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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지성인이면 지성인 답게

시니어 폄하 발언 사태가 또 터졌다.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말이 나오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마련이다. 생각이 바뀌면 말과 행동이 바뀔 수도 있다. 생각이란 사고, 사상, 사유라고도 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론을 얻으려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관념의 과정이라고 하였다. 결론을 얻기 위한 정신활동을 말한다. 생각의 형성은 각자의 가정환경이나 교육 과정을 통해, 또는 친구 등 주위 환경이나 어떤 맨토에 의해서 모두가 다른 형태로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생각은 주관적인 의식을 포함하는 정신활동이라 말할 수 있겠다.     생각은 인간에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몸에 염분이 부족하면  염증이 생기듯 인간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됨됨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한 생각에 몰두해야 하고 그들에게 소금과 같은 역활을 해야 마땅하다. 조선시대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송강 선생은 “공익을 우선하여 개인을 뒤로하고, 공사를 바로 하여 정의를 구현하며, 국민을 위함으로 국은에 보답한다”고 하였다.  예수님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하지 않았는가.   한국 모 정당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사가 시니어 폄하 발언을 해 대한노인회가 분노하고 국가 원로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나도 시니어의 한사람으로 마음속 깊이 상처와 아픔을 느낀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노인 폄하 발언까지  들어야 하나.     물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세상은 위와 아래가 있는 법이다. 어느 단체든 선배와 후배가 있으며, 가정에는 부모와 자식이 있고 ,세상은 질서가 있으므로 순조롭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일부가 갖고 있는 위아래 계급개념을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혁신위원장은 독일에 유학해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고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젊은층과의 좌담회에서 본인 아들이 중학생 때 했던 질문이라고는 하지만  “왜  나이든 사람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가,미래가 짧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1로 표결해야 하나”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인제 와서 농담이라고 아무리 우겨 봐야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가 봐도 평등선거를 무시한 망언이다. 법학박사가 민주주의 선거의 4대 원칙 가운데 하나인 평등선거를 모를 리가 없다.  무슨 목적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면 소금이 모자라는 사람이다.     모 원로 정치인은 한마디로 철없는 짓이라고 비난하며  “지금이라도 발언에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여명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차제에 시니어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인 행세하지 말고 열심히 움직이자. 시니어든 젊은이든 옳고 그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지성인이면 지성인답게  행동하자.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열린광장 지성인 지성 시니어 폄하 원로 정치인 노인 폄하

2023-08-09

[중앙시론] 워녹의 지성(至誠)이 가져온 나비효과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처였던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승리, 민주당이 연방상원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워녹 의원은 이로써 조지아는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 탄탄한 정치기반을 다졌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조지아에서 6년의 상원의원 임기를 모두 확보한 첫 흑인 상원의원이 됐다. 연방상원에서도 현재 흑인의원은 3명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2020년 공화당 소속 조니 아이잭슨 의원이 건강 문제로 사임해 치른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결선투표 끝에 당선됐다.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두 번의 선거를 모두 결선 투표 끝에 승리한 것도 진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워녹의 승리를 지역 인구의 30%가 넘는 흑인 유권자를 포함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덕분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조지아에 민주당 성향이 강한 아시아계와 젊은 층이 대거 유입돼 인구지형이 달라진 영향도 컸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인구유입이 많은 애틀랜타, 사바나, 어거스타 등 대도시에선 민주당 후보가, 기타 농촌 지역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설명이 2% 부족하다. 선거 유세에서 워녹후보 진영은 아시아계와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는선거 캠페인을 펼쳤다. 반면, 워커 측은 이들의 마음을 훔칠 이렇다 할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유권자세가 팽팽한 상황에서는 숫자가 적더라도 캐스팅 보트가 가지는 영향력이 있다. 공화당은 이를 간과했고, 민주당은 틈새를 잘 파고들었다.     또한 워녹은 11·8 중간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확정되자, 실망하지 않고 바로 1달간의 선거 연장전에 대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다시 애틀랜타를 방문, 워녹 후보를 위해 지지 유세를 펼쳤다. 이에 반해 워커는 기존 공화당 지지층에 의존하는 다소 안이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굳이 중용의 말을 인용한다면, 지극한 정성, 다시 말해 지성(至誠)이 워녹이 워커보다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워녹의 당선으로 워싱턴 정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민주당은 이번 조지아주 승리로 상원에서 51석을 확보, 확실한 과반을 굳혔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8대 의회에서는 현재보다 더 안정적으로 상원의 지원을 받으며 집권 후반기 국정을 이끌 수 있게 됐다. 연방하원을 공화당에 내주었으나, 상원 주도권을 확고히 한 것은 집권 하반기 국정 운영에 무시 못 할 자산이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남는 장사를 했다. 재선 도전에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으로 세대교체론의 대상으로 지목됐던 그가 다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이런 가운데 워커 후보의 패배는 공화당엔 뼈아프다. 대세론에 편승한 안이한 선거전략이 가져온 자업자득이다. 특히 2024년 대선 출마를공석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어쩌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 워커 후보를 발탁한 것은 바로 트럼프였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지에서 트럼프 키즈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셨고, 미시간 등지의 주요 주지사 후보들도 낙선했다. 선거에서 패배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미 공화당 내에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를 심각히 고심할 시간이다. 진통의 시간은 일찍 끝내는 것이 좋다. 이번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대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이번 승리에 안주하다가는 앞일을 낙관할 수 없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중앙시론 지성 나비효과 상원의원 보궐선거 조지아주 결선투표 민주당 후보

