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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알파 센타우리

밤하늘을 쳐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수없이 많은 별이 있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별인데 별이 모여서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무리를 지어서 우주가 된다. 별이란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이 되는 핵융합 원자로인데 그때 생긴 질량의 차이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다.     별은 보통 한 개의 독립적인 별도 있지만 두 개나 세 개 이상의 별이 서로의 중력에 얽혀 마치 하나의 별처럼 행동하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속한 별인 태양은 홑별, 즉 별 하나로 이루어진 항성계이다. 항성계라고 하는 이유는 멀리서 보면 그냥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가까이서 관찰하면 그 별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행성이 있고 각각의 행성은 위성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 태양을 멀리서 보면 그저 반짝이는 별 하나로 보이지만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8개나 있고 또 그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도 있는데 행성인 지구에는 달이란 위성이 하나 있지만, 화성에는 2개, 목성의 위성은 67개, 그리고 토성에는 무려 145개의 위성이 있다. 그러나 중심에 있는 별이 너무 크고 밝기 때문에 조금만 멀리서 태양을 봐도 그저 반짝이는 작은 별로 보일 뿐이다.   우리의 별인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이 알파 센타우리다. 태양은 홑별이지만, 알파 센타우리는 별 세 개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를 삼중성계라고 한다. 세 개의 별이 서로의 중력에 의해서 묶여 있다.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별인데도 태양 빛이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는데 무려 4년 4개월이나 걸린다. 지금까지 근 50년을 날아서 막 태양을 빠져나간 보이저 1호가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려면 수만 년이 걸릴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 은하에는 태양이나 알파 센타우리와 같은 별이 4천억 개나 있다. 별이 그렇게나 많은데 그중 태양과 가장 가깝다는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빛의 속도로 4년이 넘게 걸린다니 입이 쩍 벌어진다. 그러므로 지금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한다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우리 별 태양을 벗어나는 데만 반백 년이 걸렸는데 수만 년 걸려 다른 별까지 간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알파 센타우리는 별 세 개로 이루어져 있는 삼중성계라고 했다. 각별의 이름은 알파 센타우리 A 별, 알파 센타우리 B 별, 그리고 알파 센타우리 C 별(=프록시마 센타우리)이라고 한다. A와 B는 밝은 별인데 지구에서 보면 두 별이 구분되지 않고 마치 밝게 빛나는 하나의 별처럼 보이며 밤하늘에서 세 번째로 밝게 빛난다. 맨눈에는 보이지 않던 C 별은 나중에 발견되었는데 세 별 중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약 10년 전 알파 센타우리 C 별을 공전하는 행성 중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있는 행성을 발견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영화 아바타는 알파 센타우리의 행성 중 하나를 공전하는 위성이 그 무대였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공전하는 행성의 존재를 처음으로 찾아냈을 때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b라고 이름 지어진 그 행성은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인데 중심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공전하는데 우리 시간으로 약 11.2일 걸린다. 생명체 존재 여부를 떠나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이어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센타우리 알파 알파 센타우리 프록시마 센타우리 행성 주위

2024-12-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삼체문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공상과학 드라마 '삼체'를 방송했다. 여기서는 TV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어 자체가 생소한 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삼체란 글자 그대로 세 개의 천체를 뜻한다. 천체란 태양, 화성, 소행성, 달, 별 같은 하늘에 떠있는 물체를 말하는데 그런 천체의 삼각관계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러므로 삼체의 좋은 예로는 우선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달을 들 수 있다.     삼체문제를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은 아이작 뉴턴이다. 사실 뉴턴이 밝혀낸 만유인력은 두 물체 간에 성립되는 법칙이다. 태양과 지구, 혹은 지구와 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에 관한 법칙이다. 쉽게 얘기해서 질량을 가진 두 물체는 서로 당기는 인력이란 힘이 있는데 이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간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체가 있어서 만약 천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 천체의 관계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의 천체 사이에서의 만유인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심지어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한 책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삼체문제를 소개했지만, 결국 '전능하신 하나님이 태양계를 굽어살피시고 있다'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삼체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난제 중의 난제다.   지구가 속한 항성계인 태양계에는 중심성이 딱 한 개 있다. 태양이란 이름의 홑별 주위를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것이 우리 태양계다. 그래서 우리는 은하의 모든 항성계에는 중심성이 하나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태양계를 제외한 항성계에는 두 개의 별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쌍성계도 많고, 세 개의 별이 중심이 되어 그 주위에 행성을 거느린 삼중성계도 있으며, 그 이상의 별로 이루어진 다중성계도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가 바로 삼중성계다. 우리 태양계에서 약 4.3광년 떨어진 그곳에는 세 개의 중심성 주위를 행성들이 공전하고 있으므로 그중 아무 행성에서 하늘을 봐도 세 개의 태양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우리 태양계 바깥 저 멀리서 문명을 이루었는데 그곳에는 태양이 세 개나 있다는 설정이다. 그러므로 세 개의 태양과 그들이 사는 행성의 얘기니까 사체가 맞는 말이지만, 중심에 있는 세 개의 항성에 비해 그들이 사는 행성이 상대적으로 무시할 만큼 작아서 그냥 삼체라고 한 것 같다. 세 개의 태양에 영향을 받는 행성 위의 삶이 불안정해서 어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던 그들이 지구를 발견했지만, 그들이 지구까지 날아오는 수백 년 동안 이곳의 과학 기술이 더는 발달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네가 정복하기 유리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딱 한 개의 전자가 공전하고 있어서 핵과 전자 하나뿐인 단둘만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 모형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원소인 원자 번호 2번 헬륨은 원자핵 주위를 전자 두 개가 공전하므로 당연히 삼체문제가 생긴다. 하물며 전자가 세 개 이상인 원소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삼체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리 태양계 사실 태양계 원자핵 주위

