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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135층…스케일·스릴…재난영화의 교과서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에 위치한 515 세계 최고의 고층빌딩 ‘글라스 타워’의 개장 축하 파티가 최고층 135층에서 열리고 있다. 81층의 창고 배전반에서 전기 합선이 발생하고 인화 물질로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한다.   마이클(스티브 맥퀸)이 지휘하는 소방구조대가 초기 진화에 나서지만 실패한다. 빌딩 전체가 곧 불길에 휩싸이고 연회장 하객 300여명이 갇혀 버린다. 곳곳의 계단이 막혀 연기를 뚫고 탈출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하나님보다 높은 건물’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건물주 던컨(윌리엄 홀든)의 욕망이 더 큰 위험을 자초한다.   빌딩을 설계한 더그(폴 뉴먼)는 던컨의 사위 루저(리처드 챔버레인)가 배선 공사를 맡으면서 저지른 부정을 알아낸다. 더그와 소방구조대장 마이클의 미묘한 신경전, 냉철함과 인간미가 교차하면서 두 남자는 불길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내내 긴장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대형 빌딩의 화재라는 볼거리 외에 페이 더너웨이, 윌리엄 홀든, OJ 심프슨, 로버트 와그너, 프레드 애스테어 등 그 시대의 대스타들이 총출동한 초호화 출연진이 영화 흥행의 큰 몫을 했다.   개봉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재난 스릴러의 대명사로 남아있는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존 길러먼 연출)이 개봉되면서 당대 최고의 두 배우 스티브 맥퀸과 폴 뉴먼 사이에 얽혀 있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에서 비롯된 일들이다.     제작진은 촬영을 마치고 오프닝 스크린에 두 명의 ‘공동 주연’ 배우 중 누구의 이름을 먼저 올리는지에 대해서 고심했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가운데 제작진은 결국 좌측에 맥퀸을, 그리고 그보다 약간 상단 우측에 뉴먼의 이름을 올리는 방식을 창안, 두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극 중 대사가 뉴먼에 비해 적었던 맥퀸은 뉴먼과 같은 양의 대사를 요구, 실제로 두 배우의 대사량이 동일하게 조절됐다. 뉴먼에 대한 맥퀸의 불만은, 그의 데뷔작 ‘상처뿐인 영광’에 출연했을 당시 뉴먼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시절로 돌아간다. 무명 배우 맥퀸은 뉴먼이 연기한 주인공 로키에게 두들겨 맞는 뒷골목 건달 역을 맡았다. 추후 대스타로 부상한 맥퀸은 불멸의 명작 ‘내일을 향해 쏴라’에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뉴먼과 같은 액수의 출연료를 요구, 협상이 결렬되자 출연을 거절했다.   ‘타워링’에 먼저 출연이 결정된 맥퀸은 더그 역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잭 니컬슨, 로버트 레드포드를 추천했다. 그러나 뉴먼이 낙점되자 출연료 문제로 다시 한번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두 배우 모두 최고 개런티인 100만 달러와 수익료 7.5%에 합의했다.   맥퀸과 뉴먼은 서로 경쟁하듯 영화 속 스턴트를 직접 연기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다행히도(?) 둘 다 오스카상 남우 주연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작 오스카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프레드 애스테어였다. 그는 ‘대부2’의 로버트 드 니로에게 밀려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지만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다. 애스테어가 맡은 사기꾼 역은 노래와 춤이 주종인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영화는 1400만 달러를 투자, 2억 달러를 벌여 들었다. 작품상을 비롯한 오스카상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그중 편집, 촬영, 음악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음악상을 수상한 존 윌리엄스는 같은 해 발표된 또 다른 재난 영화 ‘지진(Earthquake)’의 주제곡을 작곡, 자신의 노래 2곡이 50개 이상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서로 경합을 벌였다. 김정 영화평론가재난영화 스케일 재난 스릴러 소방구조대장 마이클 뉴먼 사이

2024-07-31

[한인, 마우이 화마 탈출기] "재난영화 속 아비규환…죽을 수 있겠다 생각"

