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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카우

‘피쉬 탱크’(2009) ‘폭풍의 언덕’(2011)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 등으로 알려진 안드레아 아널드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카우’는 4년에 걸쳐 촬영한 암소 루마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루마가 새끼를 낳는다. 진통 끝에 출산한 새끼를 혀로 핥는 루마. 하지만 현대적인 축산 시스템 속에서 송아지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어미와 분리되고, 루마는 새끼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지 못한다. 루마의 역할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고, 인간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식생활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둘이 대부분 그 야만성과 환경 파괴적 측면을 비판한다면, 아널드 감독의 ‘카우’ 역시 그 토대 위에 있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카우’는 말 그대로 소에 대한 이야기이며, 카메라는 최대한 루마와 다른 소들에게 밀착한다.   ‘카우’엔 소라는 동물이 겪는 생로병사가 담겨 있다. 여기서 감독은 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종종 등장하는 소의 얼굴 클로즈업은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며, 루마는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듯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과감한 촬영과 섬세한 편집으로 만들어진 ‘카우’는 루마라는 소의 전기영화처럼 느껴지며, 이러한 ‘의인화’의 효과는 이 다큐멘터리가 지닌 강력한 정서적 힘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카우 아널드 감독 안드레아 아널드 축산 시스템

2022-08-12

4년의 젖소 관찰, 충격적인 결말

동물권(animal rights)은 인권을 확장한 개념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도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받지 않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나아가 동물이 돈의 가치로, 음식으로, 옷의 재료로, 실험 도구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유지한다.     ‘카우’는 매우 특이한 환경 다큐멘터리이다. 처음부터 번호표 1129를 단 루나(Luna)라는 이름의 엄마 젖소와 갓 태어난 아기 젖소의 삶을 4년에 걸쳐 카메라에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젖소가 주는 친밀감을 인간의 정서와 연결해 꾸밈없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94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루나의 관점에서 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는 다큐는 인터뷰도 내레이션도, 아무런 상황 설명조차 없다. HBO 시리즈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피시 탱크(Fish Tank, 2009)'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널드는 관객의 감정에 호소하지도 그 어떤 제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메시지는 관객을 영화 속으로 흡입하는 강렬한 힘을 지니고 있다.   ‘여주인공’ 루나는 영국 동남부 켄트 카운티의 작은 농장에 살고 있다. 아기를 출산하고 있는 루나의 모습, 끈적끈적한 신생아 딸을 핥아 송아지 모양을 만들고 있는 엄마 소의 모성이 감격스럽다.     목장 일꾼이 말한다. 루나가 송아지 주변에 있을 때 너무 아기들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다고. 송아지는 엄마 젖을 먹기 위해 루나의 옆구리를 잡아당기고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와 딸은 헤어져야 하고 자신을 ‘착한 여자’로 불러주는 사람들을 위해 루나는 또 다른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     ‘카우’는 젖소들의 희생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인간들에게 우유 한 모금을 제공하기 위해 소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보게 한다. 이익 수단으로서의 목축업과 동물 복지 사이의 불편한 동거를 통해 오가닉 낙농업자들의 수많은 거짓말들, 그들도 소를 학대하는 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을 접하게 된다.     루나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처한 현실을 보게 된다. 다큐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충격적인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관객은 아기 젖소를 잃고 초조해 하는 루나에게 연민을 느낀다. 앞으로 유제품을 바라보며 당신의 지성은 어떻게 반응할까. 한 마리의 젖소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이 놀랍다. 김정 영화평론가영화 영화 카우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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