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독자 마당] 마음 전달자

나에게는 편지만 쓰는 노트가 있다. 내용이 길든 짧든 우선 이 노트에 쓴다. 아주 오래된 노트도 있고 최근 것도 있다. 보낸 것도 있고 그냥 써 놓기만 한 것도 있다. 그동안 써 놓았던 편지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귀여운 아기가 태어나 기뻐하는 가족에게 보낸 축하편지,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슬퍼하는 친구에게 보낸 위로편지, 병상에서 힘들어하는 지인의 빠른 회복을 바라는 정성편지…. 편지마다 다 사연이 있어서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며 읽어 보았다.
 
26년 전 둘째 딸 약혼식 전날 눈물 흘리며 딸에게 쓴 마음편지, 그 이듬해 둘째 딸의 첫 손자가 태어났을 때 첫 대면의 기쁨을 썼던 편지도 오랫동안 노트 속에 숨겨져 있었다. 손자가 20세가 넘어 그 편지를 보내주었을 때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들의 첫딸이 세상에 나오기 전 점점 불러오는 며느리의 배를 보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녀 얼굴이 너무도 빨리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어 놓은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들떠있던 마음을을 편지로 썼던 내용을 다시 읽고 나니 그때의 감동이 느껴졌다. 후에 그 편지를 받은 손녀가 18세가 되었다.
 
편지 노트에는 힘들었던 40일간의 병상 편지도 끼어 있다. 그 긴 시간 병상을 지키며 죽음 직전까지 갔던 나를 지키며 돌봐준 남편에게 쓴 편지는 지금 읽어도 눈물이 난다.  
 
그 편지는 아직도 노트에 그대로 있다. 끝까지 남편에게 건네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지금도 편지 쓰기를 즐긴다. 요즘은 손가락으로 톡톡 눌러 보내는 짧은 편지를 주고받는 세상이지만 정성 들여 써 보낸 지인의 편지를 읽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 손으로 써 보내는 편지는 너무 아름다운 마음 전달자인 것 같다.

정현숙·LA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