2022-12-08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달라"

 "한국의 인문학이 통째로 교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바로선개혁교회 담임목사 최더함 박사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회심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지성의 대들보인 이어령 선생이 지난 26일(한국 시각) 별세했다. 향년 88세.   그에게는 '시대의 지성'이라는 수식어만 붙는 게 아니었다. 삶과 죽음을 성찰한 기독교인이었다. 그의 족적은 울림이었다.   2년 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게 죽는 거다. 기저귀가 까칠한 수의와 닮지 않았나. 죽음은 인간을 멸하는 게 아니라 풍요하게 만든다."   신앙인으로서의 이어령 선생은 인생을 그렇게 관조했다.   2007년 지성에서 영성의 길로 기독교인 되고 나서 삶 변화 "혼자 바들바들하며 살았다" 인간의 오만 버린 게 큰 변화     죽음 겁내지 않고 그대로 수용 삶과 죽음 성찰했던 기독교인 이어령 선생은 지성에서 영성으로 삶을 틀었다. 지난 2007년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 일흔셋이었다.   당시 큰딸의 암 투병 스물다섯의 첫째 외손자의 죽음은 그를 신앙으로 안내했다.   당시 그는 "딸의 치유를 통해 영성의 알을 깼다면 외손자의 죽음은 시험이었다. 그 양극에 무슨 원칙이 있다는 말인가. 예단할 수 없는 시나리오 속에서 여전히 나약한 인간은 흔들거리며 영성의 문지방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나서 쓴 책이 바로 '지성에서 영성으로'였다. 무신론자로 살던 그가 신 앞에 나아가기까지 인간적인 망설임을 담은 고백록이었다.   그는 글을 통해 읊조렸다.   "오늘부터 저는 신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많은 직함을 갖고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신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신앙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삶은 급격히 변화했다. 신은 그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영화감독 이장호는 그에게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었다.   이어령 선생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외로운 삶인가. 혼자 바들바들하면서 여기까지 온 내가 너무 불쌍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나는 토끼 인생이었다. 나는 잘났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나는 거북이다. 그동안 얼마나 잘못 살아왔고 얼마나 많은 것이 부족했었는지 인간의 오만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딸 이민아 목사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 딸은 아버지가 신앙의 길로 접어드는 데 있어 매개가 됐다. 이 목사는 목회의 길을 걷기 전 LA에서 검사로 활동했었다. 이후 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세상을 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경우는 그가 딸 이민아 목사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실려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인생을 사유하며 기독교 신앙을 통해 영성을 끊임없이 글로 옮겼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등 그의 신앙적 색이 진하게 묻어난 저서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됐다.     특히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별세 한 달 전 신부에게 물은 24가지 질문에 대해 답한 '메멘토 모리'는 그의 생에 마지막 저서가 됐다.   그는 지난 2017년 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다가오는 죽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다.     그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지은이와의 대담을 통해 죽음을 이렇게 그렸다.   "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 아니야. 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명령이지."   그는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투병(鬪病)'이란 용어를 쓰지도 않았다. 암을 '친구'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산다는 것은 꽃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을 때도 또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꽃이 보인다. 암 선고를 받고 내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후에 역설적으로 가장 농밀하게 산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19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을 이렇게 구분했다.   "우리는 '너 예수교 믿어?'하고 묻는다. 그건 교(종교)를 믿느냐고 묻는 거다. '너 신을 믿어?' 하는 물음과는 다른 이야기다.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 기독교든 불교든 도교든 모든 종교의 궁극에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은 게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절대의 존재다. 인간은 단 1초도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한편 이어령 선생의 입관예배는 28일(한국 시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개최됐다. 서울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입관예배에서 추모설교를 전했다. 장열 기자이어령 신앙 기독교인이어령 선생 한국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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