2024-08-16

[박종진의 과학 이약기] 입자와 파동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인 이중성을 갖는다고 한다. 참 어려운 얘기고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우리 실생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설령 모른다고 해도 사는 데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백여 년 전에 이런 논쟁 때문에 생겨난 양자역학이 21세기 첨단 과학의 기초가 되어 TV, 컴퓨터,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응용되고 있다.     우선 입자란 무엇이고 또 파동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투수가 공을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야구공이 바로 입자다. 세상 모든 물체의 움직임은 뉴턴에서 시작하여 아인슈타인으로 내려오는 고전역학을 이용해서 그 과거의 행적부터 미래의 일까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십 년 전에 쏘아 올린 우주선이 지금부터 5년 후에 어디쯤 가고 있을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파동이란 무엇인가? 쉬운 예를 들어서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곳에서부터 동심원이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파동이다. 물 자체가 중심으로부터 바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출렁임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의 움직임이 입자이고, 반면에 빛이나 소리는 파동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프리즘을 이용해서 빛을 연구하기도 했는데 그는 빛이 입자라고 했다. 그런데 토머스 영이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서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빛도 전자기파 일부분임을 밝히자 빛은 파동이라는 것이 대세가 되는 듯했다. 그러다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로 노벨상을 받자 빛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의 성질도 갖는다는 절충안이 나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정설로 굳어졌다.   원자의 구조를 추측할 때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태양계의 모습이어서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런데 전자는 원자의 주위를 입자로 공전한다기보다 핵 주위에 마치 구름처럼 퍼져서 파동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자의 위치는 어떤 특정한 곳이 아니라 더 많은 전자가 모여 있어서 구름이 짙은 곳으로 정의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주 정상이라고 금세기 최고의 석학 리처드 파인만이 말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갖지만, 고전물리학에서는 입자와 파동이 분명하게 나뉜다. 하늘을 나는 야구공은 덩어리인 입자이고 빛과 소리는 파동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둘을 나누는 경계일까? 크기다. 쉬운 예를 들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모두, 그리고 심지어는 분자 크기 정도 되는 것들은 입자라고 보면 무방하다.     하지만 아원자 세계로 들어가서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전자 정도의 크기에 이르면 더는 입자라고 볼 수 없고 파동이라는 분류가 옳다. 파동인 전자는 야구공처럼 연속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띄엄띄엄 일정한 궤도에 속한다. 게다가 이곳저곳 동시에 존재하기도 하고, 아주 먼 곳에 있는 다른 전자와 얽히기도 한다. 게다가 전자는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고,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로 이 사실을 설명하여 노벨상을 받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약기 파동 파동인 전자 전자기파 일부분 원자핵 주위

2024-08-02

피오피코 포켓 공원 내주 착공…기존 주차장에 소형 공원 조성

LA한인타운 내 포켓 공원 조성 계획이 추진된 지 9년 만에 첫 삽을 뜬다.     30일 헤더 허트 LA 10지구 시의원 사무실은 오는 8월 5일 정오에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도서관(694 S. Oxford Avenue)에서 착공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공원은 기존 도서관 주차장 공간에 조성된다     이정민 보좌관은 “한인 및 지역 단체들을 대거 초대해 타운에 공원이 생기는 것을 축하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최근 피오피코 도서관 주차장 주위로 펜스가 설치돼 조만간 공사가 시작될 것을 시사했었다.   지난 22일 LA시 건축안전국(DBS)는 2600만여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발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만6000스퀘어 피트의 공원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주차장을 없애는 대신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어 약 50대의 주차 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설계 건축사 JFAK아키텍츠는 새로운 녹지 공간이 될 이곳에 이벤트 시설과 놀이터, 차양 구조물, 피트니스 장비, 산책로, 벤치, 테이블, 나무 등 조경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건설 기간은 약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LA시는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말이나 후년 초에 완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켓 공원은 좌절을 거듭했던 터라 이번 착공 소식은 그 의미가 더 크다.     앞서 10여년 전 7가와 호바트 애비뉴 인근 공터를 ‘코리아타운 센트럴 파크’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기금을 제공하려던 가주 커뮤니티재개발국(CRA)이 폐지되면서 무산됐고, 현재는 아파트 건물로 재개발됐다.     이후 LA시는 지난 2015년 해당 부지 인근인 피오피코 공원 주차장 자리에 포켓 공원을 추진했다. 한인타운에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여론 지적에 허브 웨슨 당시 시의장이 발의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공사비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 10지구 시의원 공석 등은 프로젝트 진행을 어렵게 했고, 이로인해 오랜 기간 공사가 지연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 허트 LA시의원이 이 프로젝트와 관련, 기금 사용 방안을 요청하는 내용의 발의안을 제출하면서 포켓 공원 계획은 극적으로 다시 추진됐다. 〈본지 5월 25일자 A-3면〉 장수아 기자 [email protected]공원 피오피코 포켓 공원 피오피코 코리아타운 주차장 주위

2024-07-3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얼마 전까지 물질을 쪼개고 또 쪼개면 마지막에는 원자 상태가 되고 그것이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줄 알았다. 그런 원자는 중앙에 핵이라고 불리는 상대적으로 아주 무거운 것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돈다고 생각했다. 핵 속에는 +전하를 갖는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가 있고, 양성자의 수에 따라 서로 성질이 다른 원소가 되어 양성자가 하나면 수소, 둘이면 헬륨이 되고 산소는 양성자가 8개, 철은 26개, 마지막으로 가장 무거운 우라늄은 원자핵 속에 양성자가 92개나 들어있다는 것도 알았다. -전하를 띄는 전자는 양성자와 같은 수만큼 존재하면서 원자핵 주위를 돈다. 그래서 수가 같은 양성자와 전자는 전하가 서로 상쇄되어 원자 전체는 전기를 띄지 않는다. 전하는 같지만, 질량으로 따지면 양성자는 전자보다 약 2천 배나 무겁다.   그런데 과학 기술의 발달로 양성자 속에서 더 작은 쿼크라는 소립자가 발견되어 지금은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가 아니라 입자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에 익숙했던 우리는 드디어 입자물리학 시대에 들어섰다. 아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입자 간에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이론을 표준모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표준모형을 이루는 17개 기본 입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던 낯익은 전자가 눈에 띈다. 양성자나 중성자보다 턱없이 작았던 전자는 사실 입자였다.   전자가 어떤 모습으로 원자핵과 어울리는지에 따라 원자 모형은 시간이 흐르며 바뀌었다. 1897년 최초로 전자를 발견한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건포도가 군데군데 박힌 빵처럼 전자가 원자 주위에 무작위로 퍼져있는 원자 모형을 추측하였다. 그러나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마치 태양 주위를 여러 행성이 공전하는 모습의 원자 모형을 내놓았지만, 곧 닐스 보어에 의해 조금 변형된 원자 모형이 발표되었다. 보어는 전자가 어떤 정해진 궤도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양자역학이란 완전히 새로운 물리학의 문을 열었다. 현재 원자의 모습은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전자는 궤도를 공전한다기보다 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져있으며 전자의 위치는 오로지 확률로만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자는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없으므로 고전역학으로 이해가 안 되는 존재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로 설명해서 노벨상을 받았다. 양자역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시세계에서 전자의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린 인류는 대학에 전자 공학이라는 전공을 만들어 따로 연구 발전시켜서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한때 전자계산기라고 불렸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     전자의 속도는 생각보다 느려서 수소 원자의 경우 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속도는 빛보다 130배나 느리다. 그리고 원자핵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가벼우므로 두 물체를 서로 비비게 되면 전자가 상대편으로 쉽게 넘어가기도 한다. 일상적인 말로는 정전기가 생겼다고 한다. 원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분자는 원자간 전자의 움직임과 공유 모양에 따라 그 화학적 성질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질이 화학적 특성을 갖는 이유는 전자에 달렸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전자를 포함한 입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전자 원자핵 주위 전자오븐 전자현미경 가운데 원자핵

