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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마음 전달자

나에게는 편지만 쓰는 노트가 있다. 내용이 길든 짧든 우선 이 노트에 쓴다. 아주 오래된 노트도 있고 최근 것도 있다. 보낸 것도 있고 그냥 써 놓기만 한 것도 있다. 그동안 써 놓았던 편지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나 기뻐하는 가족에게 보낸 축하편지,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슬퍼하는 친구에게 보낸 위로편지,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지인의 빠른 회복을 바라는 정성편지…. 편지마다 다 사연이 있어서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읽어 보았다.   26년 전 둘째 딸 약혼식 전날 눈물 흘리며 딸에게 쓴 마음편지, 그 이듬해 둘째 딸의 첫 손자가 태어났을 때 첫 대면의 기쁨을 썼던 편지도 오랫동안 노트 속에 숨겨져 있었다. 손자가 20세가 넘어 그 편지를 보내주었을 때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의 첫딸이 세상에 나오기 전 점점 불러오는 며느리의 배를 보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녀 얼굴이 너무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어 놓은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들떠있던 마음을을 편지로 썼던 내용을 다시 읽고 나니 그때의 감동이 느껴졌다. 후에 그 편지를 받은 손녀가 18세가 되었다.   편지 노트에는 힘들었던 40일간의 병상 편지도 끼어 있다. 그 긴 시간 병상을 지키며 죽음 직전까지 갔던 나를 지키며 돌봐준 남편에게 쓴 편지는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난다.     그 편지는 아직도 노트에 그대로 있다. 끝까지 남편에게 건네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편지 쓰기를 즐긴다. 요즘은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 보내는 짧은 편지를 주고받는 세상이지만 정성 들여 써 보낸 지인의 편지를 읽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손으로 써 보내는 편지는 너무 아름다운 마음 전달자인 것 같다. 정현숙·LA독자 마당 전달자 마음 마음 전달자 위로편지 병상 축하편지 어머니

2023-01-03

[중앙칼럼] 디지털 뉴스의 생존 여행

뉴스와 언론사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언론사만이 정보의 유통 창구였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21세기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일부분이다. 단순히 기후 변화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와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알려주는 나라 안팎의 최근 소식, 또는, 그런 소식을 전해주는 방송의 프로그램이 뉴스라는 사전적 정의는 이미 구문이 됐다. 뉴스에 대한 고전적인 개념을 수정해야 할 정도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우선 이제는 뉴스의 전달자가 신문이나 방송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즉 기존 언론 매체에 더해 다양한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포털 사이트가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인 유튜버가 각종 소식을 끊임없이 생산하거나 전달한다.     뉴스 전달자도 기자만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특정 지지자나 구독자를 보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언론사 기자가 되기 위해 언론고시라고까지 불렸던 어려운 입사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내 방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모아들인 소식과 의견을 곁들여 다양한 매체에 뿌리면 이런 것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의 뉴스로 이해되고 회자한다. 한 개인이 하나의 언론 매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런 뉴스를 신뢰할 수 있는 지 여부가 논쟁이 되기도 한다.   뉴스 전달자와 뉴스 콘텐트에 대한 개념이 허물어지면서 언론사에 대한 개념 역시 서서히 희석되는 느낌이다.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 상당수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등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하지만 네이버를 언론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언론과 뉴스에 대한 경계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다 다시 재정립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뉴스를 뉴스라 부르지 않고 하나의 콘텐트로 취급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어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뉴스는 웹드라마와 웹툰, 그리고 웹소설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뉴스를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취급하고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많이 판매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면서 독자, 즉 사용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기획에서부터 제작, 유통 과정까지 일방적으로 전달자의 주장만 내세웠던 기존 언론 매체의 뉴스 전달 방식에서 사용자의 취향과 반응을 적극 반영하는 쌍방향 소통 방식으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뒤따르고 있다. 내가 이 제품을 이렇게 생산했으니 좋으면 사용하고, 싫으면 관두라는 식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뉴스 전달자와 플랫폼의 변화는 자연스레 뉴스 가치까지 변화시킨다. 뉴스 가치는 기삿거리가 될만한 사건을 걸러내는 기준을 말한다. 전통적인 뉴스의 판단 기준은 시의성, 사건의 중요성, 또는 흥미 정도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기준 자체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많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 매체가 정한 주요 기사나 편집 구성이 독자들에게 예전처럼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관심 있는 기사를 골라 읽거나 보는 시대가 됐다. 신문에서 지면을 채우기 위해 끼워 넣은 1단 화제성 기사가 온라인에서는 클릭 수 1위가 나오기도 한다. 뉴스의 가치가 플랫폼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생산자의 방식을 주입하려는 태도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고정된 관념으로는 새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지금 언론은 존재 자체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분야에서의 생존 및 수익 창출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의미 있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연속이다. 언론이 생사기로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사실이 뉴스인 시대에서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디지털 뉴스의 생존 여행’을 이제 시작한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디지털 뉴스 뉴스 전달자 뉴스 가치 뉴스 콘텐트

202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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