한국서 온 관광객 안병윤씨는 마우이 섬 산불 발생 당시 대피 상황을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본지는 마우이 민박·택시투어 최영화 사장의 도움으로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으로 긴급 대피한 안씨와 지난 9일 오후 7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안씨 가족은 여권조차 챙길 겨를 없이 모든 짐을 호텔에 두고 빠져나온 상태였다.   -산불 발생 소식을 어떻게 접했나.   “8일 오전에 리조트가 정전됐다. 호텔 측에서 오후 늦게 복구될 거라고 했다. 오후 2시 정도였다. 식당 운영을 안 하니까 배가 고파서 인근 상점에 먹을 것을 사러 나갔는데…그 이후 돌아가지 못했다.”   -어떤 상황이었나.   “차를 몰고 나가는데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라하이나 지역 한 마트에 가니까 사람들이 몰려 다급하게 식료품을 쓸어 담고 있었다. 맞은편 산을 보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더라. 오후 3시가 조금 안 된 시점이었다.”   -어떻게 대처했나.   “점점 연기가 라하이나를 뒤덮고 있는 게 보였다. 연기 냄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산 쪽에서 불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몰고 나가려고 했지만, 차량이 너무 많아 움직일 수 없었다. 순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놀룰루 총영사관에 전화했다. 가능한 공항 쪽으로 가라고 하더라.”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재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아비규환이었다. 알고 보니 이미 앞길은 도로가 차단된 상황이었다. 즉시 차를 돌려 해변이 있는 뒷길로 향했다. 그렇게 무조건 공항 쪽으로 차를 몰았다. 공항까지 무려 4시간이 걸렸다. 여권도, 짐도 다 두고 슬리퍼만 신고 나온 거다. 신분증이 없으니 영사관에서 긴급 여권을 받았다. 이제 호놀룰루로 나가기 전이다.”         ☞마우이 섬 현지 상황은   마우이 민박·택시투어 최영화 사장은 산불 발생 이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대피소, 공항 등을 오가며 한인들을 돕고 있다.   최 사장은 “지금 마우이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대피소 등에 음식, 물, 이불 등을 전달하고 있다”며 “공항에는 약 2000명이 대기 중인데 바닥 곳곳에 사람들이 누워 밤을 새우고 있지만, 어느 정도 질서정연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총영사관은 10일 이동규 영사(동포 담당)를 피해 지역인 마우이 섬에 급파했다.   호놀룰루총영사관 양수선 실무관은 “아직 한인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여권 등 짐을 숙소에 두고 나와 신분증명서 등을 요청하는 문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마우이 산불 피해로 인한 긴급 단수 여권 발급은 10일 현재 총 12건이다. 여권을 잃어버리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된 경우 인도적 사유로 긴급 출국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사진 부착식으로 발급되는 임시 여권이다.     이 밖에도 미국적십자사는 전화(1-800-733-2767)로 실종자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종자 명단 등을 확인하려면 ‘옵션 4’를 누르면 된다. 산불 피해자들도 도울 수 있다. 적십자가 웹사이트(REDCROSS.org) 또는 ‘90999’ 번호를 눌러 ‘REDCROSS’를 입력하면 10달러를 기부할 수 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한인 마우이 화마 탈출기 재난영화 아비규환 호놀룰루총영사관 양수선 마우이 산불 마우이 지역

2023-08-10

[문장으로 읽는 책] 저 불빛들을 기억해

 대학 은사의 퇴임식에서 들었던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정현종 선생님의 퇴임사는 시인의 마지막 인사답게 담박하고 여운이 있었다. 선생은 십여분 정도 말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자, 그만합시다. 실은 세상의 모든 말은 하다가 마는 겁니다”라고 끝을 맺으셨다. 그 중단된 말에 깃들어 있는 침묵이 오히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하다 만 말, 피우다 만 꽃, 타오르다 만 사랑, 듣다가 만 음악…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못다 채워진 존재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선생이 가르치다 만 제자로서 나는 스승의 하다 만 말을 지금도 되새김질하고 있다.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삶이 흔들린다. 일상은 마비되고, 사람들은 마스크라는 방호벽으로 서로 경계벽을 쌓는다. 언제 바이러스가 나를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가 매 순간 삶을 조여온다. 마치 할리우드 재난영화 같은 장면이 TV 뉴스에 연일 펼쳐진다. 이럴 때 과연 어떤 말이, 문장이 소용 있나.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 입을 다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시인 나희덕이 에세이집을 펴냈다. 인용한 문장은 ‘못다 핀 꽃 한 송이’처럼 못다 채워진 존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지만, 요즘처럼 말문이 턱 막히는 세상에도 되새겨볼 만 하다. 거대한 고통이나 혼돈 앞에서 사람은 할 말을 잊는다. 당연했던 일상이 흔들리면서,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신이 얼마나 작고 무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불빛 기억 시인 나희덕 정현종 선생님 할리우드 재난영화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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