2024-07-19

[이 아침에] 깊은 밤 깊은 곳, 총소리 같은 비명

나무도 속이 터져 죽는다. 나무의 처음이자 마지막 절규. 총소리 같다고 한다. 깊은 밤, 깊은 곳, 한겨울, 먼 북쪽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여름 한 철,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사람들이 놀러 온다. 그리고 곧바로 겨울이 온다. 춥다. 사람들은 서둘러 떠난다.  눈이 내리고, 호수는 얼어붙고, 칼바람이 분다. 무자비한 빙하기의 재림은 다음 해 5월까지 사람들의 왕래를 끊는다.     미국 몬태나 주, 캐나다 접경 지역, 글래시어 국립공원 로키 산맥 동쪽 산자락, 투 메디신 호수 주변의 이야기다. 이 호수와 계곡은 블랙푸트(Blackfoot) 원주민에게는 성지다.  그들은 이 호수를  ‘신령의 호수’라 부른다.     지난 6월 초 신령의 호수를 찾았다. 공원 서쪽을 돌아보고 로키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가는 '태양으로 가는 길(Going-to-the Sun Road)'을 따라갈 계획이었으나, 그 길이 공사 중 이어서 공원 바깥 로키산맥 남쪽 자락을 돌아서 동쪽 입구로 간다.     아침나절 투 메디신 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을 꽉 차게 흐르는 강물은 짙은 남색, 강물 따라 부는 바람은 벅차다. 나그네가 견디기가 벅차다는 이야기이다. 산자락을 돌아 계곡의 끝을 본다.  검은 바위산이 하늘을 찌른다. 꼭대기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넓고 푸른 호수, 파도가 제법 높다. 호수 주위로 가문비나무 숲, 그리고 자작나무 숲이 여기 저기 보인다.     호수를 가로질러 유람선이 호수를 건너 반대쪽 계곡 입구로 데려간다. 한 번에 50여명. 숲속에 내려놓고 배는 돌아간다. 배가 호수 가운데쯤 갈 때는 조그만 돛단배만하게 보인다. 호수가 그만큼 넓다.     호숫가를 따라 가문비나무 숲, 짙은 녹색 나무들 사이에 전봇대 마냥 뻘쭘하게 서 있는 죽은 나무들이 보인다. 유람선 안내원의 설명이 떠오른다. “속 터져 죽은 나무들입니다. 한겨울 오밤중 나무들이 터집니다.”  날이 추워지면 나무들은 자신의 모통에서 물기를 뺀다. 그런데 가끔 낮 기온이 평소보다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무는 날이 풀리는 줄 알고 다시 물을 빨아들인다.     이 골짜기는 기온 변화가 심하다.  그 근처 어느 마을의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낮 기온 화씨 46도에서 밤 기온 -56도, 무려 100도의 일교차를 보인 적도 있다. 깊은 밤 나무의 수액이 갑자기 얼어서 부풀어 오르면 나무는 터져버린다.     이 나무가 전봇대 크기로 자라려면 20년이 넘게 걸린다. 오래 살면 500년도 넘게 사는 나무가 어느 하루 기온 변화를 잘 못 감지한 착각으로 속이 터져 죽어버린다고. 정직하지만 가혹한 인과응보.     나무는 죽으면서 다른 동종 나무들에 경고를 한다.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  하얗게 말라 죽은 고사목은 그렇게 지긋이 젊은 나무들이 크는 것을 지켜본다. 죽은 나무도 100년은 서 있다고.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총소리 비명 녹색 나무들 호수 파도 호수 주위

2024-07-09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당신을 만나는 시간

데크의 오른쪽 코너에 둥근 테이블을 놓고 접었던 의자를 폈다. 이곳에 앉으면 한 그루 나무를 대면하게 된다. 이 나무는 아픈 사연이 있는 나무다. 5년 전 눈 폭풍에 쓰러진 전나무에 온몸을 맞았다. 겨울 내내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느라 용을 쓴 탓인지 몸이 뒤틀리고 가지가 엉켜지고 한쪽으로 구부러진 나무다. 빨리 치워주지 못한 내 탓이 크다.    겨울이 지나고 눈이 녹을 초봄에 치우리라 생각했다. 그 사이 나무는 힘겹게 나무의 무게를 버티어냈다. 사람도 사고를 당하면 지체를 자유롭게 쓸 수 없어 오랜 시간 재활 운동을 한다. 5년이란 긴 세월을 나무는 힘들게 다친 가지를 스스로 포기 하기도 하고 간간히 하얗고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했다. 나 아직 살아있어요 손짓하기도 했다. 늦은 봄이면 어김없이 싸라기눈 같은 꽃을 한 아름 안고 뒤란에 진한 향기를 쏟아주었던 라일락이다.     봄이 온 후에도 쓰러진 전나무를 제거해주는데 한 계절을 보냈다. 잔가지를 자르고 전기톱으로 여러 토막으로 몸통을 잘라 땔감으로 쌓아놓다 보니 여름이 왔다. 구부러진 라일락을 다듬어주고 휘어진 가지를 세워 주려다 몇 가지를 생으로 부러뜨리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추스리는 라일락 옆에서 꽃은 물론 더는 잎사귀를 내밀지 않는 가지를 다듬고 삐쭉 내민 머리를 잘라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나무는 한 가지를 자르면 그곳에서 두 개의 가지를 뻗어내기에 동그란 모양을 만들기 위해 무던히도 가위질을 많이 했다. 그 후로 나는 봄만 되면 나무에 싹이 돋는지를 확인하러 분주히 나무 주위를 맴돌았다. 행여라도 가지 끝에 잎눈이라도 불거지면 그날 하루는 마냥 기뻤다.       당신을 만나는 시간       내 발을 들이고,   내 손을 내놓고,   내 마음을 열고,   내 머리를 내려놓고,   나를 태우고, 없애고,   나를 소멸 할 때   당신을 만날 수 있어요   당신을 향해 걷고   당신 향해 두 손 모으고   당신을 마음 가득 채우고   당신 앞에 날 데리고 갈 때   가까이 있는 당신께   싹을 내고, 꽃 피울 수 있어요       반으로 작아진 나무에서 올라오는 줄기를 제외하고는 몇 해 꽃이 피지 않았다. 나무의 고통을 우리는 알기나 할까? 나무는 어지간히 힘들어 보였다. 몇 년이 지나도 휘어진 채 다시 곧게 돌아오지 않은 가지를 과감하게 잘라 주었다. 홀로만 삐죽한 가지도 다른 가지와 높이를 맞추어 정리 해주었다. 땅에서 올라오던 나뭇가지도 잘라 주고 나무 안쪽에 싹을 내지 않은 가지들도 모두 제거해 주었다.   나무를 자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무의 크기는 전에 비해 작아졌지만 새로 자라나는 싱싱한 줄기에 잎들이 나날이 자라나고 있다. “잘 자라거라 그리고 내년엔 하얀 꽃망울을 가득 피워다오.” 돌아서는 내게 나무가 흔들리며 내 머리를 만진다. “고마워 내년엔 향을 가득 담은 꽃을 하얗게 피워줄게” 뒤돌아 나는 웃었다. 대답하듯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이제 네 속에서 자라날 꺼야.”   죽은 가지들을 쳐 주듯이 내 몸에도 살아나지 않은 것, 딱딱하게 굳어버린 옹이. 내 몸을 돌아보았다. 쉼 없이 달려왔고, 지금도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내 몸 구석구석이 휘어져 있고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내 눈 속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눈 속 티끌만 눈에 띄어 불평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 참 아이러니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멀리 보지 않고 나를 보아도 그렇다. 알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시간들은 온전히 나의 몫이 되어 내 앞에 있다. 나무의 굽은 가지와 꽃 피우지 못하는 안타까움만 보였지 내 안의 휘어진 마음과 꽃피우지 못한 꿈들은 보지 못했다. 당신을 만나는 시간 내내….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간 시간 재활 나무 주위 나무 안쪽

