지를 구입한 지 1년 후, 배우들의 파업이 시작되어 영화 산업이 약 4개월 동안 중단되었다. 고든은 수입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땅을 가꾸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는 먼저 언덕진 부지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곡괭이로 흙을 부수고 옮겨서 나무를 심고 앰뷸런스를 주차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벌금 통지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LA시 법령은 거주 증명서 없이 빈 땅을 점유하는 것을 금지한다. LA카운티 역시 본인 소유지라고 해도 RV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삶을 업그레이드하려 노력하면 저항에 직면하죠. 또,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정부는 그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든은 시 조례를 파고들었고, 허점을 발견했다. 조례의 ‘거주 증명서’ 문항에는 ‘농업 용도 외에는 빈 땅을 점유하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땅을 농업적으로 사용한다면, 거기에 장비를 보관할 수 있고 벌금도 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곧 사과 나무, 천도 복숭아 나무, 포도밭과 채소밭을 심어 한때 빈 땅을 오아시스로 바꾸었다. 또 야외 라운지도 설치했다. 태양광 패널도 달았는데 미니 냉장고 같은 가전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앰뷸런스를 대여하지 않는 날에는 그는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을 즐긴다. 언덕진 부지는 주변 산들을 내려다 보는 광활한 전망을 자랑한다. 앰뷸런스의 들것은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의자가 된다. 이 좋은 땅에서 그는 밤이면 떠나야 한다. 낮에 일하는 것은 합법적이지만, 그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다. 그는 최근 시정부의 현장 검사를 무사히 넘겼다. 그의 설치물들은 승인됐다. 벌금도 지난 2년간 밀린 1500달러만 내면 더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약속도 받았다. 고든은 다소 이상하지만 본인이 일군 현재 삶에 만족한다. 그는 여자친구 수지와 두 마리 애완견인 브로디, 기즈모와 함께 땅을 가꾸고 있다. “나는 내 속도에 맞춰서 살고 싶어요. 내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될 때 집을 짓고 싶습니다.” 그는 본인을 대다수의 LA 주민과 같다고 생각한다. 홈리스와 집주인 사이의 회색 영역에 있는,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은 있지만 그림 같은 단독 주택을 가질 만큼 부자는 아닌, 미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에 뿌리를 내리려는 꿈을 가진 또 다른 누군가다. 글=잭 플레밍 기자 사진=로버트 코티어 기자인생역전 앰뷸런스 앰뷸런스 렌탈 앰뷸런스 3대 캐머런 고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