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아동보호법’ 상정 실패는 지속적 운동의 출발점
공산주의 붕괴로 마르크스주의가 종료되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공산 사회의 모순, 그리고 평등을 확보하지 못하는 서방의 약점 위에서,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라는 신좌파 운동은 50년의 역사를 이어왔으니 말이다. 1960년대 말 프랑스의 68혁명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신좌파 운동이 반세기가 지나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 사회 비평과 문화적 변혁을 꿈꾸는 신마르크스주의(Neo-Marxism) 이론이 사회, 교육, 심지어 성 정체성의 정치를 통해 활기를 띠는 곳이 바로 여기인 듯하다.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동성애 운동, LGBTQ+ 문제는 깊은 뿌리를 가진 세계관 운동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운동은 전통적 권위를 가진 국가와 가정, 교회를 ‘압제적(oppressive)’이라고 인식한다. 특히 그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이라는 전통적 가치의 표현을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문화적 자유를 위하여 전통을 답습하는 ‘모방(mimesis)’이 아니라, 사회적 변동을 ‘창작(poiesis)’하기 위하여 기존의 권위를 해체한다고 주장한다. 이 문화전쟁의 주장은 결혼, 독신, 성적 순결이라는 전통적 성 윤리가 어리석고 고답적인 속박이라 생각하며, 사랑에서도 자유를 주장한다. 결혼 제도는 인간 본능과 충돌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 간주한다. 여기에 성적 해방을 주장하는 허버트 마르쿠제, 빌헬름 라이히, 주디스 버틀러 등은 자유로운 성, 결혼 반대, 낙태의 자유와 권리, 생물학적 생리적 성(sex)을 넘어서는 사회적 성(gender)의 선택, 그리고 외설적인 표현의 자유와 성애(性愛)를 핵심적 가치로 삼는 성 혁명 이론을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운동의 기저에는 유물론적 세계관을 제공한 헤겔 좌파와 마르크스, 신적 토대 없이 사유해야 한다는 무신론의 프리드리히 니체, 그리고 생물학은 하나님과 성경의 개입을 거부한다는 진화론의 대부 찰스 다윈이 있다. 이러한 성 혁명과 성 정체성 정치에 대항하여, 한인 교계는 지난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전통적 가정을 지키기 위해 활발한 운동을 벌였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으나, 한인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이 모두 힘을 모은 서명운동은 우리의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주민발의안은 11월 선거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여러 교회의 목회자와 성도, ‘아동보호법 주민발의안 서명운동본부’의 봉사자, 이 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한 ‘다음세대 가치관정립단체’(TVNEXT), 그리고 교계 여러 기관의 협력과 연대는 지속적 운동의 미래를 기약한 경험으로 보인다. 신좌파 운동이 성 혁명이 압도하는 현재를 만들어 냈다면, 이번 서명운동은 성 정치의 중심지에서 우리 자손을 지켜내는 지속적 사역의 출발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더구나 한인 교계뿐 아니라 주류사회와의 협력이 더욱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우리는 세계관 전쟁을 위한 연대활동의 징검다리를 이제 힘차게 내딛게 되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민종기 / 재미한인기독선교재단 이사장·충현선교교회 원로목사발언대 아동보호법 출발점 신좌파 운동 동성애 운동 세계관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