2024-06-1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2024년은 윤년

갑진년 올해 2월은 29일까지 있다. 2024년은 윤년이기 때문이다. 보통 2월은 28일까지지만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의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29일이 있다. 만약 윤년 2월 29일에 태어나면 생일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게 된다.   우주에는 조 단위가 넘는 은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은하에는 수천억 개나 되는 별이 반짝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와 은하수다.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가 바로 은하수인데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태양과 같은 별들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은하 중심에 가까인 있는 별처럼 은하 활동의 영향을 덜 받아서 지금까지 별 일 없었다고 추측한다.     게다가 태양은 크기가 비교적 작은 별이어서 그 수명이 길었기 때문에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에 생명체가 발현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질 만큼 진화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태양이란 이름의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 사는 우리 인간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인간은 모든 것을 자연 현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정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우리가 속한 태양계 천체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기준으로 삼았다.   지구는 스스로 자전하면서 여느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우리 선조는 지구가 한 바퀴 완전히 자전하는 기간을 하루라고 정했다. 그렇게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 태양 주위를 정확하게 한 바퀴 공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것을 하루라고 정했고, 365번이 조금 넘게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기간을 1년이라고 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딱 365일이 아니라 정확하게 따지면 365.2422일 걸렸다. 그래서 0.2422라는 자투리를 4번 모았더니 대충 하루가 되는 것에 착안하여 4년마다 하루씩 억지로 넣어서 맞게 했는데 그것이 율리우스력이라고 불리는 달력 체계다.     하지만 자투리를 모아서 억지로 맞춘 율리우스력도 128년마다 하루씩 오차가 생기자 1582년에 조금 더 수정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을 만들었다. 그레고리력이란 1592년 당시 교황이던 그레고리오 13세가 그때까지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을 조금 더 손봐서 만든 태양력이다. 여기서 말한 율리우스력이란 기원전 4세기경에 로마 제국 일대를 평정하고 제왕이 되려는 야심을 가진 율리우스 카이사르, 영어 표현으로는 줄리어스 시저가 제정한 달력 체계다.     흔히 윤년이 되면 윤달에 윤일을 추가하여 365일이던 1년이 366일이 되는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윤년과 윤일은 양력의 개념이지만, 윤달은 음력을 따질 때 쓰는 전혀 관계가 없는 말이니 절대로 같이 사용하면 안 된다. 2024년은 윤년이어서 2월이 28일로 끝나지 않고 윤일을 넣어 29일까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2월이 윤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매일 변하는 달은 같은 모양이 되는데, 그러니까 음력의 한 달은 29.53일이므로 음력의 1년은 354일이고 양력은 365일이어서 1년에 약 11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음력에서 양력과의 날짜가 한 달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19년에 7번 끼워 넣는 달을 윤달이라고 한다. 작년 2023년은 윤달의 해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윤년 태양 주위 태양계 천체 우리 태양

2024-05-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자의 얼개

물질의 가장 기본 단위가 원자라는 생각은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데모크리스토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소크라테스와 거의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철학자인데 우리 눈에 모이는 모든 사물을 아주 작게 쪼개면 결국 원자가 된다고 했다. 이 세상은 그런 원자가 이리저리 모여서 산도 되고 사람 몸도 이룬다는 엄청난 생각이다. 물론 관찰과 실험을 통하지 않은 철학적 이론이었지만 그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18세기가 끝나갈 무렵 영국의 존 돌턴이 원자설을 발표하여 근대 화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물론 나중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그의 이론은 수정되었다.     그는 원자를 더는 쪼갤 수 없다고 했는데 얼마 후에 원자핵 속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발견되었고, 원자는 절대로 다른 원자로 바뀔 수 없다고 했는데 핵분열이나 핵융합으로 다른 원자로 바뀌었으며, 원자의 질량은 보존된다고 했는데 화학적 성질은 같고 물리적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1897년 영국의 조지프 톰슨은 음극선이 음전하의 흐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톰슨이 음극선을 연구하다 발견한 미립자에 나중에 전자라는 이름 붙여졌다.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양의 전하를 갖는 몸체 속에 음의 전하를 갖는 전자가 곳곳에 분포해있는, 마치 건포도가 여기저기 박혀있는 빵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원자 모형을 추측했다.   그 당시 톰슨의 제자였던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알파선을 연구하고 있었다. 알파선은 전자보다 약 8,000배나 무거웠기 때문에 원자에 쏘이면 모든 것을 밀어버리고 그냥 지나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혹시나 원자 속에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 일을 자신의 제자였던 한스 가이거에게 시켰다.     만 번 시도하면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지루한 실험이었지만 충직한 제자는 만사를 제쳐두고 매달린 결과 알파선이 무엇인가에 맞아 튀어나오는 일을 목격했다. 양전하를 가진 알파선을 밀어냈으니 그것 역시 양전기를 띤 큰 덩어리였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원자는 중앙에 양전하를 띤 무엇인가 있고 그 주위에 음전하를 띤 전자가 분포한다는 원자 모형을 상상했다.     한스 가이거는 나중에 방사능을 탐지하는 가이거 계수기를 발명하여 스승만큼 유명해졌다. 러더포드의 원자 모형은 원자 전체의 무게와 거의 맞먹는 양전하 덩어리가 원자 중앙에 위치하고 그 주위를 음전하를 띤 전자가 돌고 있으며 그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다. 몇 년 후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그 양전하 덩어리에 원자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13년 닐스 보어가 원자는 그 중앙에 원자 질량의 거의 모두를 차지하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상대적으로 가벼운 전자가 마치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특정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러더포드에 의해서 확립된 우리 태양계를 닮은 원자 모형을 보어는 전자의 궤도가 불연속적인 점에 착안하여 양자역학이란 그 당시 좀 엉뚱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전자는 특정한 위치가 없으며 원자핵 주위에 구름처럼 퍼진 상태다. 전자구름이 짙은 곳이 전자의 위치라고 여겼다. 이처럼 전자 같은 입자는 그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양자역학은 여기서 시작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원자 원자핵 주위 원자 모형 원자 질량

