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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 장면] 카우

‘피쉬 탱크’(2009) ‘폭풍의 언덕’(2011)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2016) 등으로 알려진 안드레아 아널드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카우’는 4년에 걸쳐 촬영한 암소 루마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루마가 새끼를 낳는다. 진통 끝에 출산한 새끼를 혀로 핥는 루마. 하지만 현대적인 축산 시스템 속에서 송아지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어미와 분리되고, 루마는 새끼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지 못한다. 루마의 역할은 끊임없이 새끼를 낳고, 인간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식생활을 위해 동물을 키우는 공장식 축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둘이 대부분 그 야만성과 환경 파괴적 측면을 비판한다면, 아널드 감독의 ‘카우’ 역시 그 토대 위에 있지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카우’는 말 그대로 소에 대한 이야기이며, 카메라는 최대한 루마와 다른 소들에게 밀착한다.
 
‘카우’엔 소라는 동물이 겪는 생로병사가 담겨 있다. 여기서 감독은 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종종 등장하는 소의 얼굴 클로즈업은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며, 루마는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고 감정을 드러내는 듯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과감한 촬영과 섬세한 편집으로 만들어진 ‘카우’는 루마라는 소의 전기영화처럼 느껴지며, 이러한 ‘의인화’의 효과는 이 다큐멘터리가 지닌 강력한 정서적 힘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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