2024-05-10

“주위를 둘러보며 내려놓고 사세요”

“때로는 내려놓고 사는 것도 필요합니다.”     지난 3일 오후 6시 남가주 새누리 교회에서 진행된 ‘한국인의 갈등 해소를 위한 힐링 세미나’의 특별 강사로 나온 허태균 교수(고려대 심리학부)는 “한인들은 보이는 작은 행동의 뜻까지 이해하려고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한다”며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정답일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한국인들만이 가진 개인과 단체의 복합적인 갈등과 대립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는 연구와 강연으로 잘 알려진 사회심리학자다. ‘유퀴즈 온 더 블록’ ‘어쩌다 어른’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다.     이날 2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세미나에서 허 교수는 한인들이 미국생활을 하면서 착각하는 이상적인 삶과 태도에 관한 모순을 알려 주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여기는 사회적 관념이 개인주의를 이기주의로 여기게끔 하였다"고 설명하고 “한인들의 역동성은 눈부신 사회 및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대가는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로, 소통, 세대갈등, 자살 등 우리가 갖고 살아가는 삶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은 나와 서로를 이해할 때 비로소 해결된다"며 본인만의 가치를 찾고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갈 것을 권했다.     중앙일보·해피빌리지가 특별 후원하고 비영리 사회봉사단체인 유스타 파운데이션(박소연 대표)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400여명이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강연 후에는 Q & A 세션 및 경품추첨도 별도로 진행됐다.     세미나 시작 전 오후 5시부터는 LA카운티정신건강국(LADMH), 시더스사이나이, 아태 정신상담 및 치료센터 등이 부스를 차려놓고 정신건강 관련 정보를 나눠주기도 했다.     세미나 참석자인 타샤황씨는 “늘 자녀에게 1등이 될 생각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깨달음을 주는 강연이었다”며 “나조차도 정의할 수 없는 최선의 기준을 내 자녀에게 요구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살라고 가르쳤는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나와 내 자녀를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3일 남가주 새누리 교회에 이어 4일 어바인 온누리교회에서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박준한 기자 [email protected]주위 해피빌리지 힐링 세미나 세미나 시작 사회심리학적 관점

2024-02-04

횡단보도 20피트 이내 주차 금지…도로 보행자 보호 위해

앞으로 횡단보도 가까이에 주차하면 티켓을 받게 돼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해 10월 서명해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법은 도로 연석에 빨간색이 칠해져 있는지와 상관없이 횡단보도 양쪽 20피트 이내 주차가 금지된다.     새 법에 따르면, 횡단보도나 교차로 근처의 연석이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거나 도로에 관련 사인이 부착돼 있지 않아도 운전자들은 20피트 이내 주차금지 규정을 지켜야 한다.     가주는 올해 말까지를 유예기간으로 두고 적발된 운전자에게는 경고와 함께 새 규정을 알리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정식으로 티켓을 발부한다. 가주는 새 법의 효과로 올해 횡단보도 교통 사망자 수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 법은 도로 주차를 하려는 차량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자는 의미에서 추진됐다.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측은 “보행자들의 경우 길을 건너기 전 횡단보도 주위에 다가오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된다”며 “횡단보도와 길거리 주차 공간이 넓어져 길을 건널 때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의 위험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 있는 아이들의 경우 몸집이 작아서 운전자가 잘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주위를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길을 건너는 아이들이나 어린 아동들의 교통사고로 보호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횡단보도 주차 횡단보도 주위 횡단보도 양쪽 횡단보도 가까이

2024-01-07

[골프칼럼] <2273> 볼 앞뒤 선을 퍼팅라인에 연결

그린에서 홀의 컵(cup)을 조준할 때, 볼 앞뒤로 가상의 포인트를 설정한 후 그 선을 따라 퍼팅라인을 머릿속에 그리면 퍼팅이 한결 수월해진다.   가상의 포인트는 그린 위에 있는 스파이크 자국이나 모래알 등 어떤 이물질도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골퍼가 심리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곳은 연못 넘어 그린 앞쪽에 깃발이 꽂혀 있을 때와 퍼터 길이 하나 정도 내리막 경사에 볼이 있을 때, 그리고 첫 홀의 티샷과 최종 승부가 걸린 마지막 홀일 것이다. 이 네 가지 상황에서의 심리요법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싶다.   연못을 넘길 때는 볼을 친 후 나의 시선은 ‘디봇 자리만 본다’는 생각으로 샷을 한다. 즉 볼을 친 후 볼이 있던 자리를 보고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클럽이 볼을 친 후 볼이 있던 자리 지면을 본 후 머리를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스윙은 리듬을 타게 되고 헤드업방지는 물론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 홀에서는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의 생각으로 기본을 다시 마음 속에 떠올린 뒤 자신을 유명투어프로로 가정하고 프로다운 확신과 대담성, 진지함을 머리에 그리면 한층 적극적인 샷을 구사할 수 있다.   첫 홀에서의 스윙은 동반자나 다른 사물과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클럽헤드 무게를 느끼는데’ 전념하면 시각상의 불안감을 잊을 수 있다.   특히 내리막 경사 그린에서의 준비자세(set up)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필요 이상의 생각들이다.   퍼팅에서는 아무리 많은 생각을 해도 이를 한꺼번에 실천에 옮길 수 없다. 내리막 경사의 퍼팅이던 오르막경사의 퍼팅이던 홀(cup)은 잊어버리고 예상 점(spot)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볼 앞, 즉 자신이 사용하는 퍼터의 길이 이내, 즉 볼이 홀을 통과할 선상에 작은 포인트를 설정하고 이 지점을 지나 볼이 홀(cup)로 향해야 한다.     퍼팅 자세를 취한 후 이 지점(spot)들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와야만 제대로 포인트를 설정한 것이다. 즉 시선 밖에 포인트를 설정해 놓지 말라는 의미다.   또한 볼이 있는 지점으로부터 컵까지 그린 상태가 굴곡이 있거나 기울어 있다면 컵에 조준하지 말고 기울기에 따라 점과 볼이 굴러가는 예상선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볼이 예상 점을 통과해 컵을 향하도록 정신을 집중시켜 스윙의 폭(크기)이 정해지면 섬세한 어깨 움직임으로 스트로크(stroke) 해야 한다.   포인트(가상 점)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은 볼이 그린에 떨어질 때 만들어진 흠집이나 모래알 등 유심히 관찰하면 수 없이 다양하다. 그러나 다른 곳에 있는 모래알이나 어떠한 사물을 임의로 가져와 이용하는 것은 골프규칙에 위반되므로 퍼팅라인 주위에 자연상태로 놓여있는 지형지물을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이용해야 한다.   활 잘 쏘는 장군보다 전략 좋은 장군이 병사를 잃지 않는다 했다. 실전의 골프는 실속 없는 오기나 자존심이 점수를 잃고, 전략 있는 게임운영에 성공할 때 300야드의 장타보다 그 맛을 더 한층 느낄 수 있을 것이다.   ▶ThePar.com에서 본 칼럼과 동영상, 박윤숙과 동아리 골프도 함께할 수 있습니다. 박윤숙 / Stanton University 학장골프칼럼 퍼팅라인 앞뒤 퍼팅라인 주위 내리막 경사 퍼팅 자세

2023-12-28

[아메리카 편지] 마이나데스

여전사 아마조네스에 이어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특이한 부류의 여인들은 ‘마이나데스’다. 이들은 광기로 가득 찬 디오니소스 신봉자들이다. 반인반염소인 사티로스와 함께 디오니소스 주위에서 술과 춤과 음악을 즐기며 신을 모신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동물가죽을 둘러 입고 큰 회향 줄기를 지팡이로 삼고 있다. 산 동물을 갈기갈기 찢어서 그 고기를 생으로 뜯어 먹는 관습도 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코스 여신도들’은 마이나데스 내러티브의 근원을 보여준다. 디오니소스는 12명의 올림포스 신 중 유일하게 인간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신으로서의 정당성과 힘을 증명해야 했다.     이 드라마는 고향인 테베로 돌아온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부정한 사촌동생 펜테우스 일가를 몰락시키는 이야기다. 왕실 여인들을 비롯한 테베 여성들 사이에 광란적인 디오니소스 숭배가 퍼져가는 가운데, 디오니소스에게 잠시 홀린 펜테우스가 여장을 하고 몰래 축제를 구경하러 나간다. 뒷산을 하늘거리며 걷는 디오니소스 여신도들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황홀경을 연출한다. 나무 위에 숨은 펜테우스는 결국 발각돼 광기에 홀린 어머니와 이모들 손에 사지가 뜯기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마이나데스 역시 아마조네스처럼 온순하고 절제된 모습과 상반된 여성상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기화에 새겨진 마이나데스의 모습은 관습과 어긋나는 행동이 초래하는 비극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만으론 설명이 불충분하다. 실제로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그리스 여인들은 마이나데스와 같은 모습과 행동을 하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발산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극도로 제한된 사회에서 끔찍하도록 매혹적인 모습의 이러한 여성형이 공상만은 아니라는 것은, 실존했던 고대 그리스의 기생 ‘헤타라이’들이 증명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디오니소스 여신도들 디오니소스 축제 디오니소스 주위

2023-11-10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밀코메다 은하

밤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이 반짝인다. 물론 그 중에는 수성이나 금성 같은 태양계의 행성도 끼어있지만, 별의 집단인 은하도 있다.     은하란 적게는 천만 개의 별에서부터 많게는 수조 개나 되는 별들이 무리를 이룬 집합체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마치 하나의 별처럼 보인다. 태양이라는 별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라고 하며 은하수와 가장 가깝게 이웃한 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다.   은하수에는 약 4천억 개나 되는 별이 있고 안드로메다은하에는 약 1조 개 정도 되는 별이 모여 있다.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쯤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입만 열면 억이니 조라는 말이 나오는데 평소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셈 단위다. 그래서 그런 큰 숫자를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약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 속에 태양을 포함한 약 4천억 개의 별이 바글거리고 있다. 은하수에서 약 250만 광년 떨어진 곳에 우리의 이웃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있다. 안드로메다의 지름은 약 22만 광년이라니 그 크기가 은하수의 두 배쯤 된다.   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밤하늘에 마치 별처럼 반짝이는 안드로메다은하는 에드윈 허블이 외부 은하의 존재를 밝혀내기 전까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의 모임, 즉 성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름도 안드로메다 성운이었다. 그런데 허블은 그 성운이 우리의 은하 바깥에 있는 외부 은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갑자기 수천억 배 커진 순간이었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 설사 빛의 속도로 그곳에 간다고 해도 250만 년이 걸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우리는 죽었다가 깨도 절대로 갈 수 없는 곳이 그나마 은하수에서 가장 가깝다는 안드로메다은하다.   방대한 우주에 은하수가 속해 있는 부분을 국부은하군이라고 부르는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은하는 안드로메다와 은하수 둘뿐이다. 나머지는 들러리를 서는 까닭에 위성 은하라고 부른다. 우리 은하는 주변에 수십 개의 위성 은하를 거느리고 있어서 엄밀히 따지면 은하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가 아니지만 그런 소규모 위성 은하를 제외하고 제 모습을 갖춘 독립적인 은하 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다. 은하수 주위의 위성 은하 중 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는 맨눈으로도 보인다.   안드로메다은하는 은하수가 속한 국부은하군 40여 개의 은하 중 가장 밝은 은하이며 우리 은하처럼 나선 모양을 하고 있다. 은하수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 지금 우리는 250만 년 전의 안드로메다은하를 보는 것이다.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놓으면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이 끌어당겨서 그런 것이다. 이번에는 땅에 떨어진 못 위에 자석을 가까이 대면 바로 올라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세다는 증거다.     그렇게 미미한 중력이지만 거시 세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은하수와 안드로메다는 서로의 중력에 끌려 지금 초당 약 100km씩 가까워지다가 40억 년 후에 두 은하는 충돌하여 합쳐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밀키웨이(은하수)와 안드로메다 두 이름을 합친 밀코메다 은하가 40억 년 후에 새로 생길 은하 이름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은하 은하수 한쪽 은하수 주위 위성 은하

2023-10-27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혜성

혜성(彗星 Comet)은 순우리말로는 꼬리가 달린 별이라고 해서 꼬리별, 혹은 화살처럼 난다고 해서 살별이라고 부른다. 인류는 우주가 질서 정연하다고 생각했다. 해와 달은 반복적으로 움직였고 밤하늘의 별도 사계가 바뀔 때마다 제 자리를 찾았는데 혜성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졌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한 천체라고 여겼다.     그러는 사이 천문학이 발달하고 관측 자료가 축적되면서 혜성의 활동에도 어떤 규칙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영국의 에드먼드 핼리가 최초로 한 혜성의 움직임에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계산 끝에 그 혜성이 다시 지구에 근접할 때를 예상했지만 핼리는 그 전에 사망했다. 그가 죽은 후 1758년경에 정확히 그 혜성이 나타났고 후세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 혜성에 천문학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 유명한 핼리 혜성이다.   혜성 주위에는 코마라고 불리는 구름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태양에 가까워져 올수록 혜성의 핵이 기화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코마는 우주 먼지와 얼음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작은 것들은 태양풍에 밀려 혜성의 꼬리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혜성의 크기는 지름이 30km 이내지만 태양에 가깝게 접근할수록 그 꼬리가 길어져서 긴 것은 태양에서 지구 사이 거리의 4배 정도 되기도 한다. 혜성에는 꼬리가 두 개 있다. 얼음 덩어리였던 혜성이 태양계 안쪽으로 접근하면 태양의 열에 의해서 표면의 휘발성 물질이 기화하며 그 주위 먼지와 함께 혜성 주위를 에워싸는데 이를 코마라고 했다. 그런데 태양풍에 의해서 코마는 혜성 뒤로 밀리면서 먼지로 이루어진 꼬리 하나로 되고 그 옆에 생긴 다른 꼬리는 이온화된 기체가 빛을 내는 것이다.     태양계의 얼개를 보면 태양 주위에 총 8개의 행성이 공전하고 그 바깥에 카이퍼 벨트라고 부르는 소행성 집단이 있으며 그곳을 한참 지나면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약 1년 걸려 도착하는 먼 곳에 오르트 구름대가 있다. 카이퍼 벨트에 퍼져 있던 소행성이 어쩌다 목성이나 천왕성, 해왕성의 중력에 끌려 태양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혜성이다. 혜성은 그 주기가 200년 이하이면 단주기 혜성이라고 하고 더 긴 주기가 걸리는 것을 장주기 혜성이라고 구분한다. 아까 말한 핼리 혜성의 주기는 75~76년이므로 단주기 혜성에 속한다.     카이퍼 벨트에서 발원한 혜성은 단주기 혜성이지만 멀고 먼 오르트 구름대에서 시작하는 혜성을 장주기 혜성이라고 구분하는데 지금까지 알려진 장주기 혜성은 몇 되지 않지만, 그 중 웨스트 혜성은 그 공전 주기가 50만 년이 넘는다.     혜성은 별똥별이라고 불리는 유성과는 완전히 다른 천체이지만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꼬리 부분의 조각이 우연히 지구의 공전 궤도와 겹치는 경우 지구가 이 지역을 지나갈 때 혜성이 흘린 것들이 지구의 중력에 끌려 들어와 대기권에서 산화되는 현상이 유성우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은 혜성에 포함된 다량의 얼음에서 왔을 것으로 추측했으나, 바닷물 속의 중수소를 비롯한 동위원소의 비율이 혜성 것과 다르고 오히려 소행성의 것과 일치하는 까닭에 지금은 물의 소행성 기원설이 더 유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혜성 장주기 혜성 혜성 주위 핼리 혜성

2023-10-06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

별이라고 하면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작은 별이 떠오른다. 그런데 매일 아침 동쪽 하늘에서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도 그런 수많은 별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친숙한 별이 맞다. 사실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그 주위를 공전하는 우리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이 보일 뿐이다.     우주의 나이를 약 138억 년으로 잡으면 태양은 46억 살이다. 여느 별처럼 태양의 주성분도 수소인데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이 되면서 생긴 질량의 차이로 빛과 열을 낸다. 여기서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질량 공식 E=mc²이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미미한 질량(m) 차이지만 여기에 빛(c)의 속도의 제곱(²)이 곱해지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E)가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과 열이란 에너지로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지구에 생명체가 발현하여 문명을 이뤘다. 그러므로 우리 생명의 원천은 바로 태양이다.   태양이란 별이 자리 잡은 곳은 운 좋게 우리 은하의 변두리였다. 은하수의 외곽에 자리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은하 활동의 영향을 적게 받아서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행성인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여 진화할 수 있었다.     태양의 8개의 행성을 포함하여 태양 주변의 모든 것을 통틀어 태양계라고 부른다. 하지만 중심성인 태양이 워낙 크고 밝아서 태양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태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태양계의 총 질량 중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99.9%라니 덩치 큰 목성을 포함하여 여덟 행성과 위성, 그리고 소행성, 혜성, 유성, 심지어는 행성 간 먼지를 모두 더해도 0.1%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은 비교적 덩치가 큰 별에 속하는데 우주에 산재한 별들의 평균 질량은 대체로 태양의 15% 정도다. 태양의 지름은 지구 지름의 약 109배 정도이고 질량은 지구의 약 33만 배 정도 된다. 표면 온도는 섭씨 5,500도쯤 되며 중심부 온도는 1,500만 도에 이른다. 예상 수명이 124억 년이니 앞으로 78억 년 후면 그 수명이 다한다. 태양의 질량으로 미루어 주계열성 단계를 지나는 109억 살이 되면 적색거성이 된다. 그때 태양은 지구 궤도까지 부풀어 오른 후 다시 수축하여 결국 지구만 한 크기의 백색왜성의 단계에 이르고 최후에는 흑색 왜성이 되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태양은 그 큰 덩치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주변 물체를 끌어당겨 태양계를 이루고 있다. 편의상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를 1AU(천문단위)라고 정했는데 태양계의 최외곽 행성인 해왕성까지는 30AU, 해왕성 바깥에서 태양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모임인 카이퍼벨트까지는 50AU, 지금 보이저 1호가 날고 있는 곳은 110AU, 그리고 장주기 혜성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오르트구름까지는 약 5만 AU인데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근 1년 걸려 도착하는 이곳까지 태양의 중력이 미친다고 한다.   이왕 가는 김에 더 멀리 가보도록 하자. 태양 표면을 떠나 빛의 속도로 4년 반을 가면 비로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 별이 나온다. 그런 별들이 4천억 개나 모여 비로소 우리 은하인 은하수를 이룬다. 그리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우주가 된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태양 태양 표면 태양 주위 편의상 태양

2023-09-0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위성

우주는 별로 이루어져 있다. 별은 한자로 항성(恒星, star)이라고 하며 그런 별이 수천억 개씩 무리 지은 것을 은하(galaxy)라고 한다. 특히 우리의 별인 태양이 속한 은하를 은하수(Milky Way)라고 하는데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우주(Universe)가 된다니 참 놀랍다.   별이란 핵융합을 하여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말한다. 우리가 아는 별 중에서 가장 친숙한 것이 바로 태양인데 만약 북극성 근처에서 태양을 본다면 밤하늘의 여느 별처럼 반짝거리는 작은 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별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를 행성((行星, planet)이라고 하는데 태양의 경우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총 여덟 행성이 공전하고 있다. 맨 외곽을 돌던 명왕성은 2006년에 왜행성으로 분류되어 제외되었다.   위성(衛星, satelite)이란 행성 주위를 공전하는 천체를 말한다. 그러므로 위성은 행성 주위를 돌고, 행성은 항성을 공전한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예를 들면,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을 공전한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수천억 개가 모여서 은하가 되고, 그런 은하가 약 2조 개가 모여서 비로소 우주를 이룬다.     태양을 가장 가깝게 도는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없다. 그 다음 궤도를 도는 지구에는 달이라는 이름의 위성이 단 하나 있다. 달은 위성이기에는 그 덩치가 너무 커서 어떻게 보면 한 쌍의 행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달은 지구의 위성이 맞다.     지구 바깥쪽을 도는 화성에는 위성이 두 개 있다. 태양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목성에는 총 95개나 되는 위성이 돌고 있는데 지구의 위성인 달 말고 다른 행성에서 발견된 최초의 위성이 목성 바로 곁을 공전하는 4개의 위성으로 망원경 성능을 높인 갈릴레이가 발견한 까닭에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 궤도의 토성 주위에는 무려 145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 이 정도쯤 되면 일일이 이름 붙이기도 힘들어진다. 2019년에 토성의 위성 20개가 한꺼번에 발견되더니, 2023년 2월에 목성의 위성 12개가 새로 추가되었다가 2023년 5월에 다시 토성의 위성이 62개나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태양계의 외곽을 공전하는 천왕성에는 27개의 위성이 있고,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에는 14개의 위성이 공전한다. 게다가 왜행성이나 소행성을 공전하는 위성도 확인되고 있는데 가장 작은 것은 지름이 45m에 불과한 것도 있다.   태양계가 형성되던 초기, 중심에 태양이 자리를 잡고 그 주위에 태양을 공전하는 원시 행성들이 생겼다. 그리고 남은 물질이 태양풍에 밀려 멀어지면서 근처에 있던 행성의 중력에 붙잡혀 만들어진 것이 위성이다. 따라서 태양에 가까운 행성의 경우에는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먼지를 많이 놓치게 되므로 당연히 위성 수가 적고, 태양에서 먼 행성일수록 곁을 지나는 먼지의 속도가 줄어들어서 행성의 중력에 포획되기 쉬운 까닭에 위성의 숫자가 많다.     그런 까닭에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과 금성에는 위성이 아예 없고,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목성과 토성은 많은 위성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목성과 토성은 큰 덩치에서 생긴 강한 중력이 주변을 지나치는 물질을 많이 붙잡을 수 있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위성 위성 20개 위성 12개 행성 주위

2023-07-28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는 말년에 '별이 빛나는 밤'이란 명작을 남겼다. 그림 속 커다란 사이프러스 나무와 산등성이를 비추는 별을 보며 왜 별이 빛나는지 생각해 보자.   별은 우주의 가장 기본적인 빌딩 블록이다. 별이 모여서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모여서 우주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천체를 항성, 즉 별이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별이 바로 태양이다. 별 주위에는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 돈다. 그런 행성의 주위를 위성이 공전하는데, 지구 주위에는 달이 있다. 그런 식으로 별은 자기 주위의 여러 행성과 위성을 거느리고 독립된 하나의 항성계를 이룬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중심에 있는 밝은 별만 보인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행성과 위성의 밝기나 크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별은 두 개가 한 쌍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세 개인 경우도 있고, 더 많은 별이 모여서 하나의 항성계를 이루기도 한다. 짝이 없는 별은 그리 흔하지 않는데 공교롭게도 우리의 태양은 외톨이 별이다. 태양계를 벗어나서 다른 별에 갔는데 만약 그곳이 쌍성계라면 우리는 하늘에 두 개의 해를 볼 수 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센타우리 알파인데 별 세 개가 모여서 하나의 행성계를 이룬 삼중성계다. 그곳 하늘에는 세 개나 되는 해가 떠 있을 것이다. 그런 별들이 밤하늘 여기저기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인류는 문명이 시작하면서부터 규칙적으로 변하는 천체의 움직임에 의존하여 우리 생활의 기준으로 삼았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그런 우주의 움직임을 우리의 신앙과도 결부시켰다. 신라 시대에는 첨성대가 있었고, 고려 때는 서운관, 그리고 조선조에 와서 관상감이 있었는데 기상 현상을 관측하고 지도를 만드는 일도 했지만, 그밖에 점성, 택일 그리고 풍수지리 같은 일도 했다. 국가적인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일단 관상감에 알려서 날짜를 정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요하네스 케플러 전까지 천문학은 점성술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동방박사도 별을 보고 예수 탄생을 알고 찾아갔으며,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 사마의는 제갈공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독일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한스 베테는 1939년 드디어 별이 빛을 내는 이유를 밝혀냈다. 아인슈타인처럼 그도 독일인이었지만 유대 혈통이어서 여러 불이익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열 자리 정도의 곱셈과 나눗셈을 암산으로 했다고 하며 결혼 전 약혼녀와 함께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 때 그는 으쓱대며 이 세상에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했다. 그 후 30년이 지나서 노벨상을 받았고, 원자폭탄 개발에 깊숙이 참여했지만, 전후에 반전 운동에 앞장섰다고 한다.   별은 그 자체가 핵융합 원자로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물리학자들은 별을 이루고 있는 수소가 산소와 결합, 즉 연소하면서 빛과 열을 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스 베테는 별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가 핵융합하여 헬륨으로 변할 때 생긴 질량 손실에서 오는 차이가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에 의해서 빛과 열에너지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게 별에서 빛과 열의 형태로 나오는 에너지가 우리 생명의 원천이 되어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류가 발현하고 진화하여 오늘의 모습이 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행성과 위성 지구 주위 자기 주위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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